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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사면서 즐긴다_착한 미술시장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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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361회 작성일 10-10-0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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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미술시장 ‘봄봄’
미술을 사면서, 즐긴다


쉽고 편하게 만나는 미술시장은 훌륭한 예술교육 공간
누구나 좋은 것을 알게 되면 나누고 싶어 한다. 음식이나 물건처럼 형태를 띤 것은 줄어들어서 아까울 수 있지만 무형의 자산은 나눌수록 커진다. 예술작품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미술품 판매회사 봄봄(www.vomvom.net)을 만든 동갑내기 박보미(31) 씨와 문현미(31) 씨가 그랬다. 홍익대 회화과를 다닌 두 사람은 ‘입시미술’에서 벗어나 미술학도로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면서 미술이 지닌 긍정적인 힘을 깨닫고 이를 나누고 싶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보며 아! 나도 저런 감정을 느꼈어, 하고 알게 될 때 참 기쁘거든요. 공감이죠. 미술작품은 치유의 도구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박보미)
하지만 두 사람의 눈에 미술은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고, 미술이 지닌 선한 힘은 갇혀 있었다. 원인의 하나는 미술계까지 깊이 침투한 시장논리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만날 때 느끼는 기쁨보다 어느 예술품 경매장에서 어느 유명 작가의 작품이 몇 십억 원에 팔렸다는 기사에 더 관심이 많았다. 미술작품은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재테크 수단으로 쓰이고 있었다. 작품이 재산으로 여겨짐에 따라 안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브랜드가 중요해졌다. 몇몇 이름난 작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가들은 대중에게 외면받았다. 그들의 작품은 가끔씩 전시회가 열릴 때나 빛을 볼 뿐 늘 지하 창고의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다.
시장논리는 미술 애호가들과 미술 사이에도 장벽을 높이 쳤다. 고가의 명품이 휩쓰는 미술시장에서 미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사서 서재나 거실에 걸어놓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은 드물었다. 그들에게 지하상가나 길거리에서 파는 ‘이발관 그림’이나 성의 없이 그린 ‘공중화장실용 작품’은 값은 쌌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술을 즐기는 법을 잘 몰랐다. 기실 우리 사회는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서 미술계에는 소외가 뿌리 깊었다. 작가도 애호가도 미술작품도 모두.
“그림은 작가의 정신세계를 표현한 것이고 그의 분신과 같습니다. 작가가 스스로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의 제조자로 여기게 되면 그의 작품에도 그런 이미지가 담기게 됩니다.”
박씨는 많은 작가들이 대중이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는 데 따른 외로움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 느낌이 작품에 담길 때 사회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두 사람는 ‘착한’ 미술시장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미술을 만나 즐기고, 재능 있는 예술가와 순수예술 애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시장 말이다.
그래서 만든 게 2004년 세상에 얼굴을 내민 봄봄이라는 회사다. 회사 이름에는 자신들의 지향을 고스란히 담았다. 봄봄의 봄은 생명 가득한 계절인 봄이라는 뜻이다. 돈의 논리만이 삭풍처럼 몰아치는 미술시장에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봄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또 다른 뜻은 ‘보다’에서 따왔다. ‘보다’의 명사 ‘봄’을 두 번 쓴 것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두 가지 ‘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와 애호가가 작품을 보고, 서로를 본다. 서로를 보는 모임은 커뮤니티를 뜻한다. 서로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그래서 봄봄이다.
‘바람이 말을 걸다’를 주제로 열린 행사 때 관객은 봄봄에서 받은 ‘지령문’에 따라 ‘붉은 의자 오른쪽 1번째에 앉아 30초간 바람 느끼기’를 해본 뒤 전시장 안에 들어가 바람을 주제로 한 그림을 감상한다.
전시장에는 바람이 인간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림이 걸려 있다.
주제와 관련한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보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본 뒤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느끼기도 한다.



온라인 미술클럽에서 그림 보는 법 익힐 수 있어
두 사람은 봄봄을 통해 사람들에게 미술을 알고 즐기는 방법을 일러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봄봄의 다정한 미술 이야기’의 탄생 배경이다. 2003년 ‘친근하게 놀기’ 프로젝트로 시작된 ‘다정한 미술 이야기’는 미술작품에 영상.음악.춤 등을 섞은 퓨전 전시회다. ‘눈물 나는 날’, ‘처음처럼 보다’, ‘바람이 말을 걸다’ 등 행사 때마다 주제가 주어지고 그에 맞는 그림과 함께 참가자들이 미술작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영상.음악.체험 등이 덧붙는다.
‘바람이 말을 걸다’를 주제로 열린 행사 때 관객은 봄봄에서 받은 ‘지령문’에 따라 ‘붉은 의자 오른쪽 1번째에 앉아 30초간 바람 느끼기’를 해본 뒤 전시장 안에 들어가 바람을 주제로 한 그림을 감상한다.
전시장에는 바람이 인간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모습을 담은 그림이 걸려 있다. 주제와 관련한 음악을 들으며 작품을 보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본 뒤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느끼기도 한다.
해마다 한두 번씩 지난해 말까지 모두 여덟 차례 열린 ‘봄봄의 다정한 그림 이야기’는 행사 때마다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문현미 씨는 “그림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봤을 때 새로운감동을 줄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새로운 미술을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질문을 던지자 두 사람 얼굴에 금세 웃음꽃이 핀다. “모두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
“저 그림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은 늘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가 있군요.”
“좋아하는 밥상을 차려놓고 떠 먹여주듯이 친절하게 그림 감상을 할 수 있게 해주어요.”
‘봄봄의 다정한 그림 이야기’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두 사람은 온라인 미술클럽(Art-vomvom.cyworld.com)을 만들었다. 클럽은 대중이 미술에 쉽게 다가가게 만들어주는 미술학교이자 작가들의 온라인 갤러리이며 미술계 소식이 오가는 사랑방 등 여러 가지 구실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이 클럽에서 ‘고요함에 스며들다’, ‘상상 속에서 놀다’, ‘엉덩이를 훔쳐보다’, ‘동물과 말하다’ 등 주제별로 작품을 만나 그림을 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무려 1,800명이 넘는 회원들이 클럽을 찾고 있다. 작가들도 많다. 자신만의 ‘갤러리’를 가진 14명의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갤러리를 갖기 위해 ‘내가 그렸어요’에 그림을 올려 ‘실적’을 쌓는 작가들도 수십 명이 된다. 클럽 사이트에 올라 있는 작품 수만 2,800점이 넘는다.

릴레이 아트 프로젝트 형식의 독특한 회사 운영
봄봄은 재능 있는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일도 한다. 시작은 2004년 ‘그림 이야기’를 보러 온 한 쇼핑몰 직원의 권유에 의해서다. 그 인연으로 봄봄은 CJ쇼핑몰에 입점해 그림과 관련 이야기를 함께 올렸다. 그림값은 10만~300만 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장사는 재미를 못 봤다. 그림을 보러 ‘찾아오는’ 사람은 많았지만 팔린 그림은 10여 점에 불과했다. 벌이는 신통치 않았지만 미술시장에 대해 큰 교훈을 얻었다. 박보미 씨는 “사람들이 그림은 열심히 보지만, 모니터를 보고 비싼 그림을 사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서도 “그림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런 사실은 사람들이 ‘미니홈피’ 배경으로 그림을 적지 않게 산다는 데서도 입증됐다. 싸이클럽에서 봄봄의 배경그림, 이른바 스킨 매출액은 한 달에 천만 원이나 된다. 물론 그 돈의 대부분은 사이트 운영 회사로 가고 봄봄의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몇 십만 원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얘기를 듣다 보니 조금 걱정이 됐다. 뜻은 좋지만 봄봄은 회사. 이렇게 해서 운영이 될까? 봄봄이 버티는 힘은 독특한 회사 운영방식에 있다. 봄봄은 1인 회사다. 대표이사인 박씨가 유일한 직원이다. 사무실도 없다. 온라인 사이트는 박씨와 문씨가 주로 운영하고 회원들이 함께 거든다. 경상비가 거의 들지 않는 구조다. 사업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필요한 인원을 모아 진행한다.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박씨를 뺀 다른 사람들은 흩어져서 각자의 길을 간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때마다 참여자는 대부분 바뀐다. 박 대표처럼 깃발을 들고 가는 사람은 있지만 팀은 늘 새로운 사람들로 꾸려진다. 그래서 봄봄은 자신들의 사업을 ‘릴레이 아트 프로젝트’라 부른다. 아직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에게 인건비는 고사하고 활동비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봄봄을 통해 미술 만나 행복해졌으면...
그럼에도 꿈은 크다. 재능 있는 작가 발굴, 중저가의 합리적인 미술시장 개척, 미술의 대중화, 협동조합형 기업 지향 등이 봄봄이 이뤄내야 할 목표다. 꿈의 실현은 멀지만 꿈은 주위에서 인정받아 사회적 기업을 뽑아 시상하는 제2회 한국소시얼벤처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멘토로 인연을 맺은 민병수 경주대 초빙교수는 봄봄이 제대로 된 회사로서 꼴을 갖춰가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봄봄의 가장 큰 힘은 뭐니 뭐니 해도 회원들이다. 올해 봄봄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세 번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박현진(33) 씨와 이화연(34) 씨 모두 클럽 회원 출신이다. 박씨는 지난 2월 한국예술종합대학 멀티미디어영상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총괄기획을 맡고 있고 이씨는 아동미술 아티스트로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합류했다.
2008년 봄, 봄봄은 새로운 봄 꿈을 꾸고 있다. 3차 프로젝트다. 뼈대는 커뮤니티에 근거한 온라인 아트마켓이다. 올해 테스트를 거쳐 2009년 초에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온라인 아트마켓은 봄봄이 사회적 ‘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 10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할 뜻을 밝혀왔다. 봄봄은 온라인 아트마켓이 성공을 거두면 전국에 오프라인 판매점도 낼 생각이다. 아트상품 개발 판매도 봄봄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하나다.
“회사로서 봄봄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봄봄을 통해 미술을 만나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면 미술가와 애호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업 봄봄도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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