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축제와 장 콕토의 도시 망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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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752회 작성일 10-10-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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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는 프로방스, 코트 다쥐르, 알프 마리팀(Alpes-Martimes)을 아우르는 지역(Provence, Alps et Cote d'Azur)으로 지중해를 향해 크게 두 팔을 벌린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동쪽에는 코트 다쥐르와 그 뒤에 프랑스 알프스가 있고 서쪽 뒤 어깨 너머에는 프로방스의 상징 방투 산(Mont Ventoux), 뤼베롱 산(Mont LubAron), 생트 빅트와르(Sainte Victoire) 산이 있다.
나의 프로방스 여행의 첫 출발지인 망통(Menton)은 프로방스의 맨 동남쪽에 위치,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보통 망통을 여행할 때 주로 니스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지만 필자는 이탈리아의 리비에라(Riviera) 해안을 끼고 여행했던 경험이 이곳을 더 새롭고 재미있고 생생하게 기억토록 한다. 즉 대리석으로 유명한 카라라(Carrara) 부근에 있는 동 리비에라(Riviera di Levante)의 라스페차(Laspezia)에서 꽃의 리베리아(Riviera di fiori)로 불리우는 제노아 동쪽의 리베리아를 거쳐 망통으로 들어오는 코스로 기차는 계속 이탈리안 리베리아 해안(지중해)을 따라 250여㎞를 달린다.
특히 제노아를 지나 알라시오(Alassio)에서부터 프랑스를 가기 위해 기차를 갈아타는 이탈리아의 국경도시 벤티밀리아(Ventimiglia)까지 70여㎞에 이르는 해안은 다양한 꽃 재배지, 그리고 작지만 아름답기로 유명한 휴양지가 줄지어 있다. 그 중 망통과 가까운 산 레모는 카지노, 예쁜 빌라가 있는 휴양도시, 국제가요제로 유명해진 도시이다. 이곳은 또한 종려나무, 소나무, 커다란 올리브 숲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제노바를 출발하여 망통으로 가는 열차 속에서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행복한 명상에 잠겼다가 이내 나는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열차가 발치로(Balzi Rossi) 시 부근으로 접어들었을 때 오페라의 대명사 <라 트라비아타>(우리나라에서는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춘희>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공연되었다. 원래의 뜻은 ‘방황하는 여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원제는 <La Traviata>)에서 ‘축배의 노래’와 함께 잘 알려진 아리아 ‘돌아오라 내 고향 프로벤자로’가 “나의 온몸을 흔들 만큼 강하게” 울려왔기 때문이다. ‘돌아오라 내 고향 프로벤자로’는 프로방스의 신사 조르지오 제르몽은 파리에 살고 있는 아들 알프레드 제르몽이 드레스덴의 도자기 인형처럼 아름다운 창녀 비올레타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이제 부적절한 관계를 끊고 고향 프로방스로 돌아가자고 울부짖는, 아버지의 호소가 감동적 장면의 하나인데, 갑자기 그 격정적인 아리아가 떠올랐던 것이다.
오페라의 거장 주세피 베르디(Giuseppe Verd)는 <라 트라비아타>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리골레토>(Rigoletto),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아이다>(Aida), <오텔로>(Otello)와 같은 주옥같은 오페라를 작곡한 음악가이다. 물론 <라 트라비아타>는 가장 사랑받은 오페라이며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에서도 특기할 만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1000여 편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이자, 조선오페라협회가 <춘희>라는 이름으로 1948년1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시공관에서 공연한 우리나라 음악 사상 최초의 오페라 공연이기 때문이다.
인구 3만에 관광객은 30만
망통은 인구가 3만 명 정도라지만 사실은 작은 어촌 같은, 마치 우리나라 읍 소재지와 유사한 자그만 도시로 바위 언덕 위에는 구시가지가, 해안도로인 태양의 산책로(Promenade du soleil) 주변에는 별장과 호텔, 아름다운 레스토랑, 카지노 등이 늘어서 있다.
시내가 아주 좁아 걸어서도 반나절이며 도시 전체를 다 살펴 볼 수 있으며 니스에서 기차로 30여분, 모나코까지는 10여분, 이탈리아 국경도시인 벤티밀리아 역까지 10여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다. 그러나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망통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망통 레몬축제(La Fete du Citron) 때문이다. 몽탕은 지중해의 따뜻한 기후 덕으로 레몬과 오렌지 재배가 일찍부터 발달한 지역이다. 이 곳은 유럽 제1의 레몬 주산지일 뿐만 아니라 충분한 일조량, 온난한 해양성 기후 등으로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세계의 수많은 농산물 축제 중에서 망통의 레몬축제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독특하고 뛰어난 기획력 때문이다. 올해로 73회로 맞는 망통 레몬축제는 1929년 한 호텔업자가 리비에라 호텔의 정원에서 꽃과 레몬, 오렌지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되었다가 차츰 이 전시를 축제 형식인 카니발 형태로 발전시킨 데 기인한다.
이러한 민간 차원의 행사를 망통 시에서 관광축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도시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하여 1934년부터 민A관이 힘을 합쳐 본격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전년도 행사를 평가하여 미비점을 보완하고 더 새롭고 세련되게 다듬고 다음 연도 행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첫째, 시기를 니스 카니발과 연계하여 관광객 유치 등에 시너지 효과를 성공적으로 가져왔고, 둘째, 해마다 남녀노소가 다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재미있고 독특한 콘셉트를 설정하였다(망통 레몬축제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동화 작가를 선정,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관련 등장인물, 동물 등을 거대한 조형물 또는 가장 행렬의 대상으로 만들어 흥미를 유발하였다). 셋째, 단순한 꽃과 레몬의 전시에서 벗어나 오렌지와 레몬으로 장식한 대형 금빛 과일로 수례행렬(Les Gorsos des fruits d'Or)과 민속악대 등으로 거리 퍼레이드 행사를 통해 볼거리, 즐길거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갔으며 넷째, 어린이 카니발, 금빛 과일 행렬에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구성, 야간 퍼레이드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켰다. 또한 조형물 전시회, 팔레드 유럽(Palais de l'Europe), 거리 퍼레이드 등 다각적인 유료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보다 더 큰 효과는 망통을 국제적인 축제 도시로 알리고 매년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호텔A숙박A음식A화훼농가 등을 소득 증대를 통해 시민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지금 망통의 상징은 레몬과 오렌지이며 망통관광사무소가 이 축제를 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농산물 축제(금산인삼축제, 충주사과축제, 영양고추축제 등)도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하고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로 주민들의 참여와 관광객의 유치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축제조직위원회는 축제의 기획A준비 단계부터 행사 종료 시까지 전 과정에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행사 종료 후 진지한 평가와 분석하고 평가 결과의 피드백을 통해 축제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문화는 우열이 아니라 다름이 문제
우리나라 여러 축제가 발전이 안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전문가의 참여, 평가A분석 및 피드백 결여, 지역경제와 관광정책과의 연계 미흡, 인근 지역 축제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의 창출 등 전략 부재,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미흡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망통 시가 왜 2월에 니스 카니발과 연계하여 이 축제를 더욱 활성화 시켰으며, 왜 3주간의 행사를 통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는지, 우리에게도 너무 잘 알려지고 친근한 피노키오(Pinocchio), 레몬 나라의 디즈니랜드, 라퐁텐느의 우화, 샤를르 페로의 동화의 주인공의 캐릭터 등이 왜 축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지, 초기 몇 년간 니스 카니발과 유사한 망통 레몬축제를 어떻게 차별해 나갔는가, 재미있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문화A역사A지리적 특성과 보편성 그리고 재미를 축제에 어떻게 살려 나갈 것인지 등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축제만 보더라도 2001년에는 프랑스 동화 작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의 여러 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장화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당나귀 가족> 등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축제의 즐거움과 재미를 안겨 주었다. 2002년도에는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 1826~1890,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동화작가)의 “피노키오 모험”을 주제로 선정하여 이 동화 속의 주인공인 거짓말하다 코가 커진 피노키오, 피노키오의 할아버지 제페토를 비롯하여 재채기하는 흥행사, 하얀 집의 요정, 무서운 서커스 단장 등 등장인물과 비둘기 등 동화에 등장하는 동물과 장난감 마을 등을 비오베 정원에 설치하거나 가장행렬에 등장시켜 전 세계 관광객의 호기심을 끌었다.
문화는 우열이 아니라 다름이 문제다. 이제 우리 시대의 최고의 가치는 재미요,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다시 기억하자.
망통은 국제음악축제, 국제현대미술제 등 국제 예술제 개최 도시로서도 예술적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망통의 문화A예술을 상징하는 인물은 단연 <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평론, 연극, 영화, 미술 등 전방위 예술가였던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다.
망통 시민들에게 아름다움을 남긴 장 콕토
그는 1889년 7월 5일 파리 근교 메종 라피드에 태어났으나 병약하여 요양을 겸해 어린 시절 망통에서 멀지 않는 작은 항구 빌프랑슈 쉬르메르(Villefranche-sur-Mer)에서 보냈다. 망통에 매력을 느꼈던 작 콕토는 지금도 그가 설계한 생 피에르 예배당이 있다.
특히 망통에는 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박물관과 시청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나폴레옹 3세 부두에 있는 장 콕토 미술관(MusAe Jean Cocteau)이다. 17세기 성채 안에 있는 작은 교실 2개 정도 크기인 이 작은 2층 미술관에는 장 콕토의 유화, 스케치, 데생, 타피스트리, 도예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지중해 연인을 테마로 한 20여점의 연인 시리즈는 이 지역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그 후 얼마 있다 필자는 엑상 프로방스 여행 중에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를 대표하는 메인 스트리트인 미라보 거리(Cours Mirabeau)의 한 갤러리에서 대대적인 장 콕토 특별전을 볼 기회가 있었다. 장 콕토 미술관에서 살펴본 작품보다 더 많은 대규모 기획전이어서, 이 전시를 보게 된 것은 나에겐 아주 우연히 찾아온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필자는 장 콕토가 이렇게 많은 미술작품을 남겼는가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 콕토에 대해 언급한 오현우 교수의 글을 보자.
“그는 소설, 시, 평론, 연극, 영화 등 예술계의 거의 모든 방면에서 왕성한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시(詩)이며, 항상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 젊은 넋을 가진 시인이었다. 그는 자기의 시를 여러 가지 양식으로 표현하려고 했음으로 그가 손대지 않은 예술 양식이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A평론A연극A영화 그리고 데생도 그에게는 시의 표현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콕토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소설시, 평론시, 연극시, 영화시, 데생시라고 하였다.”
또 망통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 구시가지인 퓌블릭거리(Rue de la Republic)에 있는 시청 건물 안에는 시민들을 위한 작은 웨딩룸인 ‘살데 마라주(Salle des Mariages)’가 있다. 1957년 장 콕토가 오페루우스의 전설에 영감을 얻어 사면의 벽면을 가득 채운 재미있는 벽화이다. 100여명의 하객도 들어가기 어려운 작은 방이지만 어김없이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온다. 결혼식이 없는 날이나 공휴일에는 문을 잠가 두었다가 관광객들에게는 돈을 받고 문을 열어 준다. 이렇게 장 콕토는 망통 시민들에게 정말 아름다운 것을 남겨준 시인이었다.
이제 망통에서 마지막 볼거리는 아름다운 바로크 건물인 생미셀 교회(Eglise St.Michel)이다. 지중해와 망통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고 뒤편에는 꽤 넓은 교회 공동묘지가 있으며 뒤편에는 망통 국제 음악제가 열리는 광장이 있다.
교회 언덕길을 따라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내려오면 해변 도로인 태양의 산책로로 이어진다. 이 해변 도로는 망통레몬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금빛 과일행렬인 장식 수레와 브라스 밴드, 민속 무용단이 펼치는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주 행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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