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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대회 사후관리, 프랑스·독일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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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2,518회 작성일 10-10-0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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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jpg 상주 세계대학생승마선수권대회의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조사를 위해 한참 환율이 급등하고 있던 10월 말,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겨울의 초입이라 오후 6시임에도 땅거미가 완전히 져버린 찰스 드골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면서 도대체 승마라는 종목은 이곳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말을 타는 것이 자동차를 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한가로이 말을 타고 다닌다는 것은 사치 아닐까? 교통 혼잡은 더욱 유발될 것이고 말이 생산해 내는 마분은 또 누가 치운단 말인가? 도대체 21세기에 말은 대중화되기에 유용한 동물은 아닐 것이라는 선입관이 가시질 않았다. 더군다나 승마가 갖는 매력도 매력이겠지만, 승마장을 어떻게 사후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승마장이면 그냥 승마장이지, 이걸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일까? 월드컵 경기장의 문제만 보더라도 월드컵이 끝난 후에 수년간은 애물단지가 되어 많은 신문기자들의 샌드백 신세였던 점을 돌이켜보면, 한편으로는 국제승마대회를 개최하려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신중해지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제를 부여받은 입장에서 도대체 무슨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써야 할까 걱정도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1803.jpg 1년 내내 펼쳐지는 서유럽의 승마대회
프랑스 승마협회(FFE)는 독일 승마협회(FN)와 마찬가지로 민간기구로서 다양한 승마대회를 조직하고 회원을 관리하는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또한 승마학교에서 기초적인 훈련을 마친 사람들이나, 전문적인 승마 강습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승마 면허를 발급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물론 이에는 여러 가지 등급이 있고, 그 중에는 공식적인 승마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승마협회의 업무도 본부에 해당하는 FFE나 FN 이외에 각 지역에 지부가 있어 지역별 승마대회를 별도로 조직하는 기구들이 있다. 이러한 승마협회는 각 대회 조직의 검증 작업도 주로 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승마는 축구와 테니스에 이어 세 번째로 선호되는 스포츠 종목이다. 이는 독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국가에서 말에 대한 관심은 애완마 정도로 간주되어 일반인들의 말 사랑이 매우 지극한 편인데, 사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승마는 엘리트 스포츠, 즉 전문적인 선수 중심의 스포츠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매우 높은 종목이고, 특히 유소년 시절부터 승마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승마가 갖는 관심도가 높다는 점 외에도 어렸을 때부터 승마를 하면서 체형을 가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서구인들의 체형이 승마를 통해 길러진다는 과학적인 설명은 비교적 왜소한 체형의 동양인에게는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필자가 가장 알고 싶어 했던 내용인 승마대회 이후 승마장 등 관련 인프라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프랑스와 독일의 승마협회 담당자들과 간단히 한마디를 나눈 후에 대단히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서유럽 국가 대부분에서는 승마장을 1년 내내 각종 승마대회로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북 상주의 승마대회 이후 잔존 시설물 활용방안의 1차적 용도는 승마대회라고밖에 답할 수 없다. 너무 싱겁지 않나?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처럼 승마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나라에서 어떻게 연중 승마대회를 치를 것인가라는 의문에는 쉽게 대답을 내릴 수 없었다. 국제대회를 치르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국내대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나 독일의 경험을 들어보면 조금 위안이 되는 면도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의 계층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승마선수 외에 일반인들의 승마 경기나, 승마와 관련된 관심을 높여줄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말 사육이나 사료 개발 및 생산, 마구간 시설 공급, 승마 장구(안장이나 의복 등)를 공급하는 산업도 매우 발달해 있다는 점도 알게 되면서 그러한 산업들이 가져오는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구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승마인구도 2004년을 기준으로 약 20만 명에 달하고, 승마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는 동호인의 수는 2007년 기준 5,000여 명, 승마 클럽 수는 2007년에는 242개에 달한다고 한다. 아직은 승마인구가 미미한 편이지만 고급 스포츠로서 승마에 대한 잠재적 관심은 높은 편이다. 2006년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실태조사>(문화관광부)에 의하면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종목이 승마라고 응답한 비율은 2.5%로, 인구 수를 고려하면 약 80만 명 정도가 승마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관심을 실제 승마활동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샹티이나 리옹에서와 같이 말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노출시키는 것이 아닐까?
말에 대한 지극한 관심은 말박물관이 발달해 있고 말박람회가 열리는 유럽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파리를 떠나 파리 인근의 샹티이(Chantilly)라는 지역을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촬영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지역이다. 이곳은 경마, 말박물관, 그리고 샹티이 성(城) 등 말과 관련된 시설이 즐비한 소읍 정도의 규모를 갖는 도시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 할 수 있는 샹티이는 말과 관련된 상품들이 즐비하고 역 근처의 숲에서는 승마복을 입고 말을 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장대한 경마장 시설도 바로 숲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마장 하면 우리는 거대한 스타디움을 떠올리지만 샹티이의 경마장은 초지 위에 위치해, 바로 옆에서는 시민들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초지가 연속적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1804.jpg 명품 Hermes(에르메스)에서 주최하는 ‘Prix de Diane(세계 왕족 경마대회)’가 치러지는 경마장도 눈요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했지만, 무엇보다도 필자의 관심은 말이었기 때문에 광활한 경마장 주위의 풍광과 그 끝자락에 놓여있는 거대한 마구간인 말박물관(Musee du Vivant Cheval)에 주의를 빼앗기고 있었다. 손에 잡힐 듯하지만 약 1km를 걸어가야만 입장할 수 있는 말박물관은 18세기에 대형 마구간(The Grand Stables)으로 쓰였던 곳을 개조하여 승마와 관련된 프로그램과 시설, 그리고 다양한 말 관련 소품, 사진, 마구용품 및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데에 사용하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전문적인 조마 및 승마 학교로도 사용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실제 마구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말박물관의 입장료는 약 12유로 정도였고, 근처에 소재한 샹티이 성과 동시 관람하기로 하고 17유로의 입장료로 두 군데 모두 방문할 수 있었다. 입장료가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그 안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에 비하면 그리 과하지 않은 것 같았다.
1805.jpg 말박물관은 계획적으로 조성된 관광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입구부터 코를 찌르는 마분 냄새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은 호기심 어린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마분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말을 사랑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리라. 하지만 입장하자마자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말들의 모습, 조금 더 지나면 하루에 3~4차례 개최되는 승마 이벤트가 열리는 돔(Dome), 그리고 그곳을 지나면 말과 관련된 용품이나 프랑스에서의 말의 이용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팸플릿들, 대형 마구간 오른쪽에 위치한 박물관에서는 말과 관련된 그림이나 다양한 소품들을 볼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말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는, 그리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말박람회의 도시 리옹, 승마 체험 가능한 독일 베스트팔렌 박물관
샹티이가 말박물관으로 유명한 곳이라면,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에서는 말박람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시점에도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리옹 말박람회는 말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대형 이벤트로, 금년에는 방문 중인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개최되었다. 입장료는 15유로 정도였고 규모는 대략 6만6,000여 m² 정도로 실내 행사장과 외부 주차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실내 행사장은 승마복, 기타 장구, 말 사료, 말 이동차, 마사 건축물, 말 소품 등 말 관련 장구 전시판매장과 방문 시 실제로 각 유럽 지역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진행되고 있던 장애물 경기장 및 선수 대기 연습 마장, 역시 실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던 마장마술, 마상체조, 폴로 게임, 아메리칸 마술 등의 경기장이 있고, 실제로 종마를 어떻게 훈련하는가를 보여주는 모습을 재현하는 소규모 마장, 다양한 말들의 실내 마구간, 그리고 조랑말, 당나귀 등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말들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소규모 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말과 관련된 다양한 게임과 연습시설들을 갖추고 관객이나 소비자들로 하여금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면서 관련된 장구들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원스톱 서비스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프랑스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더불어 승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나라이므로 관람객들과 소비자들의 규모도 상당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독일의 베스트팔렌 말박물관을 방문했을 때에는 말 전시실을 별도의 건물에 마련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독일 사람들의 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내부에는 말의 생리적 구조에 대해 다양한 시각 효과를 활용하여 설명하고 있고, 과거 탄광 지역에서는 말이 수송의 기능을 담당해 그 덕분에 말 소유자들이 탄광 채굴자와 말과 관련된 계약을 매우 소상히 맺었음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직접 인공 말안장에 올라 승마 체험을 할 수 있었고, 승마, 경마 등 말 관련 스포츠를 소개하는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었다. 비록 방대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말에 관심을 가진 어린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망울은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직감은 충분히 들 수 있었다.

1806.jpg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가능… 친환경 산업 기조와 부합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 조선산업, 혹은 영화산업과 같은 것은 상대적으로 친숙한 용어인 데 비해서 말산업(Horse Industry)은 다소 생소한 개념이다. 아w리 생활과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보면 말은 다른 가축들과 더불어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동물이었고, 오랜 기간 동안 인간과 더불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교통수단을 위시하여 인간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기능 이외에 지역에 따라서는 식용으로도 사용하였다. ‘마력(horse power)’, ‘천고마비(天高馬肥)’ 등 말과 연관 있는 생활 속의 많은 개념들도 현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더라도 말은 인간과 매우 친숙한 동물이었고, 유럽의 경우에는 말은 일종의 신분을 나타내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실상 말은 오랜 역사 동안 인류와 더불어 공존해 왔고 인간은 말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산업화에 등을 떠밀리면서 어느 새인가 인간과의 친밀함도 더불어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말과 관련된 다양한 응용 분야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말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승마가 올림픽 종목으로 무려 6개의 메달을 걸고 있고 유럽에서 승마는 이미 귀족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차원에서도 승마는 저변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말을 이용한 치료(horse therapy)도 확대되고 있으며, 승마장을 활용한 패션산업과의 연계까지 그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말은 스포츠나 레저 활동의 중심에 있을 뿐 아니라 승마와 관련된 유명인사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고 마장 등 기본 설비가 필요함으로 인해 지역의 관광자원과도 연계 활용될 수 있는 다각적인 활용 가능성이 보이는 시점이다. 게다가 말산업은 친환경적인 산업으로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와도 부합하며, 말을 이용한 서비스는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리고 말의 생산, 사육, 보건, 소유 등을 위한 거래 등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 또한 말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고무시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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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국제승마대회를 개최하여 갑자기 온 국민이 승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승마는 수영처럼 아직은 세계의 벽이 높은 종목인 것도 분명하다. 따라서 경제적 관점에서만 국제승마대회의 효과를 거론하는 것은 분명 타당치 않고 그럴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살아온 말을 재조명하고, 체력뿐 아니라 인성 형성에도 도움을 주는 승마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려면 ‘수업은 빼먹고 운동만 하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말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접 체험 프로그램과 더불어 간접적으로 말을 접할 수 있는 박물관, 동물원 등의 시설을 구축하는 것도 매우 절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승마는 우리에게 접근 금지의 스포츠일까? 아니면 적극적인 정책적 관심 속에서 출입을 허락받을 수 있는 종목일까? 출장 기간 동안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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