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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감성충만공간 에트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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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20회 작성일 10-10-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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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jpg프랑스의 평범한 노르망디 어촌 에트르타(Etretat)에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1830년경부터라고 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영감(靈感)을 얻어 작품을 남겼고, 지금도 그들 작품에 빠진 후배들이 영감을 찾아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으며, 그 문화작품에서 받은 감명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곳이 에트르타이다.


- 보스톤 월든(Walden)호수에 소로(Thoreau) 가 느낀 자연주의를 사색하기 위해 찾아드는 철학자들처럼.
- 남이섬에 <겨울연가>의 배용준과 최지우와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처럼.
- 성서에 기록된 예수제자들의 선교경로를 찾아가는 기독교인처럼.
- <토지>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악양들판을 보기 위해 가을 하동 최참판댁을 찾는 독자처럼.


에트르타를 찾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사실주의 화가의 사실적 모습을, 인상파 화가의 빛과 감성의 모티브를, 괴도 뤼팽의 긴박감과 자취를, 음악의 운율을 발견하게 된다.


‘서슴없이 에트르타를 권하리라’

54-2.jpg에트르타의 문화적 이력은 화려하다. 이 조그마한 어촌마을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와 모티브로 많은 작품이 양산되었다. 딱딱한 <표 1>은 이 어촌을 배경으로 작품을 남겼거나 거주하였거나 이벤트가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유명한 몇 명을 골라서 소개한 것이다.
에트르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 고장이 유명해진 것이 알퐁소 카(Karr)가 자신의 작품에서 에트르타를 자주 소개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이미 그 이전 나폴레옹 1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들르크르와(Delacroix)나 뽀아띠뱅(Poitevin)에 의해 이 고장이 그려지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화가들이 홈페이지의 첫 장을 장식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 고장은 시각적으로 다른 고장과 차별화된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화가들에 의해 주목을 받은 것 같다. 1869년에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Courbet)가 아주 사실적으로 <폭풍우가 지나간 에트르타 절벽>을 그리고 나더니, 1872년에 풍경화가인 코로가 이곳에 머물렀고, 모네(Monet)가 인상파 화가답게 사실적이던 에트르타의 절벽에 빛과 반사를 넣어서 1868, 1869, 1883~1887년 사이에 눈부신 풍경으로 만들어버렸다. 인상파의 선두주자였던 보댕(Boudin)도 1884년부터 4차례에 걸쳐 이곳을 방문해 <팔레즈의 역류>(La Falaise d'Amont)를 그리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이 많은 미술가들이 찾아와서 이 마을을 화폭에 예금하려했을까?
에트르타는 철도가 닿지 않기 때문에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인근 도시(뵈즈빌)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가든지, 아니면 차를 빌려 가야 한다. 어느 경우든지, 파라에서부터 밋밋한 풍경의 구릉지대를 지나는 버스나 차를 타고 에트르타에 거의 다다르면 우리가 조그마한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금방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계곡이 끝나는 곳에 바닷가 해안이 있다. 오목한 해안 양쪽으로는 바다로 돌출한 두 개의 높은 절벽이 호위하듯 서 있다.
차에서 내리면 10시 방향과 2시 방향에 절벽이 보이므로 계속 12시 방향으로 전진하면 드디어 바다가 보이고, 특히 날씨 좋은 맑은 날 가면, 갑자기 탄성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우리를 맞이한다.
먼저 시각적(sight)으로 눈맛이 좋다. 파리의 세련됨과 우아함이 살짝 녹아 든 잘 정비된 식당가와 해안을 구분하는 나무 난간 너머로 하얀 ‘몽돌’(국어사전에는 나오지 않는 단어 : 자갈보다는 크고 동그란 돌을 일컫고 싶어서 찾은 말)로 이루어진 알바트르 해안(Cote d'Albatre)이 있다. 하얀 자갈이나 몽돌 너머로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면, 그 너머로 영불 해협의 파란색 바다가 펼쳐진다. 그 위에 흩어지는 구름과 다시 파란 하늘. 가만히 몽돌 위에 서서 바다를 보라. 그러면, 알퐁스 카(Alphonse Karr)가 이 바닷가에 매혹되어 ‘혹 친구에게 처음 바다를 보여 주어야 한다면 서슴없이 에트르타를 권하리라’라는 말을 남긴 이유를 저절로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여 마시기. 그 다음 이곳을 거쳐 간 예술가의 체취를 들이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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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코끼리바위가 훨씬 장쾌! 상쾌! 유쾌!

54-4.jpg청각(sound)적으로도 예술이다. 이 해변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소리가 장쾌하다. 7월의 햇살을 받으며 이 해안에 누우면, 바닷물이 머리 밑 몽돌 사이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단순하지만 복잡하고 시원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머릿 속에 공명되는 물의 날고드는 소리를 듣는 것은 거의 선(仙)의 세계에 들어온 듯,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 씨가 이영애 씨와 녹음하던 장면이 생각나게 된다. 소리를 담아 가고 싶게 한다. 이 해변에서 반드시 여름에 오수를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이 해안에서 낮잠을 한 숨 취한 후에, 왼쪽 절벽팔레즈 다발(Falaise d'Aval)을 한 번 보고, 오른쪽 절벽(팔레즈 다몽)을 한 번 보면, 당연히 관광객은 왼편바위로 향하게 된다. 이곳에서 자라난 모파상(Maupassant)은 에트르타 해안의 왼쪽 절벽을 코끼리에 비유하여 코끼리바위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저 코끼리바위는 전 세계에 있다. 쿠르베는 150년 전에 파란하늘과 몇 척의 나무배와 함께 그린 저 코끼리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볼 수 있고, 모네가 쿠르베의 저 배들을 바다로 내보내는 <에트르타 어선들의 출항>은 디종 예술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저 코끼리 코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모네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 소설, 그림, 노래에서 다루어진 장면, 배경이나 소재를 보고 나서, 그 곳을 찾아가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실제의 모습은 작품의 그것보다 대체로 실망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쓴이가 파리나 뉴욕에서 목격한 에트르타를 대상으로 한 그림이나 소설의 장면보다 실제 에트르타의 코끼리바위가 훨씬 장쾌, 상쾌, 유쾌하다.
저 왼편의 팔레즈 다발 절벽으로 조그만 샛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화장실 하나가 바위틈에 있다. 반드시 볼 일을 보고 가야 한다.
이 하얀색의 절벽을 오르다 보면 왼편으로는 초록색의 초원과 구릉이 눈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가 준다. 오른쪽은 파란색의 바다와 하늘이다. 노르망디 해안의 이 석회암 절벽의 흰색은 사람들의 눈에 영불해협의 파란 바다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흰색 몽돌-파란색 바다-하얀 석회암 절벽-초록 초원-파란 하늘. 파랑과 초록의 유채색들 사이에 흰색 무채색을 번갈아 자연이 제공하는 바람에 시각적으로 더욱 유채색은 밝아 보이고 눈맛을 시원하게 한다.


눈맛, 소리맛, 입맛,‘죽이는’ 곳

54-5.jpg이제 사람들은 계속 이 절벽 위의 샛길을 따라 전진하기도 하고, 절벽 위에 앉아서 뒤에 쳐져 있는 에트르타를 돌아보기도 하고, 절벽 끝에서 바다를 쳐다보기도 한다. 팔레즈 다발 절벽에서 계속 절벽 위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코끼리바위의 왼쪽 빰이 보인다. 바로 그 코끼리절벽을 앞에 뾰족한 바늘바위(Rock Needle, Aiguille)가 모리스 르블랑(Leblanc)이 ‘괴도 뤼팽’을 대상으로 쓴 첫 번째 장편소설인 <기암성>의 배경이 된 바위이다. 날씨 좋은 날 이곳을 찾으면 소설에서 다루어진 엄습함보다는 힘 좋은 청년의 활기참이 보이는 바위이다.
다리가 아픈 사람은 이제 에트르타 마을로 되돌아가는데, 코끼리 바위에서 에트르타를 쳐다보면 에트르타의 오른쪽 절벽이 보인다. 이 오른쪽 절벽은 팔레즈 다몽이다. 이 절벽 위에는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교회와 1927년 대서양 횡단에 도전했던 농세제르(Nungesser)와 콜리(Coli)를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이제 서서히 에트르타로 내려가면서 1850년대의 여름 휴가철을 생각해 볼 일이다. 그 때부터 중산층이 휴가를 떠나기 시작했고, 프랑스 화가들도 휴양지에서 그림 작업을 했다 한다. 그들이 저 마을에 머물렀을 것이다. 저 많은 별장들과 아파트에 화가·소설가·음악가들이 머물면서 이 곳에서 영감과 모티브를 얻었으리라. 한국인 소설가 권지예 씨도 <뱀장어 스튜>라는 이상문학상 수상작에서 이 마을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던가!
이제 마을로 내려가 미각적(taste), 이 바닷가에서 노르망디의 자랑인 해산물을 먹어볼 시간이다. 인근 노르망디 해안의 고급 휴향지인 도빌이나 볼로뉴보다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아담한 식당에서 에트르타의 바다가 보이는 창 옆 탁자에 자리를 잡고 홍합부터 조개까지 이 지역 특산 해산물을 즐겨보시라. 입맛도 시원하다. 한 마디로 눈맛, 소리맛, 입맛 ‘죽이는’ 곳이다.
식사를 하시고 팔레즈 다몽에 올라보라. 낮에 가시면, 코끼리가 달리 보인다. 밤에 가셔도 좋다. 이 절벽에 오르는 이유는 코끼리 바위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 코끼리 바위에 오르면 코끼리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에트르다를 보면 통영이 생각난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다보면, 이 에트르타에 왜 그리 많은 예술가들이 200년에 걸쳐 몰려와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짓고, 소설을 쓰고, 그 그림·음악·소설을 찾아 관광객이 몰려들었는지를 온몸이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무엇을 체험한 것일까 하고 거꾸로 생각해보면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된다. 아! 체험은 다섯 개의 감각으로 하는데(시각에 의한 눈맛, 청각에 의한 소리맛, 후각에 의한 냄새맛, 촉각에 전해지는 질감, 그리고 입맛), 에트르타는 이 다섯 개의 자극매체를 모두 만족시키는 맛을 가진 것이 아닐까? 아니다! 하나 더 있다. 불교에서는 육근(六根)이라 하여 몸 밖의 세계(외계)의 대상을 인식하는 근원적인 요소를 6가지 들고 있는데, 안근(眼根), 이근(耳根), 비근(鼻根), 설근(舌根), 신근(身根 : 촉각)의 5가지 감각기관 이 외에 의근(意根 : 사유 기관과 사유 능력)을 들고 있다.
그렇다! 에트르타를 찾는 사람들이 흡수한 것은 바로 5가지 신체적 감각 이외에 ① 모티브를 찾으려는 예술가들의 뜻(사유 작용), ② 그 위대한 선배 예술가의 영감을 이해하려는 후배 예술가의 뜻, ③) 그들의 작품을 공감하고 그 실제 배경에서 작품에서 느낀 감성을 자기 스스로 이 공간에서 재현하려는 관광객의 마음. 이 뜻(意)이 그림, 음악, 문학을 콘텐츠로 하고, 대중매체를 소통 경로로 하여 전 세계로 펴져 나가고, 그 뜻이 기(氣)로 충만하여 에트르타의 공기와 분위기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에트르타를 한 예술 장르만의 공간이 아닌, 미술·음악·문학의 멀티감성원천공간으로 보듬어 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이런 공간이 있을까? 아래 글은 어느 블로그에서 따 온 것이다. 이 블로그에서 이 도시는 얼마나 풍부한 콘텐츠를 가졌는지를 알 수 있다. 놀랍다.
“이곳은 통영이다. 통영에는 많은 예술인, 장인이 배출된 곳이다. 소설가 박경리 님, 음악가 윤이상 님, 시인 유치환 님, 김춘수 님, 극작가 유치진 님, 화가 전혁림 님이 그들이다. 통영은 충무김밥과 굴밥이 있고, 불멸의 이순신과 거북선을 가졌다. 또한 충무 마리나리조트에서 통영항쪽을 바라보는 방을 잡고 나서, 해가 지면 창밖을 보라. 당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야경의 항구를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런 야경을 가진 항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도 멀티감성원천공간을 가졌음을 틀림없이 확신하게 된다. 통영이 에트르타보다 부족한 것은 우리 예술가들이 가진 감성이 콘텐츠화되어 있는 그들의 작품을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각성과 노력이다. 우리는 분명히 이미 갖고 있다. 에트르타를 보면 통영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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