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일상이 존재하는 다르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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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469회 작성일 10-10-1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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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질링은 방글라데시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길목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국경을 넘는 동안의 지친 몸을 다르질링에서 좀 쉬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9년 전 기억을 더듬어 버스정류장, 지프차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역시 여행객들이 많은 곳이니 만큼 다른 곳보다 버스나 지프의 시스템이 나름대로 편리하게 자리가 잡혀 있어 보였다. 옛 기억 때문에 약간의 흥분과 기대로 지프차를 탔다. 지프차는 인원을 다 채워야 출발한다.
다르질링은 인도 동북부지역, 웨스트벵갈 주에 있는 ‘히말라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다. 여행책자에는 영국이 인도의 살인적인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만든 산간 휴양지 중에서도 초기에 개발된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다르질링은 책에 나와 있는 그대로 높은 지대에 있었고 차는 산길을 돌아 올라가고 있었다. 올라가는 동안 만나는 풍경은 인도의 어느 지역과도 다르다.
아마도 여태껏 보았던 인도와는 다른 풍경들 때문에 더욱 큰 호기심을 느끼며 다른 여유를 기지고 다르질링을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빅시티’가 되어버리다
다르질링은 애초에 산간 휴양지로 개발이 되었고 영국인들이 시작한 개발이라는 점, 또한 역사적으로 티베트인, 네팔인, 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고 있다는 특이성, 그래서 모든 문화가 더욱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더욱이 그러한 이국성과 더불어 한국인에게는 같은 몽골리언이라는 동질성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다르질링의 매력인 것이다.
차로 올라가는 동안 풍경은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바뀐다.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과 숲이 상쾌하다. 길은 잘 닦여 있지 않아 차가 덜컹거리지만 주변 환경과 별 무리 없이 알맞게 거칠다. 산으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안개일까, 구름일까. 아무튼 나는 산속을 혹은 산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간간히 보이는 희미한 전등불빛들이 가끔 그곳이 집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신비주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기는 싫지만 나는 이러한 풍경을 만날 때마다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와 닮아보이는 몸집이 작은 사람들이 작은 화롯불을 마당에 켜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면 소설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 어쩔 수 없는 감상 속에 젖어들게 된다. 더욱이 그 풍경 위에 안개까지 바람과 함께 흐른다. 우와, 나는 진정으로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중간 중간에 작은 시내를 지난다. 시장이 있고 기차역이 있다. 교통경찰들이 분주하게 작은 마을의 사거리를 정리한다. 마치 헨리 윈터펠트의 아이들만의 도시처럼.
지프는 밤이 돼서야 다르질링 시내에 진입한다. 다르질링을 접어들어서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9년 전의 작은 마을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수많은 불빛들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침이 돼서야 ‘빅시티’가 되어 버린 이곳을 천천히 둘러 볼 수 있었다. 결국 이곳이 이렇게 큰 도시가 된 이유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과 식당이 엄청나게 늘어나 버린 탓이다.
내가 도착했을 때 다르질링은 이미 성수기가 지나버린 2월이었다. 12월 이후에는 날씨 때문에 그림 같은 히말라야산맥의 풍경들을 볼 수 없다. 저기 멀리 보이는 구름 겹겹을 걷어 냈을 때만 볼 수 있는 것이다.
호텔은 좋은 풍광을 위해 점점 더 높은 곳에 지어졌다. 마치 서울처럼 산 위까지 집들이 빼곡하다.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텔을 찾아 나선다. 호텔의 물 저장탱크는 늘 한가득의 물을 저장하고 있다. 호텔은 더운물이 나온다는 광고를 어디나 알리고 있다. 뜨거운 물이 나오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물통을 들고 일찍부터 물을 길러 나선다.
관광객 위해 개발된 차밭은 아니지만…
일전에 가보지 못했던 타이거 힐을 가보기로 했다. 타이거 힐은 약 11㎞ 떨어져 있는 봉우리이다. 아름다운 일출로 유명한 곳이지만 나는 이미 일출을 놓치고 오전에 걸어서 그곳을 가보기로 했다. 보통은 지프나 택시를 대절해서 굼(약 8㎞ 떨어진 마을)을 지나 타이거 힐로 간다. 숙소 주인은 타이거 힐까지 걸어가는 뒷길을 알려주었다.
걸어가는 길을 따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곳의 사람들은 환경적으로나 여러 가지로 매우 여유롭다. 어느 집이나 작은 꽃 화분들을 창가에 내어 놓았다. 걸어가면서 시끌벅적한 관광지 대신 이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만난다. 높게 솟아 오른 측백나무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관광객으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도 관광객인 나를 보는 시선이 교차할 때 여행은 더욱 느낄 것이 많아진다. 나는 여행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목적지로 향해가고 있지만, 가는 과정 속에 만나는 그들의 일상과 생활 모습에 더 많은 것을 느끼며 간다.
다르질링의 관광은 단순하게 나누어 보면 약 세 가지이다. 하나는 높은 지대에 있는 마을과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다양하고도 친근한 문화, 다른 하나는 히말라야 산맥에 있기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산 풍경과 트레킹 코스들, 마지막으로 산에 끝없이 펼쳐지는 차밭인 것이다.
다르질링은 본래 차로 유명한 곳이다. 다르질링은 1780년대에 소유권을 이양 받은 영국이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을 위한 휴양지로서 건설되었다. 이와 더불어 다르질링의 기후와 토양을 최대한 활용하여 차 재배지로 만드는 계획을 진행하였다. 그것이 성공적으로 실현되어 홍차 중에서도 좋은 맛과 품질로 유명한 다르질링 차가 바로 이곳에서 재배되는 것이다. 다르질링 시내 곳곳에는 관광상품으로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그곳에서 차를 팔고 있었다.
한국은 1990년대 말부터 커피와 차 프랜차이즈 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외, 국내 커피와 차 전문점들을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옛날식 다방은 이제 보기 어려워진 대신 원두커피를 비롯한 각종의 차가 일상에 자리잡았다. 특히 홍차는 원산지를 통해 맛을 비교하게 된다. 홍차는 아쌈, 실론과 같이 재배 장소들을 흔히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가깝게 멋진 차 맛을 전해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다르질링 차인 것이다.
명성답게 다르질링 차밭은 너무나 아름답다. 이것은 관광객을 위해 개발된 차밭이 아니다.
차를 키우기 위해 일구었던 밭이 차 숲처럼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다르질링을 내려가는 길에 지프 운전수는 너무도 센스 있게 차밭이 있는 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내려가 주었다. 아마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넓은 차 밭은 택시를 대절하고 가격을 흥정하지 않는 한 구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차밭은 사람의 손길이 거쳐지지 않은 것처럼 정글과 같은 느낌이다. 오래된 차 재배지에 걸맞게 차밭은 관록이 있다.
특성이 강하거나 혹은 허약하거나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인도는 국내 여행객을 비롯하여 국외 여행객까지 다양한 여행객들과 여행상품, 여행지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물론 인도의 여행지는 동남아의 개발된 리조트들과는 매우 다르다. 오히려 로컬한 분위기의 시끌벅적한 해수욕장이나 관광지를 떠올리게 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도는 어떤 것도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세계의 수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모았다. 그래서 관광객이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은 늘 카오스적이다. 여행객마다 보고 들은 것이 다르며, 상황도 다르며, 경험 역시 다르다.
점점 더 관광지는 개발되어가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다르질링 역시 9년 전에 비하면 많은 것들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대규모의 개발이 아니라 여관 주인, 가게 주인들에 의한 소극적인 개발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여행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장소를 가보는 것, 유명한 관광지를 찾는 것 자체가 관광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실 여행을 가면 무언가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타이거 힐에 올라 날씨가 좋지 않아 보이지 않는 산 풍경을 탓하거나 비싼 향토음식을 먹으며 그 맛을 애써 느끼려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관광상품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개발된다. 다르질링에도 앞서 말한 관광상품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관광상품 자체에만 집중할 때 나는 실재를 느끼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다르질링은 테마를 위해 개발된 관광지가 아니다. 아니, 테마는 시간과 역사에 의해 생겨났지만, 그것이 아주 특성이 강한 상품이기도, 아주 허약한 것이기도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도의 수많은 관광지가 관광객들과 호객꾼 사이의 갈등과 상업화로 망가진 것을 떠올려보면서 나는 여정과 과정 속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관광을 여행객들이 기대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다.
다르질링은 9년 전에 비해 거대한 관광도시가 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친근하고 섬세한 일상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힘들겠지만 그것이 시간이 지나더라도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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