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에서 길을 문다_모로코 페스의 수크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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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76회 작성일 10-10-0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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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의 서북단인 모로코의 페스 공항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항 청사의 낯선 아라비아 글자. 아마 페스 국제공항이라고 쓰여 있을 듯한데 어찌 보면 초승달을 닮은 듯한 아라비아 글자는 그 생경함이 약간의 당혹감마저 일으킨다. 하지만 한글을 보는 외국인들의 반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 마치 그림을 보는 듯하다고 하니 문화의 상대성이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인류의 운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편 그런 다양성이 큰 지구촌을 만들고 우리의 삶 역시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리라.
메디나를 품은 페스는 서기 800년경 처음으로 건설되어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명실상부한 모로코의 정신적, 종교적인 수도다. 그 중에서도 수크는 페스를 대표하는 곳으로 정부는 특히 그 보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수크는 워낙 많은 골목길이 이리저리 얽혀 있어 외지인이 다니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지 가이드와 같이 다니게 된다.
모로코의 정신을 담은 시장, 수크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인 메디나로 향한다. 너무나 싼 버스 요금에 놀라고 버스 안에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조그만 매표소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사람이 앉아 요금을 받는 것에 한 번 더 놀란다. 새삼스레 내가 아프리카에 왔구나, 생각하며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아직 산업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나라의 모습 그대로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끔씩 머리에서 발까지 길게 드리운 모로코의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이 눈에 띈다. 그러다 청바지와 청재킷 차림의 여드름이 한창 꽃을 피우는 소녀를 보니 어쩐지 눈에 익은 느낌에 정감이 가기도 한다.
버스는 신시가지인 ‘빌 누벨’을 지나가는데 이곳은 프랑스가 모로코를 식민지로 지배할 당시 지은 현대식 시가지로 아주 오래된 구시가지인 메디나와 상당히 대조적으로 깨끗한 거리와 건물들이 쾌적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메디나를 품은 페스는 서기 800년경 처음으로 건설되어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명실상부한 모로코의 정신적, 종교적인 수도다. 그중에서도 수크는 페스를 대표하는 곳으로 정부는 특히 그 보존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드디어 메디나 후문에 도착하니 길을 가득 메운 작고 빨간 택시인 ‘쁘띠 딱시’들 너머로 보이는 당나귀나 노새 같은 동물들이 이채롭다. 시내에서도 가끔 본 이 동물들은 좁은 길이 미로처럼 나 있기로 유명한 페스의 시장 수크에서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차가 지나갈 수 없는 길을 온갖 물건을 싣고 다닌다. 물론 그래서 가뜩이나 좁은 길이 더욱 좁아져서 뒤에서 주의를 주는 큰 소리가 들리면 일단 뒤를 돌아보고 길을 피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동물들이 가죽이나 수공예품 등을 등에 지고 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데 때로는 이웃 가게에 몸을 피해야 할 정도로 길이 좁아지기도 한다.

이리 가도 골목, 저리 가도 골목
수크는 워낙 많은 골목길이 이리저리 얽혀 있어 외지인이 다니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지 가이드와 같이 다니게 된다. 이 가이드를 구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공식 가이드를 여행안내소에서 소개받는 것이고, 둘째는 골목에서 눈치껏 다가와서 말을 거는 가이드와 아주 자연스럽게 동행하는 것이다. 당연히 가이드 요금은 공식 가이드가 비싼데 비공식 가이드를 택해도 여기저기 번갈아가며 다니다 보면 결국 비슷한 요금이 나온다. 하지만 주로 청년들이나 아이들이 하는 비공식 가이드도 생동감이 있고 현지인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되어서 나름대로 재미있으니 두 가지 방법 중에서 고르면 되겠다.
골목에는 물론 거리 표시도 있고 가끔씩 명소를 표시하는 지도도 나와 있지만 다 비슷한 골목에 방향을 찾기도 힘들다. 이리저리 정처 없이 다니다 필자가 처음으로 만난 가이드는 자신을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젊은 청년. 동물의 가죽을 무두질하고 염색하는 페스의 유명한 ‘타네리’가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라 쉰다는 말로 나를 현혹한 친구다. 물론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어쨌든 타네리에 가보고 싶어 그를 따라나서니 좁은 골목을 잘도 헤쳐 나가다가 드디어 어느 가죽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전망 좋은 곳 제공받고 자연스레 쇼핑도
한 3층 정도 되는 계단을 점점 올라갈수록 생선 비린내 같기도 한 고약한 냄새가 점점 강해지는데 마침내 건물 옥상에 다다르자 가죽을 손질하는 큰 타네리가 나타난다. 코를 막으라고 박하 잎을 주는데 이것을 코에 대고 있으면 조금 악취가 덜해지기도 한다. 타네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하얀 액체가 담긴 곳은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곳이고, 그 옆 여러 색깔의 액체가 담긴 곳은 염색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액체들은 모두 비둘기의 배설물과 원하는 색깔을 가진 여러 식물의 꽃을 사용해서 순전히 자연 재료들로만 만든다고 한다. 액체에 무거운 가죽을 넣고 아래의 가죽을 다시 위로 올리고 또 이것을 나르고 하는 작업을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하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닐 듯하다. 그들의 가녀린 다리에서 노동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이드를 따라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그와 헤어지고는 모로코의 전통요리인 ‘타진’을 맛보는데 강한 향신료 냄새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런대로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모스크를 찾아갔는데 옆에서 자꾸 ‘my friend’를 외치는 소년이 있다. 그를 따라 모스크가 위에서 잘 보인다는 어느 건물로 들어가니 이곳 역시 가게다. 수크의 수공예 가게들은 이렇게 전망 좋은 곳을 제공하고 자연스럽게 쇼핑을 유도하는 방법을 쓰는데 가이드들은 이 가게들과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그런데 겉에서 보아서는 원하는 가게를 찾기도 힘들 뿐 아니라 멋진 전망을 제공해주는 장소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소개를 받는 방법도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헤나만큼 진한 수크 사람들의 인정
어린 소년이어서일까. 이제 12살이라는 ‘유세프’가 소개해준 곳은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눈이 아주 맑고 영어와 프랑스어까지 구사할 줄 아는 이 영리한 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유세프의 아버지는 아까 본 타네리에서 일하고 자기는 지금 방학이라 이렇게 가이드 일을 한다고 한다. 이 똘똘한 아이가 벌써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일을 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대견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세프와 다시 찾아간 곳은 또 다른 모스크와 ‘헤나 수크’로, 몸에 헤나라는 물감으로 간단한 문신을 새기는 시장이 있는 곳이다. 헤나는 원래 인도에서 건너온 것으로 천연 물감인 헤나는 미용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헤나 문신을 해주는 젊은 과부인 ‘파티마’는 주사기에 물감을 먼저 넣고 그것을 조금씩 새어 나오게 누르면서 몸에 여러 문양을 새기는데 따뜻한 햇볕 아래 한 10분 정도 앉아 있자 멋진 문신 하나가 탄생한다. 헤나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수크 한구석에 앉아 유세프와 파티마, 옆의 가게 아저씨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수크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가는데 석양에 헤나의 색깔이 점점 더 진해져서 인정 많은 이 사람들을 닮아가는 듯하다.

Tip 페스는 유럽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거나 인접한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모로코 탕제로 들어간 후 기차를 이용해서 가면 된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이슬람 국가에서는 마음대로 사진을 찍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므로 미리 허락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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