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기있는 국가적 이벤트-프랑스 '문화유산의 날' > 이색도시 문화탐방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이색도시 문화탐방


 

가장 인기있는 국가적 이벤트-프랑스 '문화유산의 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726회 작성일 10-10-12 00:05

본문

● 프랑스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국가적 이벤트
1984년 당시 문화부장관 자크 랑(Jack Lang)이 최초로 제안한 후 시작된 ‘문화유산의 날(Journ?es du Patrimoine)’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점점 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반인들이 문화유산에 대한 의미를 새로이 하고, 자신의 역사와의 본격적 화해를 시도하는 이 행사는 현재 연중 낮의 길이가 제일 긴 하지에 개최되는 ‘음악의 축제(F?te de la musique)’와 더불어 프랑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이벤트로 자리잡고 있다.
1996년의 경우 7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반에게 개방된 1만개 이상의 장소를 방문한 데 비해, 작년에는 참가인원이 1천만명, 올해는 작년에 비해 15% 정도 늘어나 무려 1천1백50만명에 달하고 있다. 10주년을 맞이했던 1993년의 동원인원이 5백만명이었으니, 5년 사이에 그 수가 2배 이상 늘어났다. 프랑스 인구를 고려해 볼 때 성공은 더욱 자명해지는데, 현재 프랑스 인구가 5천6백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5명 중 1명이 이 행사에 참가한 셈이다.

 

◀ 문화와 자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느 로카마드르(Rocamadour)전경

 15년째를 맞이한 금년에는 9월 20일부터 21일 양일간 프랑스 전역에서 행사가 개최되었는데, 올해 새로 추가된 장소와 행사만도 1천2백46개에 달한다. 프랑스 문화부가 루이-해리스(Louis-Harris)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1993년 9월 16일 실시한 앙케트 결과를 살펴 보면 이 행사가 지니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응답자의 72%가 이 행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인기있는 문화행사의 제1위로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87%는 이 행사가 ‘흥미롭다’고 했고, 그중 ‘아주 흥미롭다’고 대답한 비율이 50%에 달한다.

이 행사에 직접 참여해 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이 비율은 73%로 올라간다. 특히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경우 98%가 자신의 방문지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을 정도로 ‘문화유산의 날’은 프랑스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또 이 결과에 따르면 문화유산의 일반 개방과 관련 행사 개최가 가장 효과적이고도 적극적인 보호방식이라는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이 82%에 달한다. 그런 연유로 프랑스인들은 좌·우파 구분없이 이 행사를 통해 노스탤지어와 현대성, 쾌락과 지식의 이상적인 결합을 꿈꾸고 있다.


● 프랑스 전역의 건물들 완전 공개돼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이 행사가 가장 인기있는 행사로 자리잡게 된 데는 몇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들에 대한 일반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TV가 지대한 역할을 수행했다. 또 아직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도 새로운 소재들을 발굴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크거나 작거나, 유·무명의 건물 거의 대부분이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와의 진정한 만남이 이때 이루어진다.
행사기간 이틀동안 무수한 건축물들이 시대를 뛰어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프랑스인들에게 그 자태를 선보이지만, 그 만남은 대혁명의 피로 얼룩진 살육의 역사나, 유럽 전역을 공포로 뒤덮었던 압제자의 위용을 되새기며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다. 관용(톨레랑스)의 정신이 프랑스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정신으로 간주하는 프랑스인들이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과거와의 만남이다. 그러나 이 행사는 전문가들의 지식 덕분이 아니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가는 4천6백개의 복원작업과 3천5백개의 개·보수작업에 종사하는 총 8천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1천여개의 기업들이 메세나의 형태로 각종 문화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프랑스에서는 3만4천명의 인력이 문화유산 보존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 빈도는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하는 여러 프로젝트들과 더불어 증가 일로에 있다.
이 행사가 일반인의 관심을 끌게 된 결정적 이유는 평소 접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건물들을 포함하여 프랑스 전역의 건물들이 비록 이틀동안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공개된다는 점이다. 종교적 건물, 성, 정원, 군사시설, 공장, 연구소, 학교 등의 건축물들뿐만 아니라 엘리제 궁, 상원 및 하원, 프랑스 국립은행, 대부분의 정부 부처 등 평소 일반인의 접근이 힘든 장소들도 예외없이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유서깊은 식당 등 매년 독특한 성격의 명소들도 리스트에 추가되고 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건물들로는, 1997년을 기준으로 파리의 경우 셍트 샤펠 성당(1만8천명), 하원(1만6천명), 지방의 경우 루아르 강변의 샹보르 성(1만5천명)과 앙제 성(1만2천4백62명), 느와지엘(Noisiel)에 소재한 므니에(Menier) 쵸콜릿 제조공장(1만5천명), 리용 시청(1만5천명) 등이 있다.

R-11.jpg

R-10.jpg
▲스트라스부르 소재 노트르담 대성당 앞 거리 풍경(위) 쉬농소 성에 있던 카트린느 드 메디치의 가실 

 R-4.jpg

 이날의 행사는 그냥 해당 장소의 출입문을 개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매년 선정한 주제에 따라 전시회, 콘서트, 낭송행사, 실연 및 시연 등이 가미된다. 예를 들어 퐁피두센터 부설 ‘현대음향 및 음악 조정연구소(IRCAM)’를 행사기간 중 방문해 보면, 현대음악 연주, 악기 및 음향 기자재 설명, 특별강연, 연구실 방문 등 일반인들이 이 연구소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해주는 거의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행사 일정표 및 연구소 내부가 그려진 상세안내서가 입장과 동시에 배포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 이벤트들은 최근 들어 매년 특별 주제를 선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9월 14~15일 개최된 1996년 행사의 경우 ‘문학적 유산’을 특별주제로 1만1천1백16개의 명소를 개방한 바 있다. 올해는 ‘장인 직업과 기술’을 주제로 선정했으며, 내년의 특별 주제는 ‘문화유산과 시민정신’, 2000년의 주제는 ‘20세기의 문화유산’으로 이미 정해 놓았다. 또 몇몇 지방의 경우 ‘인권’, ‘세계대전’, ‘낭트칙령’, ‘성채’ 등 독자적인 주제를 설정하고 거기에 맞춘 행사를 가지기도 한다.
직업과 장인정신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키고 있는 1998년의 경우, 보존, 복원, 연구, 자료화, 예술품 중개업 등 문화유산 보존 및 전수와 관련된 수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R-7.jpg

▲ 르와르 강변에 위치한 샹보르 성(위)과 지베르니(Giverny)에 소재한 화가 모네의 집. 정원과 연못의 분위기가 일품이다.

그중 몇몇 분야는 오늘날 오로지 몇 명에 의해서만 전수가 가능할 정도로 희귀성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분야는 최근 개발된 최첨단 기술에 의지하기도 한다.
문화유산의 일상적 관리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개인이 함께 담당하고 있다. 보존과 복원작업은 문화부 산하 ‘건축 및 문화유산 담당국(Direction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이 관장하고 있는데, 특히 1990년부터 1993년 사이에 이 부서의 국장을 담당했던 크리스티앙 뒤파비용(Christian Dupavillon)은 일반인들이 문화유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도록 적극적 노력을 경주한 바 있다. 또 1983년부터 도시건축 문화유산보호지역(ZPPAU : Zones de protection du patrimoine architecturale et urbain)이 최초로 지정되면서, 특히 취약하다고 간주되던 도시지역에서도 그 보호가 본격화된다.

● 확대되고 있는 문화유산의 범주와 그 문제점
1913년 12월 31일 법률 제정 이후, 현재 프랑스에는 2개 등급의 문화재(Monuments historiques)가 존재한다. 보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주요 문화재의 경우 국가가 ‘지정’하며 중요성이 덜한 문화유산일 경우 문화재 목록에 ‘등록’케 하는데, 이 경우 전자에 비해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문화재라는 개념은 최근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현재 이 개념속에는 모든 시대의 건물 및 물품뿐만 아니라 역사적, 예술적, 과학적 가치를 지니는 모든 물건들이 포함된다. 따라서 성, 호텔, 교회, 수도원, 정원, 선사시대 동굴 등 전통적 성격의 문화재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가게, 영화관 등 상업적, 문화적 용도의 건물들, 공장, 역사(驛舍), 배나 기관차처럼 산업적·기술적 성격의 물건 등이 전부 포함된다. 여기에 ‘비물질적 문화유산’의 개념이 추가될 수 있다. 아직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기술’, ‘직업’, ‘꽁뜨’, ‘샹송’ 등도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R-6.jpgR-5.jpgR-12.jpg

▲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왼). 인상파화가 들이 즐겨 찾았던 옹플뢰르(Hounfleur)항구. 프알수아 1세의 아들 앙리 2세 초상화(우)
 

 R-8.jpg

현재 프랑스의 문화재를 시대별로 분류해 볼 경우, 선사시대 및 고대의 것이 5.75%, 중세(6~15세기)의 문화재가 34.75%, 근대(16~18세기)의 문화재가 47.21%, 그리고 현대(19~20세기)의 문화재가 12.29%로 나뉘어진다.
현대의 문화재가 의외로 많이 포함된 사실에 놀랄 수도 있지만, 특히 18~24세의 젊은이층(56%)과 35~49세의 중년층(54%)이 ‘현대의 물건도 문화유산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프랑스인의 전체비율 45%에 비해 월등히 개방적인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의 고조와 더불어 적지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다 보존할 수 없다. 법률적으로 따지면 합법적 보호란 단순한 동결을 지칭한다. 만약 ‘올렝피아(L'Olympia)’같은 유명 샹송공연장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경우, 이 극장의 활용에 필요한 모든 보수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건물의 전면(前面)이나 계단 등 부분적으로 문화재에 지정된 건물을 개·보수할 때도 건물 전체의 해체에 적용되는 법률에 따른다.

◀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중의 하나인 오페라 좌의 전경(위) 하늘에서 바라본 셍말로(Saint Malo). 해적들의 전초기지 역활을 수행했던 곳으로 프랑스의 도시중 가장 남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R-9.jpg

 또 시간에 의해 잠식된 건물을 무조건 보존하는 것이 타당한가? 건물의 보존을 원한다면, 건물의 원래적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그 장소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옳은가? 건물의 상태가 아무리 아름답다 할지라도 텅빈 성(城)이나 사람들이 더 이상 방문하지 않는 교회 등은 이미 의미를 부분적으로 상실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의문들을 공장 건물에 적용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모든 기능을 상실한 공장 등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합당한가? 레니에르 드 루베(Laini?re de Roubaix) 우유공장은 오늘날 노동세계 자료보관소로 변모해 있다. 모든 공장 건물을 일률적으로 문화센터로 전환시킬 수 없는 까닭에, 당시 산업을 대표하던 기계들 일부를 전시하며 박물관 역할을 담당케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셍-캉텡(Saint-Quentin)에 위치한 시두(Sidoux) 방직공장의 경우 수세대에 걸쳐 사용한 기계들이 아직 작동중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보호 차원에서 이 장소를 활용 가능하게 해 줄 재정후원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농촌의 문화유산에 대해서 말하기도 쉽지 않다. 프랑스 정부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약 20만채의 농가가 위협당하고 있다. 이미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체험한 바 있는 농부들이 옛 농가를 부유층을 위한 별장으로 개조하는 것을 정부가 어떤 명분으로 저지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술적인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인식은 확대되고, 다변화되며, 끊임없이 쇄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예술작품의 보호와 복원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 세대가 과거의 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환경보호운동이 본격화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통적인 정치 양태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 새로운 프랑스 및 유럽의 젊은이들은 개인적 행복의 질을 우선적 가치로 간주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문화와 역사를 돌이켜 보며 미래의 전망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문화유산과 환경보호의 연계는 ‘문화’와 ‘자연’을 무리없이 조화시킨다. 그런 점에서 오래된 돌, 숲이나 자연보호구역 등을 관리와 보호가 필요한 문화재와 분리시켜 별도로 간주할 이유가 없다.

● 유럽 문화유산의 날도 점차 확대
1984년 프랑스가 이 행사를 최초로 시도한 후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동일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1991년부터 유럽연합의 후원하에 유럽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유럽 문화유산의 날(JEP)’을 지정해 놓고 있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국가의 숫자는 연차적으로 늘어나 1994년의 경우 24개국, 1995년 35개국, 1996년 40개국으로 확대되었으며, 올해는 터어키의 참여로 44개국으로 늘어났다.

R-13.jpgR-3.jpg


     ▲ 몽마르뜨 언덕위의 싸크레-쾨르 성당의 야경 ▲ 라 콩시에르쥬리와 센느강의 야경

이 행사의 목적은 각 국가와 지방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유럽 공동의 문화유산을 유럽인들에게 주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1997년의 경우 1천8백만명 이상의 유럽인들이 2만6천개의 유적, 박물관, 복원현장, 공공기관, 정원, 개인저택 등을 방문한 바 있다. 금년에는 ‘올해의 문화도시’로 선정된 스톡홀름에서 9월 5일 공식적으로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국경을 뛰어 넘어 40개 이상의 참가국들이 약 30여개의 주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주제의 문화유산을 자국이 아닌 타 국가에서 맛볼 수도 있다.
 프랑스식의 독창성과 공유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이 행사를 한국에서도 시도해 볼 수는 없을까? 전통적 의미의 문화유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도 현대적 건물들을 참여시키면서 이 행사의 의미를 얼마든지 부각시킬 수 있다.
서울 동북부지역의 일부만을 예로 들어보더라도, 각종 연구소들이 밀집해 있는 홍릉에서부터 회기동의 경희대, 이문동의 외국어대를 거쳐 석관동의 한국종합예술학교에 이르는 문화벨트는 상당히 풍요로운 행사를 가능하게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 사회의 개방도와 성숙도를 가늠해 볼 척도가 될 수도 있는 이 행사의 개최를 통하여 이 사회에 팽배한 이기주의가 타인에 대한 이해로 변모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수는 없을까?
비록 이벤트적 성격이 짙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이 이 행사에 부여하는 의미가 결코 만만치 않음은, 그들이 모색하는 열린 사회의 양태와 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건물들의 개방된 모습이 흡사하다고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