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창조도시, 가나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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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774회 작성일 10-10-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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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힘의 원류를 찾아서
일본 가나자와(金澤) 시는 인구 45만 명의 일본 중부 동해 방면 호쿠리쿠(北陸) 지방의 최대 도시이자 이시카와 현(石川縣)의 현청 소재지다. 술·과자·가공식품 등의 특산품이 유명하고 많은 예술가와 수공업 전문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지극히 평범한, 면적 467.77㎢에 불과한 이 작은 중소도시가 요즘 우리나라에까지 그 이름이 회자되고 있다. 그 유명세는 역사적 건물이나 자료, 유명 테마파크, 온천과 스키장과 같은 일반적인 문화관광자원 덕분이 아니다. 그 이유는 지역의 토착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의 모범사례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성공사례는 국내외에 다수 있다. 도자기를 활용한 이천, 인삼을 활용한 금산, 그 외에도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산업의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사례는 심심찮게 제시되고 있다.
이런 기존의 지역 활성화 모델과 차별화되는 가나자와 시의 특징은 무엇일까? 가나자와는 문화자원을 경제적 측면의 수단으로만 간주하지 않았다. 가나자와는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수익을 얻는 것보다 지역주민의 삶을 문화적으로 변화시키고 개선시키려는 노력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문화예술 향수와 체험 그 자체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문화예술인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한 보기 드문 사례인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가나자와의 힘은 ‘전통’ 또는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 해석에서부터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전통문화가 단순히 보존이나 복원, 육성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현대적 전통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문화 전략을 통한 지역 활성화 성공사례 연구〉, 문윤걸, 2004)’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전통은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되며, 전통은 혁신이라는 생각은 시장(市長)에서부터 각종 문화공간의 근무자들에게까지 공유되고 있었으며, 실제 문화공간에 있어서의 각종 문화 과정과 교육 과정에 실재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문화시설들의 특징과 시민들의 참가 현황을 살펴보자.
생활권 내에 자리한 문화공간들
재해 대피소에서 ‘시민예술촌’으로
당초 1910년대 방직공장으로 지어진 벽돌 건물이었던 이곳의 원래 목적은 지진 등에 대비한 재해 대피소였다. 그러나 철거 과정에서 당시 시장은 이곳을 단순한 재해 대피소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물론 현재도 재해 대피소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음악·미술·연극의 세 가지 공연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일반시민·문화예술 동호회·문화예술가들이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이곳은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일년 내내, 24시간 운영되고 있으며, 아주 적은 요금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시민 디렉터(director) 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자원봉사 활동으로 시청과 시민들을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1년씩 갱신, 5년간 가능). 예술촌 내에는 5~7개의 소규모 공간이 주제별로 구분되어 있으며, 비어 있는 시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전통목조건물 재교육공간 직인대학
시민예술촌 내에 위치하고 있는 직인대학(職人大學)은 일본 전통 목조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기술자(목수·정원·기와·전통흙벽·판금·돌가공·창살·다다미등)들의 재교육 공간이다. 대부분이 7~8년 이상의 경험자이며 관련 예산은 시와 관련 조합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50여명이 3년간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일본 전통흙벽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지극히 원색적인 색감으로 재창조되고 있었으며, 실제 방문한 전통가옥 내 흙벽은 파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생활비도 지원하는 우타츠야마 공예공방
1989년 가나자와 시 100주년 기념으로 설립된 이 공방은 공예 전문작가들의 공예 활동이 주가 되고 시민들의 관람과 강습이 부가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35세 미만의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초청하여 한 달에 10만 엔의 생활비(기혼자는 12만 엔)를 지원해 주고 있으며, 가나자와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및 해외 작가에게까지 그 문호는 개방되어 있다. 분야는 목칠·금속·도자·염색유리 등이며 각 분야별로 8명씩, 그리고 2년간 체류하며 1년 연장이 가능하다. 이곳 수료자들의 약 절반 정도는 수료 후 가나자와에 정착하여 가나자와 공예산업 자립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1세기미술관과 창작의 숲
2004년 개관한 21세기미술관은 시의 중심부인 초·중학교 이전 부지에 중심 시가지의 활성화와 새로운 문화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전액 시비로 설립되었다. 이채로운 것은 도심에 있던 이시카와 현의 옛 현청 건물 역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건물은 이시카와 현과 가나자와 시의 문화 관련 재단들과 문화단체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 도심의 주요 건물들이 교외로 이전한 장소 또는 공장 부지 등이 거의 대부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된다는 것은 말로만의 문화정책이 아닌 실천하는 문화정책으로 와 닿았다.
다시 21세기미술관으로 돌아가서, 이곳 또한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전통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과 시민들이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되어 있었다.
가나자와 교외에 2003년 개관한 창작의 숲은 시민들이 제도교육과 문화교육과정에서 거의 체험하지 못했던 판화와 염색을 중심으로 한 공방들로 전문작가 들을 위한 과정과 시민 체험 과정이 반반 정도 구성되어 있다.
거리의 문화환경과 색다른 인센티브
가나자와 시는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도시답게 조용하고 차분한 첫인상을 주었다. 건물의 높이는 낮았으며, 전통가옥 형태의 집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눈·비의 영향으로 도시는 맑고 깨끗하였다.
전통가옥 보존문화 만들어가는 무사촌 거리
무사촌은 일본 무사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전통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전선이 지중된 곳도 있고(아직 전봇대가 있는 지역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새로운 전통가옥 보존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낮은 가로등과 벽면에 짚으로 만든 담 보호대를 설치하였으며, 지역 내 실개천 정비를 통해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전통가옥 외벽을 제외한 내부 시설은 유럽과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개조가 가능했으며, 주차장 역시 건물 안으로 만들면서 문을 목조로 아름답게 제작한 곳도 있었다. 가나자와 시의 전통 모습을 갖춘 공중화장실도 그럴듯해 보였다. 이곳을 원형대로 보존하기 위해 시청에서 이곳 주민들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시청 공무원은 눈이 오면 가장 먼저 치워 준다고 답변하였다. 생각해 보면 건물 정비 등의 예산 지원은 우리나라에도 많지만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이런 행정적 지원이나 관심은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전통가옥 지역의 쓰레기를 한 번 더 치워 주고, 눈·비가 오면 먼저 치워주는 등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다면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지역들도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전통가옥의 앞에는 새해를 맞이하여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대나무와 소나무를 활용한 장식들이 대부분의 집 앞에 놓여 있었다.
전통가옥을 활용한 찻집 겸 기념품 판매점에서 주문한 전통녹차에는 꼭 전통과자류가 함께 나와서 녹차의 텁텁함을 바꾸어 주었다. 이것도 일본식 차 문화 전통 중 하나라고 한다.
간판정비지역 가나자와 시의 전통가옥 밀집촌 중 한 곳은 간판 정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다. 시는 돌출간판의 크기 등을 시 조례로 정하고 규제하고 있었다. 목조 건물에 어울리는 간판으로 느껴졌다.거리와 차도에는 밤새 내린 눈을 뜨거운 지하수로 녹일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추모비 설치된 윤봉길의사 암매장지
이어 이시카와 현 전몰자 묘지 내에 위치한 윤봉길의사 암매장지묘를 방문하였다. 당시 군부대에서 총살당한 윤의사의 시신은 쓰레기장 입구 길바닥 밑에 묻혀 있다 해방 후 효창공원으로 이장되었다. 그 이후 최근에 일본 가나자와 시와 보훈처에서 공동으로 이곳에 추모비와 추모지묘를 설치하였으며, 재일교포 한분이 관리하고 있다.
추모비 아래 주차장에는 일본 우익 차량이 감시라도 하듯 상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나자와의 버스정류장 중 일부는 전통가옥의 모양으로 제작되어 도시 미관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있었으며, 번화가에 상가별 스피커를 없애고 상가번영회 차원에서 상가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스피커를 문화적으로 제작·설치한 것이 이채로웠다. 그리고 이시카와 현 음악당의 출입문 중 한쪽은 서양 건물로 다른 한편은 전통양식으로 건축한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도심 문화공간으로의 개선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한국 기초지방자치단체 규모의 일본의 작은 시가 문화사업을 통해 지역전문가들의 찬사와 지역주민들의 환영을 동시에 받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가나자와 지역민들은 현 시장의 문화정책에 대해 약 20여년간 연임을 시켜주는 것으로,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이 지역으로 거주지를 이동·상주하는 것으로, 그리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이곳을 방문하여 그 성공 비결을 배우는 것으로 동의를 표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 지역주민 문화향수의 폭과 깊이는 넓고 깊었으며, 공예·금박·전통가옥 등 지역의 토착 문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문가 양성정책 또한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전통의 재창조를 향상 끊임없는 노력과 도심의 문화공간으로의 개선을 통한 가나자와의 지역경제 활성화 사례는 지역과 별 연관성이 없지만 새로운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많은 지역들이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화두와 성공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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