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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커피는 없어도 오페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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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17회 작성일 10-10-10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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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에 이태리 타올이 없듯이 비엔나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 에스프레소 커피의 일종이 일본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면서 그 명칭이 ‘비엔나커피’가 되었다. 크림 거품 혹은 아이스 크림을 살짝 올려놓고, 계피 가루를 살짝 뿌린(혹은 뿌리지 않는) 비엔나커피는 카푸치노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비엔나커피를 만드는 법을 인터넷으로 살펴보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의견을 가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엔나 커피의 의미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엔나커피를 즐기는 데에는 그 커피의 맛보다는 ‘비엔나’ 혹은 ‘빈’이라는 도시의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왠지 달콤하면서 우아한 품격, 혹은 고전적이면서 세련된 현대적 미감에 젖어드는 듯한 이름, 그것이 ‘비엔나’이고 ‘빈’이다.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홀려 도시로 여행을 가고, 그 이미지를 확인하고 다짐하며 도시를 떠난다. 찬란한 햇살과 풍요로운 자연 풍광 속으로 향하는 여행의 마음가짐과는 전혀 다르다. 도시로 가는 여행객의 마음속에는 이미, 각인된 그 도시의 이미지가 있다.
현대 도시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도시의 이름(브랜드)이 갖는 이미지는 장 보드리야르가 지적한 과실재(hyperreality)이며 가상현실일 수도 있다. 흔히 관광개발을 전공하는 전공학자들이 내놓는 관광개발 전략을 보면, 그 대다수가 도시 인프라나 역사문화유적 정비사업 등의 열거가 많다. 그러한 개발은 난개발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관광지라는 관광지마다 가꿔지고 정비된 곳을 보라. 정붙일 만한 곳이 어디 있는가?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각 도시에서 개최되는 축제나 이벤트는 도시 이미지 개선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하드웨어(상품)에 부합되는 문화적인 접근이야말로 현대 마케팅의 중요한 도구(SP)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민 80%가 오페라하우스 재건에 최우선 둬

opera-2.jpg다시 비엔나커피 이야기로 돌아오자. 비엔나엔 비엔나커피는 없어도 오페라는 있다. 2차 대전 이후 공습으로 인하여 파괴된 시청사·국회의사당·오페라하우스 등의 건설 순위를 두고 국민 투표를 벌인 적이 있었는데, 오스트리아 국민 80%가 최우선적으로 오페라하우스 재건을 선택했다. 국회의 중요한 결정은 나무 그늘에서 해도 되지만, 오페라만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1776년 궁정극장으로 건립되었고, 화재로 붕괴된 것을 다시 1869년에 재건립된 적이 있는 빈 오페라하우스는 2차 대전 종전 후 독일과 함께 패전국의 신세가 된 오스트리아 국민의 자존심 차원에서 시청사나 국회의사당보다 최우선적으로 재건축, 현재와 같은 르네상스식의 화려한 오페라하우스로 건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잘츠부르크 음악축제가 열리는 여름 7·8월을 제외하고, 쉬지 않고 세계 최정상급의 오페라와 발레가 공연되고 있다. 2004/2005년 겨울 시즌에는 과거 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었던 최상의 오페라 레퍼토리들이 선별되어 공연되었다. 이미 오페라계의 전설이 된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s)가 1972년에 연출한 모차르트의 <돈 지오바니(Don Giovani)> 외 다수의 모차르트 작품과 바그너의 작품들을 매일 번갈아 선보인다. 필자가 찾아갔던 2005년 1월 19일에는 앞에서 언급한 <돈 지오바니>, 20일에는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인 시모네(Simone)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e)>, 21일에는 바그너의 <파르지팔(Parzival)>, 그리고 23일에는 역시 세계적인 연출가중 한 사람인 뽀넬리(Ponnelle)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이 공연되었다. 이와 같이 큰 규모의 오페라가, 그것도 매일 그 레퍼토리를 바꿔가면서 공연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다져온 고정 레퍼토리라는 점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엔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늘 새로운 공연을 보여 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며칠 동안 더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좌석마다 설치된 개인용 자막기는 이태리어뿐만 아니라 영어·독일어·프랑스어 중 자신에게 맞는 언어를 선택하여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비엔나에서는 매일 밤 다양한 공연이 수많은 극장에서 공연되는데, 오페라 전용극장으로서는 오페라하우스인 Staatsoper 외에 일반 서민 대중을 위해 건립된 오페라하우스 Volks Oper가 있다. 이곳에서는 오스트리아 국민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독일어권 오페라들이 많이 공연되는데, 금년 시즌에는 플로토우의 <마르타(Martha)>와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살로메(Salome)>가 번갈아 공연되고 있었다. 필자는 이곳 오페라 대중극장에서 24일 <마르타>를 관람할 수 있었는데, 결국 비엔나 머무는 7일 동안 5편의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통상적인 관광의 경우, 비엔나에 머무는 기간이 2일 정도에 그치는 것에 비하여, 오페라라는 공연으로 인하여 늘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7일에 걸쳐 체험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상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체코 프라하에서 볼 만한 오페라 공연이 없어서 이틀만 머물고 떠났던 것에 비하면 시사하는 바가 자못 많다.


부는 바람조차 왈츠!

비엔나에 체류하면서 놀란 것은 Staatsoper든 Volks Oper든 평균 2000석이 넘는 오페라극장에 관객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좌석이 없어서 3·4층 스탠딩 좌석까지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 관객들 다수가 오스트리아 국민들이었지만, 그러나 상당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계 관광객뿐만 아니라 미국·독일 등에서 온 서양 관광객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는 매일 오후 2시경 실시되는 극장 내부 견학(Back stage tour)의 대다수 관람객들이 서양계 관광객인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인 여성 관람객들이 기모노를 입고 종종 걸음으로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서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아마 일본 깃발 관광의 나이트 투어는 오페라 하우스인 것으로 비춰졌다. 젊은 여성의 깃발을 따라 몰려다니는 일본 관광객들의 낯익은 풍경도 이제 유럽의 거의 모든 오페라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그 아무리 외국의 관광객들이 오페라 관람을 많이 온다고 해도, 그것이 가져다 주는 실질적인 경제 효과는 미약하다. 오페라 제작의 상당 부분을 국가 예산이나 시정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럽 대다수의 국가가 그렇게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오페라 하우스를 유지하고, 오페라 제작을 지원하는 것은, 오페라 자체 제작에 의한 경제적 효과보다는 그로 파생되는 문화적 이미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국으로서 서구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그리하여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활동한 곳이다. 그러한 자부심이 음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국가 지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흔히 말하듯, 비엔나에서는 부는 바람조차 왈츠와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과는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도시다.


도시민의 삶이 녹아야 진정한 오페라도시

최근 한국에서도 오페라 바람이 불고 있다. 수백억을 투자하는 야외 오페라들이 연속으로 기획되는가 하면, 대구에서 최초로 오페라 전용극장이 세워진 이래, 고양 등 지역에서도 경쟁적으로 지어지고 있거나 계획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한강의 노들섬에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하겠다는 발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할 점이 있는 듯하다. 비엔나커피에 붙은 ‘비엔나’라는 이름은 그 도시에 오페라 하우스라든가 극장 등의 문화시설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음악과 오페라 속에 녹아들어 있고, 그런 과정 속에 형성된 비엔나만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문화를 통해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점, 문화시설의 건립과 병행하여 지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를 통한 직접적인 결실보다는 그로 파생되는 긍정적 도시 이미지가 경쟁력의 기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문화정책은 사람들이 비엔나커피를 마실 때,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비엔나’를 음미하는 것이라는, 그 지점을 지향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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