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 베네치아 카니발! 그곳엔 주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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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460회 작성일 10-10-0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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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개의 섬과 150여 개의 운하, 400여 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이탈리아의 대표적 물의 도시 베네치아, 영어로는 베니스(Venice).
9~15세기경 지중해를 장악한 베네치아는 동서양 문명의 연결고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의 영화를 뒤로한 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흥얼거리는 ‘산타루치아’의 노랫가락으로 더 익숙하다. 이탈리아 북동쪽에 있는 ‘운하의 도시’이자 ‘바다의 도시’인 베네치아는 도심 중앙을 Z자 형태로 대운하가 흐르고 도심 곳곳이 작은 운하와 다리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가 다니지 않는 도시가 베네치아다. 엄밀하게 말하면 차가 다니지 않는 게 아니라 다닐 수가 없다고 하는 게 맞다. 도로가 매우 좁고 이마저도 얼마 못 가서 운하로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대신 크고 작은 운하를 따라 수상교통이 발달했다. 집집마다 현관문 앞에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수상버스인 바포레토(Vaporetto)와 고급스런 곤돌라(Gondola)가 지역민과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센세이션’ 일으키다
이렇게 아름다운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는 천년의 역사를 가진 카니발이 열린다. 과거와 현재, 바다와 육지가 공존하는 황홀한 풍경의 도심에서 다시 시간을 넘나드는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올해 2008년에도 베네치아에서는 어김없이 카니발이 열렸다. 중세시대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과 과거의 향기를 내뿜는 도심 풍경은 관광객들을 과거로 여행 온 듯한 착각에 빠뜨린다.
베네치아 카니발이 열리는 기간은 사순절, 부활절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원래 카니발의 어원은 라틴어의 카르네 발레(Carne: 고기, vale: 격리)다. ‘고기에게 작별을 고함’이라는 뜻이다.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부활절 40일 전부터 시작되는 사순절에는 예수가 황야에서 단식한 것을 생각하면서 고기를 먹지 않는 풍습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열리는 카니발 기간에 실컷 고기를 먹고 즐겁게 놀던 것이 그 시초다. 베네치아 카니발 또한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 이전에 모든 축제가 막을 내린다. 그래서 축제 기간도 매년 달라진다.
2008년 축제는 1월 25일부터 2월 5일까지 12일간 개최되었다. 올 행사의 키워드는 ‘Sensation’. 주제부터가 관광객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2008 Sensation Opening Party’에서는 미국의 흑인 가수가 개막을 알리면서 다시 한 번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가수는 이탈리아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미국인 흑인 여가수는 전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며 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베네치아 카니발은 늘 마리 축제(La Festa delle Marie)로 그 서막을 알린다. 마리 축제는 7명의 젊은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것을 기념한다는 스토리로 구성된 퍼레이드 행사다. 마리 축제를 기점으로 산마르코 광장과 그 주변은 매혹적인 의상과 창의적인 가면 차림의 일반 참가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베네치아 카니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가면무도회다. 단연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흥밋거리다. 산마르코 광장에 가면무도회가 열리면 가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축제 참가자들이 오케스트라 음악에 맞춰 왈츠와 카드릴 등을 추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가면무도회가 끝나면 올해 카니발 최고의 패션 콘테스트가 열린다. 콘테스트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산마르코 광장에 운집한 수만의 관광객들 앞에서 자신들의 독특한 가면과 의상을 맘껏 뽐내며 무대에 오른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하여 1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란 생각이 들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의상과 가면은 주민들의 자긍심이자 열정
베네치아 카니발이 시작되면 수천 명의 군중이 베네치아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산마르코 광장으로 모여든다. 갖가지 모양의 가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은 가장 행렬이 광장을 가득 메워 장관을 연출한다. 이들의 의상은 정교하게 만든 중세시대 귀족 복장부터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초현대적인 것까지 아주 다양한데, 이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한 지역주민들이다.
예전부터 베네치아 주민들에게 가면과 의상은 그들의 경제력과 창의성, 기술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큰 의미를 지닌다. 화려한 색깔과 독특한 형태의 가면과 황홀한 의상을 입은 수많은 카니발 참가자들이 산마르코 광장을 돌아다니며 우아한 자태를 한껏 뽐내고 관광객들을 위해 포즈를 취한다. 산마르코 광장 전체가 거대한 야외 패션쇼의 런웨이가 된다. 카니발 추진위원회에서 전문 모델을 고용했다고 의심이 들 정도로 축제 참가자들의 세련된 포즈는 관광객의 넋을 빼앗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은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특히 알 듯 모를 듯, 가면에 가려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은 가면을 쓴 사람을 더욱 신비하고 모호하게 만든다.
카니발은 산마르코 광장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베네치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로 같은 골목 골목마다 가장행렬이 이어지고, 갖가지 형태의 가면을 제작하는 상점들은 거리의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운하와 강 위에는 곤돌라들이 화려한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한다. 미리 정해진 규칙이나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즐기면서 진행되는 것이다.
이 축제에서는 누가 진행자이고 누가 관광객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축제 참가자들은 늘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포즈를 취해줄 줄 안다. 축제 참가자들도 매력적인 가면과 의상을 만나면 또 상대방의 사진을 찍고 즐긴다. 12일 동안 밤낮으로 자유롭게 주인공과 관람객의 제한없이 모든 것이 허락되는 베네치아 카니발. 그 속에서 관광객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동화되고 이것들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주민의 참여가 축제 다시 일으켜
베네치아 카니발에서 왜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축제장에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계급사회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베네치아 카니발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다만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카니발은 1039년에 열렸다. 바로 베네치아 카니발의 시작을 알리는 마리 축제가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세시대에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구분된 엄격한 신분사회를 유지했다. 피지배계급은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카니발 기간에는 모두 동등하게 넘을 수 없는 신분계급을 뛰어넘어 광장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피지배계급에게 카니발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기간이고, 억눌렸던 마음과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불만을 해소하는 기간이었다. 그러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민얼굴로 그렇게 하기는 내키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을 가면과 화려한 의상으로 가려 얼굴과 몸을 숨김으로써 더욱더 자유를 만끽했을 것이다. 지배계급도 잠시나마 피지배계급이 긴장을 해소하게 함으로써 일상에서의 일탈을 방지하는 카니발의 순기능적 요소를 활용하고자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베네치아 카니발은 천년을 이어온 축제의 원형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브랜드화하여 산업화하고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러한 축제의 원형은 지금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더욱 성숙한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19세기 이후 베네치아 카니발은 변화가 없는 축제로 여겨지며 관광객들에게 외면받아 쇠퇴의 길을 걸은 적이 있다. 그렇게 경쟁력을 잃어가던 축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들이 바로 베네치아 주민들이다.
축제추진조직을 베네치아 시당국에서 지역 시민단체와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베네치아카니발위원회’로 전환하고, 베네치아의 극장, 예술계 동호인들이 협력하여 축제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카니발 기간에 여러 가지 이벤트와 엔터테인먼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변화는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신문이나 방송매체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서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일반 사람들이 세계에서 몰려든 많은 대중 앞에 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MC로 명성을 쌓은 유재석도 신인시절에는 일명 ‘울렁증’이라고 하는 무대공포증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수천 명의 일반인들이 수천, 수만 명의 대중이 운집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춤을 춘다. 유재석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진 주민들인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가면이 아닐까. 그래서 가면과 가장의 세계는 신비한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자신감과 열정, 재능 등을 꽃피우게 하는 측정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가면은 우리를 변화시켜서 다른 사람이 되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풍자함으로써 사람들을 웃길 수도, 울릴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유재석이나 강호동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베니치아 카니발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해학과 풍자, 유머와 위트가 넘쳐난다. 우리나라에도 안동탈춤 페스티벌이 있다. 아직은 세계 최고 수준의 축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무한한 경쟁력을 가진 축제로 성장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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