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도시, 예술의 보석창고 니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18회 작성일 10-10-10 19:09
본문
미술관을 돌아볼 것인가, 지중해를 즐길 것인가미술관에 가기에 앞서 미국과 프랑스의 미술관 정책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 일본 나고야의 보스턴 미술관 분관 등 해외에 분관을 설치하거나 미술관 증·개축 시 색다른 경영 전략을 펼쳤다. 소장 작품 전량 또는 상당 수를 해외에 장기 임대하는 미술관산업을 통해 큰 수익을 벌어들였던 것이다.
반면 프랑스는 아직 문화교류적인 차원에서 미술관 소장 작품을 임차하여 주거나 해외 전시를 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미술관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상업 베이스 차원에서도 해외 전시를 할 때 프랑스국립현대미술진흥기금(FNAC), 프랑스박물관연합(RMN)이나 프랑스예술진흥협회(AFAA) 등을 통해서 보험료, 큐레이터 파견 비용 등을 재정 지원함으로써 국·공립 또는 개인 미술관의 해외 전시를 돕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가 돈벌이보다는 프랑스의 우월한 예술을 해외에 알리려는 문화정책적인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이곳 프로방스 미술관들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샤갈전(2004년), 마티스와 불멸의 화가전(2005년), 위대한 세기 피카소전(2006년) 등과 같은 상업적 차원의 전시에는 비싼 렌트비(lent fee)로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지만, 그래도 미국에 비해 문화교류적 성격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필자는 일본 여행 중에 남프랑스의 몽펠리에 피브르 미술관(Muse'e Fabre, Montpellier) 소장 작품전인 ‘매혹의 17~19세기 프랑스 회화전’이 동경, 오사카, 나가사키 등 5개 도시를 돌며 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쨌든 남프랑스의 많은 미술관은 질적으로 우수하고 풍부한 소장 작품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세계를 돌며 프랑스의 우월한 예술을 알리는 동시에 돈벌이도 착실히 하고 있다. 다만 니스에서 느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엄청난 예술의 보고 보다는 이곳을 찾은 많은 관광객(휴양객)이 간과한 채 아름다운 지중해와 따뜻한 햇살, 그리고 해변 산책로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이 알았을 때, 니스 시가 문화 홍보에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면 이제 우리 삶을 보다 아름답고 윤택하게 해주는 미술관을 찾아가는 행복한 나들이를 시작해 보자. 니스에는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미술관이 여러 개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니스 순수미술관(일명 쥘 세레 미술관), 니스 근·현대미술관, 마르크 샤갈 성서미술관, 마티스 미술관, 미술역사박물관(마세나 궁전), 아세아 미술관, 아나톨 자콥스키 소박파 미술관 등이 있다.
▒ 니스 순수미술관(쥘 세레 미술관, Muse’e des Beaux-Arts Jules Che’ret)
니스 순수미술관은 니스에 최초로 설립된 미술관이자 대표 미술관이다. 이곳은 쥘 세레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 흔히 쥘 세레 미술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쥘 세레 작품뿐만 아니라 라울 뒤피의 컬렉션과 알렉시스 모사, 구스타프 모사 부자의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이 미술관은 해안 산책로 서쪽 끝에서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위치한 보메트 언덕 위에 자라잡고 있는데, 이탈리아가 니스를 프랑스에 양도할 때까지 이탈리아 영토였던 관계로 이 건물 자체도 제노바 건축 양식인 매너리즘 스타일로 지어져 매우 우아하다. 당초 우크라이나 공주인 엘리자벳 고추비의 소유였으나 1925년 니스 시의회가 사들이면서 순수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개관과 함께 모사(Mossa) 부자가 50여년간 큐레이터와 관장으로 재임하면서 열정적으로 유명 작가의 많은 작품을 기증을 유도하고 미술관 체제를 정비하는 등 발전의 기틀을 튼튼히 하였고, 나폴레옹 3세와 프랑스 정부가 오르세이 미술관이 소장한 상당 수의 작품을 기증함으로써 19세기 프랑스 미술에 관한 한 꼭 가보아야 될 손꼽히는 미술관으로 크게 발전되었다.
그 뒤에도 모사 부자, 라울 뒤피의 작품 등 여러 작가들의 기증이 계속되고 미술관(시당국)의 작품 구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오늘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니스 미술관의 작품 전시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1986년에는 한·불수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니스 순수미술관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표작 85점이 국립현대미술관(현 덕수궁미술관)에서 한 달간 전시된 바 있다. 당시 이 전시회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쥘 세레와 모사의 대표작 34점이 전시되면서 크게 눈길을 끌었다
▒ 니스 근·현대미술관(Muse’e d’Art Moderne et d’Art Contemporain)
1990년에 개관한 근·현대미술관은 주로 20세기 이후 현대 예술작품을 주로 다루는 미술관으로, 현대미술에 관한 한 퐁피두 예술문화센터에 버금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이자,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미술관이다(196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컨템퍼러리한 작품을 주로 수장, 전시한다. 신사실주의, 추상미술, 팝아트,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품 등 전 세계적인 현대미술 대표작을 두루 소장하고 있다).
이처럼 근·현대미술관이 짧은 기간에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중요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프랑스 정부와 니스 시의 특별한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르망, 이브 클랭, 마르시알 레스, 세자르, 벤 등 니스를 중심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전개한 예술가들에 의해 힘입은 바 크다. 즉 이들 니스 출신 작가들과 동료 작가들의 작품 기증 등 헌신적인 노력 덕분인 것이다. 그 덕에 프랑스 작가뿐만 아니라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미국 작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프랭크 스테라, 리차드 세라 등의 작품들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니스 출신의 천재 작가 이브 클랭의 컬렉션이다.
표면이 흰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네 개의 탑이 유리 통로로 이어져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 이 미술관은 건축가 이브 베이야르와 앙리 비달이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얀 색의 현대적 감각, 직선의 반듯함, 곡선의 부드러움, 단순함이 주는 모던한 느낌 등 초현대적이면서 고전주의의 건축 취향이 잘 조화된 건축물이다 니스의 구시가지에 있는 가로수가 아름다운 산책로 프롬나드가 자리잡고 있다.
▒ 마르크 샤갈 성서미술관(Muse’e National Message Biblique Chagall)
마르크 샤갈 성서미술관(이하 샤갈 미술관)이나 마티스 미술관은 뛰어난 한 예술가의 작품만 전시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분위기와 독특한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또 미술관이 작고 아늑하고 아름답다는 점에서도 아주 편한 느낌이 들고 오롯이 작가의 영혼과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또 두 미술관의 정원이 아름답다는 점에서, 미술관 건물이 겸손하다는 점에서도 언제 가 봐도 새롭고 즐겁다.
1973년 7월 7일 문을 연 샤갈 미술관은 신앙심과 유대인으로서의 문화적, 민족적 정체성이 남달랐던 샤갈의 정신과 꿈이 담겨 있는 미술관이다. 1950년대부터 약 10년간에 걸쳐 그린 성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완성할 당시, 그 작품들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마땅한 전시 장소를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평소 샤갈과 돈독한 친분관계에 있던 당시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가 이 성서 작품만을 전시할 미술관을 짓자는 제안하였고, 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샤갈이 사랑했던 도시 니스에 샤갈 미술관을 건립하게 되었다. 앙드레 말로 장관은 세세한 곳까지 신경을 써가며 미술관 건립을 끝까지 도왔고, 개막식에도 참석할 만큼 노력과 애착이 컸다. 샤갈도 이 미술관에 어울리는 스테인 그라스를 제작하는 등 많은 애정과 열정을 쏟았다.
크림색의 안정된 색조의 단층 건물인 샤갈 미술관은 전시관 외에 콘서트홀, 도서관, 수영장, 아름다운 테라스가 있고 정원에는 지중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소나무, 종려나무, 올리브나무, 백리향 등이 미술관을 감싸고 있다. 샤갈 미술관에는 성서를 주제로 독특한 시각과 구성으로 풀어낸 17점의 유화 연작(1966년 샤갈과 그의 부인 발렌티나(바바) 브르드스키가 기증)을 비롯하여 파스텔화, 드로잉 과슈, 에칭 석판화, 조각 등 30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 메인 홀에는는 ‘창세기’ ‘출애굽기’를 주제로 한 대형 유화 12점과 5점의 아가서 연작이 전시되어 있고 전시실 입구에는 예루살렘과 방스 풍경을 좌우로 대비하여 묘사한 대형 태피스트리 한 점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샤갈 미술관에는 샤갈이 제작한 ‘메츠 대성당 장미의 창’이라는 스테인 그라스가 그 특유한 섬세함과 아름다운 문양으로 관람객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샤갈 미술관은 정원에서 쉬면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기도 좋다. 그만큼 편안해서 좋다. 정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기념으로 산 화집을 넘기며 샤갈의 그림의 변화를 살펴본다. 샤갈이 이곳에 정착한 것은 1950년으로 1985년 98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5년간을 이 지역(니스, 방스)에 살면서 그린 그림은 그 이전보다 한층 밝아지고 색채는 더 화려해졌다. 니스의 바다 풍경, 지중해, 종려나무, 화사한 꽃다발, 방스의 풍경, 코트 다쥐르의 하늘을 날아가는 연인들 등 샤갈은 니스의 색과 빛 ,그의 간절한 신앙과 꿈이 화폭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더 쉬고 싶은 마음을 접고 샤갈 미술관을 나와 마티스 미술관을 향해 발길을 옮기기로 한다.
▒ 마티스 미술관(Muse’e Matisse)
마티스 미술관은 니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씨미에 언덕 올리브 숲속에 자라잡고 있다. 이곳은 고급 주택과 로마시대의 유적, 중세의 프란치스코 수도원이 옹기종기 자리잡고 있는 공원 지역으로 현대적이면서 고전적인 우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금 마티스 미술관 본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은 17세기 제노아 양식의 큰 빌라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곳으로 건물 자체가 화사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붉은 색과 노란색으로 외벽이 아주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앙리 마티스는 1869년 카토 캉브레시스에서 태어났지만 1898년 코르시카와 생 트로페를 방문한 후 남프랑스의 강열한 태양과 푸른 지중해에 매료되었다. 이후 미술사 큰 획을 긋는 색채 혁명을 주도하며 1917~1954년까지 니스에서 살다 니스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이곳에 마티스 미술관이 들어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마티스 미술관은 화려한 퍼사드와 아름다운 정원의 숲이 어울려 마치 마티스의 작품 한 점을 보는 것과도 같다. 특히 1993년 신축한 별관 지하로 연결되어 있어 아름답고 우아한 본관의 외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티스 미술관에는 1890년대 초기 정물화에서부터 1950년대 오려내기 기법으로 제작한 대형 작품까지 유화, 판화, 드로잉, 조각 사진 등 600여점을 소장·전시하고 있어 마티스의 예술세계를 쉽게 조망해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마티스 자신과 후손이 기증한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프랑스 정부에서 보내온 작품도 일부 있다. 특히 다른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드로잉, 에칭 컬렉션, 마티스가 일러스트를 담당한 도서(생 풀 드 방스에 있는 마그재단 미술관에도 상당 수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대형 도서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에서부터 마티스의 예술세계가 집약된 걸작 <댄스(Le Danse) 시리즈>가 소장되어 있어 격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 외에도 방스 성당의 로사리오 기도당 장식작품 준비 과정에서 나온 밑그림, 마티스가 수집한 작품도 다수 있다.
미술관을 나서면서 니스는 마티스, 샤갈이 있어 얼마나 정신적으로 풍성한 도시인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마티스의 또 다른 걸작 ‘오달리스크 시리즈’도 니스에서 그린 작품이다. 앙리 마티스는 말했다. “나를 이곳 니스에 머무르게 한 것은 한낮의 다채로운 빛의 반사였다”고. 그는 빛과 색채의 화가였듯이 니스의 빛이며 니스의 색이 되어 니스를 빛나게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니스에는 미술역사박물관(마세나 궁전) 등 몇 개의 훌륭한 미술관이 더 있어 소개하고 싶지만 너무 미술 얘기만 많이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지면의 한계도 있어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