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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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685회 작성일 10-10-1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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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경관 해치지 않기
“도시들은 기업 중심의 환경(분위기)보다는 사람 중심의 환경이 필요하다.” ─ 리차트 플로리다
사람들은 도시를 선택한다. 그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고 살기 위해, 편안하고 여유로운 노년을 보내기 위해, 관광을 위해, 공장을 옮기기 위해, 교육을 위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데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다. 물가, 교육기관의 수와 질, 사회 인프라 구축 정도, 안전, 각종 편의시설, 환경 등과 같은 변수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문화. 문화기반시설, 문화예술 프로그램, 문화적인 도시 공간, 그 외 지역의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축제와 산업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문화’는 이제 사람들이 한 도시를 선택하는 데 있어 다른 어떤 변수보다 더 크고 강력한 매력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코펜하겐이라는 조그마한 도시가 어떻게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었는지 살펴보자.
인구 49만여 명(2000년 기준)의 작은 도시 코펜하겐. 1145년에 덴마크의 수도가 되었으며, 우리에게는 안데르센 동화 속 인물로 유명한 인어공주상이 있는 도시.
코펜하겐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와이어로 이어진 가로등과 사거리 신호등이다. 이들은 이탈리아와 같이 도시경관과 조망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일정 거리 이내 차도에서는 와이어로 주변 건물 벽에 연결·설치했다. 넓은 공간의 경우 철제 빔을 설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로등과 신호등이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다.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일반적인 신호등과 가로등이 강풍에 버티는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것이 동행한 건축학 박사의 의견. 지역으로 가면 이 철제 빔이 가로등과 신호등을 지지하는 기능 외에 전선과 케이블 선을 연결하고, 광고를 붙일 수 있는 다목적 기능도 수행한다. 여러 기둥들을 따로 세우는 것보다는 훨씬 단순하고 간결하면서 도시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주차난과 교통 체증 때문에 자전거를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건물과 주요 역 주변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으며, 거의 대부분 차도의 마지막 하위 차선은 자전거도로로 운영되고 있다. 자전거를 위한 신호등이 설치된 구간도 눈에 띈다. 자전거 운전자는 차량을 운전할 때와 같이 좌회전, 우회전, 정지를 수신호로 보행자와 뒤따르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빠른 속도지만, 정해진 구간과 수신호를 이용하니 보행자와 얽히거나 뒤따르는 자전거와 부딪치는 일은 거의 없다. 차량 억제와 환경 보존을 위해 자전거 타기를 독려하는 한편, 이의 실질적인 확산을 위해 자전거 도로를 정비·확충하고 자전거 이용 규칙을 정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일부 차량 운전자들은 극심한 주차난을 겪어야 했으며, 도심 주차장 확보를 위해 중앙분리대의 일부를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시청 앞 광장은 어떠한가? 쉴 벤치나 휴식공간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공공기관 앞의 삭막한 공간과 대비될 수 있는,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사람들에게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도시 인류학자 윌리엄 화이트의 공공장소 설계의 원칙처럼 광장이나 공원은 지역민들이 쉴 수 있는 쉼터의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Wonderful Copenhagen’
코펜하겐의 문화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원더풀 코펜하겐’을 찾았다. ‘원더풀 코펜하겐’은 1992년 설립된, 코펜하겐 지역의 국제회의와 관광 공식기구로서 전체 예산의 50%는 덴마크 정부와 지역 정부로부터의 지원, 나머지 50%는 기업의 기부나 수익사업을 통해 조달하고 있으며, 75명이 상주하고 있다.
코펜하겐의 도시 발전을 위한 문화전략의 주요 특징은 스포츠와 문화예술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인구 50만 도시 규모에 맞는 스포츠 마케팅을 위해 탁구선수 Maze Michael(세계랭킹 17위, 2005년 7월 기준)을 코펜하겐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탁구를 도시 마케팅 스포츠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의 성과로 2005년 제2차 세계탁구톱랭크대회를 유치하였으며, 장기적으로 2024년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북유럽 국가간에도 독특한 분야인 패션과 음식 등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유럽에서 세 번째로 각광받는 패션 도시인 코펜하겐에서는 ‘코펜하겐 패션 페스티벌’이 연 2회, 음식 페스티벌이 매년 인근 상점들과 연계하여 개최되고 있으며,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코펜하겐은 물론 덴마크 전체의 가장 매력적인 문화관광자원인 안데르센과 인어공주를 활용한 마케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 중인 ‘원더풀 코펜하겐’은 매년 안데르센의 탄생 주년에 따라 같은 숫자의 인어아가씨를 선발, 인어동상 앞에서 바닷물에 뛰어드는 행사를 펼치고 있으며, 이 영상물을 세계 각지의 언론사에 배포하여 관광객 유치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 문화 마케팅 결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다. 코펜하겐 관광산업은 1990년대 보다 2배 이상 성장하였으며, 크루즈 산업은 3배 이상 증가하였다. 호텔 수용 능력은 지난 한 해 동안 30% 이상 증가하였으며 국제적인 호텔 체인점이 코펜하겐 시내에 계속 입점하고 있다. 국제회의 개최 횟수로 볼 때에도 2003년 세계 8위에서 2004년 세계 6위로 성장하였다.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와 인간 중심의 보행자 거리
연수팀 일행은 서울시가 노들섬에 짓고자 하는 오페라하우스의 모델이 된 곳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첨단 무대시설을 갖춘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하였다. 1447년 프레드릭 5세의 왕립희극단에서 출발한 오페라하우스는 현재 왕립오케스트라단, 국립연극단, 왕립박레단, 왕립오페라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5년 총 900여회의 국내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총 33억DKK(5445억 원)를 투자하여 올해 문을 연 이 곳은 14층 규모(지하 5층 포함)로, 1400여석의 대공연장과 200여석의 소공연장 및 1000여개의 부속실 등으로구성되어 있다. 2005년 예산은 6억 DKK(990억 원)로 국가로부터 65%, 코펜하겐 시로부터 10%를 지원받고 있으며, 나머지 25%는 스폰서나 티켓 수입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티켓 가격은 ‘싸다’. 100DKK(1만 6500원)부터 650DKK(10만 원) 사이. 정부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최대한 가격을 낮추어 싼 비용으로 보다 많은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문화예술은 일정 지위 이상의 사람들이 즐기는 사치재가 아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모든 사람이 즐겨야 할 필수재이다. 가격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하듯, 모든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생활 속에서 즐긴다. 따라서 국가가 운영하는 문화예술기관이 비싼 가격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유럽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앞으로 9개월간의 모든 공연에 대한 예약이 끝났으며, 올해 오페라하우스 시설에 대한 유료 관람 역시 완료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문화자원을 살펴보자. 덴마크 의회 건물도 흥미롭다. 의회 의원들이 건물에 들어설 때 마다 국민들의 아픔을 볼 수 있도록 벽면에 고뇌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새겨 놓았다. 근교 지역에는 셰익스피어 햄릿의 소재가 된 햄릿 성이 있다. 이곳의 바닥은 옛날 석재를 이용해 울퉁불퉁하나,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닐 곳은 정비를 해놓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또한 코펜하겐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보행자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보행자를 위한 전용도로인 ‘스트로이에(Stroget)’가 있다. 이곳은 우리의 명동처럼 길 양쪽으로 명품 가게와 레스토랑, 카페, 오래된 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덴마크 최고의 쇼핑 거리이다. 원래 코펜하겐도 자동차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극심한 교통 정체에 시달리자, 그 해결책으로 도시 전체를 인간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시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전거도로를 확충하고, 보행자 거리에 차량통행을 금지시키고……. 초기의 극심한 반대는 이제 옛 이야기가 된 듯하다.
‘인간 중심’의 도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도시의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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