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삶의 방식을 관광에 연결시키다 : 일본 하리에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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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497회 작성일 10-10-1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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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고베, 교토 등 인근 지역 1400만의 식수원으로 사용될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 비와호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한몫을 하는 마을이 있다. 비와호의 서쪽 마을이라고 불리는 하리에 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하리에 마을 입구에는 비와호의 수로를 따라 거대한 갈대 군락이 펼쳐져 있다. 갈대 군락은 탁월한 정화 기능을 갖고 있어 비와호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시켜 준다.
이 갈대 군락을 보기 위해 하리에 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하리에 마을을 찾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비와호의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도 바로 이 마을 안에 있다. 하리에 마을에는 놀라운 자연이 숨어 있다.
하수도에 사는 참게와 다슬기 그리고 잉어
하리에 마을은 인구 500명에 150가구가 모여 사는 아주 작은 농촌 마을이다. 이 작은 시골 마을에 하루에 평균 20~30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대자연은 아니지만 인간이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고, 저절로 관광이 되는 것이 마을에 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 마을에 흐르는 ‘물’이다. 관광객들은 이 마을에 흐르는 물을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달려오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을 입구에는 큰 하천이 흐르는데, 하천은 물풀이 싱싱하게 자랄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물이 맑아 물풀 사이로 헤엄쳐 다니는 작은 고기 떼들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집 앞을 흐르는 하수도다. 하수도 물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게다가 이 마을 하수도에는 팔뚝만한 잉어들이 헤엄치고 다닌다.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참게와 다슬기까지 이 마을 하수도에는 살고 있다.
하리에 마을의 깨끗한 물의 비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은 놀랍게도 부엌에 있다. 이 마을 집 부엌 땅속에서 깨끗한 물이 솟아 나온다. 수돗물 대신 이 마을 사람들은 부엌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물로 생활한다. 땅 속에서 솟아나는 깨끗한 물은 하리에 마을에 내린 자연의 선물이다. 그것은 마을만의 독특한 부엌 구조를 만들었다. 집집마다 부엌과 하수도는 다 연결돼 있어 집 안팎으로 물이 흘러 들어오고 흘러 나가게 돼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부엌에서 잉어를 키운다는 것이다. 어느 집이나 다 같은 부엌 구조이며 어느 집이나 부엌에는 잉어가 살고 있다. 그것은 이 마을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인 것이다.
잉어가 사는 부엌 물로 마을 사람들은 세수도 하고 이도 닦는다. 그 물로 먹고 마시며 생활하는 것이다. 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부엌에 잉어가 살고, 땅에서 솟는 물을 바로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신기해 한다.
그렇다면 이 마을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왜 부엌에다 잉어를 키우는 것일까?
잉어와 인간의 놀라운 공생 관계에 그 해답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부엌에 흐르는 깨끗한 물을 마시기도 하지만 여기에 음식을 씻거나 설거지도 한다.
음식을 씻거나 설거지를 하게 되면 깨끗한 물은 부유물로 뿌옇게 변하게 되는데, 바로 이 때 잉어가 맹활약을 한다. 물속의 부유물을 잉어가 깨끗하게 먹어 치우는 것이다. 잉어는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청소부인 것이다.
집안 부엌에서 잉어가 한번 걸러낸 물은 집 밖의 하수구로 흘러나온다. 남은 찌꺼기는 또 하수도에 사는 잉어들이 깨끗하게 먹어 치운다. 이렇게 두 번 걸러진 물은 또다시 물풀과 작은 고기들, 그리고 물속 수많은 다른 생물들이 깨끗하게 정화시켜 준다. 그리고 이렇게 마을에서 깨끗하게 정화된 물은 다시 비와호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물의 순환이 하리에 마을은 물론 비와호의 물을 깨끗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이런 물의 순환에 의존해 하리에 마을 사람들은 수백 년째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소박한 밥상도 관광 프로그램
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 늘 남들보다 뒤쳐질까 불안해 달려가고 변화를 따라 잡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에 하리에 마을 사람들은 조상들이 전해준 지혜를 구식이라고 버리지 않고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단지 옛날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그것은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 돼 버렸다. 어쩌면 모든 인류가 살아 왔던 방식, 지금은 우리가 잃어버린 그 모습을 보고 느끼기 위해 관광객들은 이곳 하리에 마을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자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살아가는 생활 모습을 아예 관광상품화시켰다. 마을 사람들은 조를 짜서 교대로 마을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마을 하천과 하수구, 그리고 자신들이 사는 집 부엌을 구경시켜 주는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리에 마을 사람들의 전통 생활 방식, 그 자체가 바로 관광인 것이다.
잉어가 살고 있는 부엌의 물로 장을 담그고 밥을 짓고 세수하고 빨래하고 설거지 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가 없다고 관광객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리에 마을의 모든 먹거리들은 부엌에서 흐르는 물로 만들어지는데, 이 먹거리를 맛보는 것도 관광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 어디 내세울 만큼 맛있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밥상이지만 관광객들은 마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먹으며 그들의 소박한 삶을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이 마을의 한 할머니는 서툰 하모니카 솜씨로 고향의 노래를 들려준다. 그것은 관광객들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하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소박하고도 정겨운 마음인 것이다.
전통 고집하며 느리게 살기가 주는 환경관광의 가능성
이렇게 관광을 하기 위해 하리에 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1년에 1만 명, 이들이 쓰고 가는 돈은 4000만 엔, 우리 돈으로 4억 원에 이른다. 이 돈은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의 수입이다.
하리에 마을에는 한눈에 감탄할 대자연은 없다. 대신 작지만 소중한 자연이 있다. 바로 인간의 생활 속에 공존하는 자연이다.
미국의 환경단체인 세계감시기구에 따르면 2000년 들어 일반 관광의 연평균성장률은 7%인데 비해 자연 관광은 연간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자연 관광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하리에 마을은 현대와 동떨어진 채 옛날을 고집하며 느리게 살아가는 마을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그 느린 삶의 방식을 관광으로 연결시켜 막대한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변화를 뒤로 하고 전통을 고집하며 느리게 사는 하리에 마을은 환경관광, 즉 에코투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 자연관광의 중요한 모델일지 모른다. 어쩌면 21세기 관광의 선두에 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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