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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예수살렘_에티오피아 랄리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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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667회 작성일 10-10-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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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문화 고수…밀레니엄 준비 한창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아프리카를 들여다보면 북동쪽 근방에 뾰족한 뿔 모양을 한 땅이 하나 보인다. 아프리카에서 전혀 아프리카답지 않은 땅, 에티오피아다. 흔히 아프리카 하면 사막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에티오피아는 사막뿐 아니라 고원과 초원을 다 가지고 있는 나라다.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에티오피아에 대해서도 우린 그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맨발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아베베의 나라, 기아와 빈곤의 나라, 에이즈 천국인 나라, 이 정도가 우리가 에티오피아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3,000년 역사의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열강의 식민통치를 받지 않은 나라다. 대한민국의 5배 정도 되는 땅덩어리에 현재 약 7,70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약 80개의 종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에리트리아, 지부티, 수단, 케냐, 소말리아가 에티오피아의 이웃 나라다. 이집트도 에티오피아에서 그리 멀지 않다. 공용어로 에티오피아 고유 언어인 암하릭(Amharic)어와 영어를 사용한다.
서력이 아닌 율리우스력에 의한 고유의 달력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에디오피아에서는 신년이 9월 11일에 시작되며, 1년이 12개월이 아닌 13개월이다. 올해가 아직 1999년인 이곳은 다가오는 밀레니엄 준비로 온 나라가 아주 분주하다. 그리고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하는 ‘12시간제’를 사용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는 ‘유러피안 캘린더’, ‘유러피안 타임’을 병용하고 있지만 고유문화의 고수를 정책적으로 밀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가 홍보자료에도 이런 내용을 반드시 포함시키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지금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6,000여 명의 지상군을 우리나라에 파병했던 나라다. ‘칵뉴 부대’라고 불리던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은 황제의 근위병들로,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이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웠고, 전쟁이 끝난 후 잔류 부대원들은 비무장지대 근방에 고아원을 만들어 전쟁고아들을 돌보기까지 했다. 현재 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활동을 비롯해 정부 차원에서 혹은 각 종 NGO 및 선교단체들이 에티오피아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고 있지만, 불과 50여 년 전은 에티오피아가 우리를 도와주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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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 요르단 강이 있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에는 고유의 토착종교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슬람교도 북아프리카 정도까지밖에 포교가 되지 않았다는 아프리카에 역사도 찬란한 기독교 왕국이 있었으니, 이 나라가 에티오피아다. 이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교리상의 차이로 서구 기독교 문화와는 단절되어 에티오피아만의 독특한 기독교 문화를 형성해왔는데, 현재 국민의 50% 정도가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이고, 이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게 이슬람교 신자다. 그리고 아주 소수가 프로테스탄트이니, 이 나라 국민 대다수는 같은 신을 믿는다고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정교는 1974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까지 황제를 수장으로 한 에티오피아의 국교였다.
에티오피아의 랄리벨라(Lalibella)에 가면 에티오피아 정교회가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할 수 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못 했다. 커다란 암반 한 장을 위에서부터 때리고 쪼아 내려가며 만든 교회? 그것도 교회 하나가 아니라 교회군(群)이라고 표현해야 할 만큼 그 수가 많다? 의아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프리카의 제2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랄리벨라는 암굴교회로 유명한 곳이다. 역사적으로는 로하(Roha)라고 불렸으며, 현재까지도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의 중심 순례지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동쪽으로 약 500㎞ 떨어져 있고,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서기 1세기부터 세력을 떨쳤던 악숨(Axum) 왕조의 힘이 다하자, 그 뒤를 이어 12세기 초에 자그웨 왕조가 탄생한다. 랄리벨라(12세기 말~13세기 초 재위)는 자그웨 왕조의 가장 탁월한 군주로, 그는 수도를 북부인 악숨에서 로하로 천도했고, 지명도 로하에서 랄리벨라로 바꾸었다. 그 후 로하는 약 300년 간 자그웨 왕조의 수도였다.
랄리벨라 왕은 성지인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 이슬람 세력에 점령당해 순례가 어려워지자, 로하에 제2의 예루살렘 건설을 시도한다. 랄리벨라에 ‘요르단 강’이나 ‘골고다의 집’ 등 예루살렘을 본뜬 이름이 존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규모에 압도당하고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로하로 수도를 옮긴 랄리벨라 왕은 당장에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기술자들을 동원해 교회 건설에 들어간다.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은 ‘요르단 강’이라 이름 지었고, 요르단 강을 사이에 두고 그 북쪽과 남쪽에 각각 5개,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다 또 하나를 지어 모두 11개의 교회가 들어섰다. 무려 120여 년이 걸린 이 작업은 랄리벨라 왕의 사후에도 계속되었다. 교회 건설에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랄리벨라가 해발 3,000m가 넘는 고지대이고, 응회암 암반을 파내 그 속에 지하 교회를 세우는 일이 아주 고된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암반을 쪼아 만든 이 암굴교회군은 실제로 보면 먼저 그 규모에 압도당한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견고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척이나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교회군은 다 지하에 있는데 현대의 건축기술로도 어떻게 그런 건물을 지었는지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기독교의 부활을 꿈꾼 사람들의 간절함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까. 현재 에티오피아는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10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랄리벨라의 암굴교회군은 1978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랄리벨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교회 순례의 제1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메드하네 알렘 교회(Medhane Alem Church)는 요르단 강 남쪽에 있다. 이곳에는 속이 텅 빈 3개의 묘가 안치되어 있는데, 각각은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을 상징한다. 현재 보수공사 중이라 철근 등이 교회 전체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기는 힘들지만, 그 규모만큼은 얼마나 장대한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티켓을 사서 출발한다. 교회 순례는 혼자서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정부에서 공인한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게 된다. 가이드들은 아주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나이가 어려 보여도 십수 년 경력은 기본이다. 특별한 일거리가 없는 이곳에서 정부 공인 가이드는 부러움을 사는 직업이라고 한다. 모든 가이드는 현지어 외에 외국어 한두 개 정도는 능숙하게 구사하는데, 제대로 된 학원 하나 없는 랄리벨라에서 불어, 독일어 등을 혼자서 마스터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순교자와 관광객들이 펼치는 장관
메드하네 알렘 교회 서쪽에 있는 세인트 마리암 교회(St. Maryam Church)는 정면 입구 윗부분에 기마상 부조가 있고, 창틀은 고대 악숨의 독특한 양식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악숨 왕조의 힘이 다해 랄리벨라로 천도했다지만 암굴교회의 창틀에, 혹은 기둥에 여전히 악숨 왕조는 살아 있었다. 북부 도시 악숨에 가면 악숨 왕조는 현재까지도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인트 마리암 교회 내부에는 인류의 발상과 종말을 상징하는 유명한 벽화가 있다. 이 벽화는 15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며, 북쪽에 있는 교회군가운데 벽화가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가장 나중에 세워져 다른 교회군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세인트 기오르기스 교회(St. George Church)는 평면구조가 가로 12m, 세로 12m, 높이 12m의 정십자형이며, 건물 꼭대기에 세 겹의 십자가를 조각해놓았다. 창틀은 다른 교회와 마찬가지로 악숨 양식으로 만들어졌고, 사제가 상주하며 예배도 드릴 수 있다. 그리고 ‘기즈’(Geez, 암하릭어의 모체가 되는 언어로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들은 신의 언어라고 말하며, 지금도 교회 내에서 사용된다)로 씌어 있는 성서를 볼 수 있다.
현재 유네스코의 지원 아래 교회군 전체가 보수공사에 들어간 상태인데, 보호를 위한 쇠막대기나 지붕 커버가 없는 유일한 교회다.
세인트 기오르기스 교회 외에도 모든 교회는 현재도 사제가 상주해 있고 예배를 드릴 수 있다. 예배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수천 년 된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전통의상인 흰색의 ‘가비’를 입고 있다. 둥, 둥, 둥! 북소리와 함께 새벽 5시쯤 시작되는 예배를 위해 암굴교회 곳곳에 하얀색 가비로 온몸을 두른 사람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랄리벨라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에티오피아 정교회 신자이기 때문에 페스티벌을 비롯해 종교 관련 행사가 열릴 때면 온 도시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암굴교회군과 화려한 종교행사 개최로 랄리벨라에는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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