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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1마일 여행-에딘버러 로얄 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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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49회 작성일 10-10-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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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과 뉴타운으로 이루어진 에딘버러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는 엄밀하게 말하면 두 개의 도시가 그 안에 들어있는 형상이다. 화산 활동으로 이루어진 바위 절벽에 우뚝 솟은 에딘버러성에서 시작돼 현재 영국의 군주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스코틀랜드 공식 거주지인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이하 홀리루드)까지 곧장 이어지는 1.5㎞ 거리를 중심으로 한 ‘올드타운(구시가)’이 하나다. 성에서 궁전까지의 길은 우리 나라의 종로격인 ‘하이 스트리트’이지만 ‘로얄 마일(Royal Mile)’이라는 별칭으로 훨씬 유명한 곳이다. 구시가의 중심인 로얄 마일 산책에 앞서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 올드타운이 지나치게 북적거리자 결국 18세기에 이르러서 성 아랫쪽 계곡 건너편으로 시가지를 이동하자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건설된 것이 바로 ‘뉴타운(신시가)’이다. 신·구시가를 가르는 계곡에는 본래 호수가 있었다. 스코틀랜드 전통의 방언으로 호수를 ‘로크(Loch)’라 하는데, 이 호수는 ‘노스 로크’, 즉 북쪽의 호수라는 의미를 지녔었다. 하지만 물이 마르고 이제는 공원으로 변모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의 거리로 알려진 ‘프린시즈 스트리트(Princes Street)’의 한켠에 무성한 초록을 뽐내며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사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이 대도시의 가장 번화가 옆에 자리잡게 된 것은 엄격한 제한 덕분이었다. 프린시즈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신시가가 펼쳐져 있지만 구시가를 향한 쪽에는 어떠한 건물도 자리잡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예외라면 두 개의 국가기념비 정도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한쪽으로는 유명 브랜드들의 온갖 상점이 즐비한 반면 다른쪽으로는 과거에 호수였던 공원과 함께 화산 절벽에 우뚝 솟은 에딘버러성이 선명히 들어온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하늘까지 포개지면 실로 살아있는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셈이다.

인간이 빚어낸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관광명소
S-2.jpg▶ 프린시즈 스트리트

시선을 다시 에딘버러를 가르는 프린시즈 스트리트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로얄 마일로 돌린다. 로얄 마일의 시작인 에딘버러성은 스코틀랜드에서 인간이 빚어낸 가장 위대한 관광명소로 꼽힌다. 군인들이 체류하고 있는 에딘버러성은 영국에서도 몇 안되는 현재 까지 사용되고 있는 성이다. 또한 스코틀랜드 왕관 등 보물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성내에는 11세기에 지어진 세인트 마가렛 채플, 전쟁기념관, 대연회장 등이 있고, 대연회장은 외부인들의 행사를 위해 대여도 해 준다. 관광객들의 흥미를 끄는 하루 한 번씩의 쇼는 ‘한시를 알리는 대포(One O'Clock Gun)’이다. 매일 한 시에 망루에서 터지는 한 번의 대포소리를 서로 더 좋은 자리에서 듣기 위해 관광객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본래 이 대포는 성에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를 지나는 배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시작됐다. 오늘날 ‘쾅’하는 소리에 시내를 지나가다가 놀라는 사람은 관광객 등 외지인이고, 시계를 맞추는 사람은 에딘버러 사람이라고 한다. 왜 정오에 대포를 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열두 번이나 대포를 쏘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구두쇠라고 알려진 스코틀랜드인의 기질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대목이다. 에딘버러성문 밖 광장에서는 매년 8월이면 군인들이 저녁때 막사를 찾아 들어오는 귀영식을 화려하게 펼쳐보이는 ‘밀리타리 타투(Military Tatoo)’가 축제분위기를 더한다. 성문앞 광장 바로 옆에는 위스키 헤리티지 센터가 있다. 통상 ‘스카치’하면 위스키로 이해할 만큼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역사가 길고도 깊다. 이곳에 들어서면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참나무통 모양의 차를 타고 스카치 위스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에 참여할 수 있다. 참나무통 여행이 끝나고 문을 나서면 서 있는 원통형의 건물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는 에딘버러시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는 활동사진을 보여주는 곳이다. 성에서 로얄 마일을 따라 내려가는 첫머리인 캐슬힐은 유럽 최초의 고층빌딩이 생긴 곳으로 유명하다. 16~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들 건물들 중 글래드스톤 래인의 경우, 민간인들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문화재 보호관리단체인 ‘스코틀랜드 내셔널 트러스트’의 지원하에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다. 이들 빌딩 사이에 난 좁은 길은 흔히 ‘클로즈(Close)’라고 불린다. 좁은 골목길마다 살인사건과 각종 미스테리가 얽혀 있어서 어쩐지 으시시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의 실제 인물이라고 알려진 브론디의 살인행각으로, 어딘가 그가 저지른 피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만 같다.

세인트 자일즈에서 캐논게이트까지의 여행
S-5.jpg◀ 존 녹스 하우스

이제 막 시작한 로얄 마일은 계속해서 세인트 자일즈 성당으로 이어진다. 영국에서는 두번째로 기사작위 수여식이 열리게 된 교회이다. 기둥에 새겨진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천사도 찾아보자. 스코틀랜드 천사인데,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바로 옆은 스코틀랜드 의회 광장이다. 법원이 들어 서 있으며, 이곳에 있는 시그넷(법관) 라이브러리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꼽힌다. 15세기 건물로 현재 에딘버러시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빌딩으로 추정되는 모브레이 하우스가 보인다. 로얄 마일에는 유난히 4~5층 이상의 당대로서는 고층 주거빌딩이 많이 늘어서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옛날 이들 주택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했을까라는 것이다. 오물 수거인들이 지나가며 쓰레기를 내놓으라고 외치면 집집마다 고층건물의 창문에서 쓰레기더미를 내던졌다. 이로 인해 로얄 마일은 쓰레기 냄새가 진동하는 거리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세인트 자일즈 성당과 함께 로얄 마일에 위치한 또 하나의 종교성지라면 16세기 건물인 존 녹스 하우스이다. 종교 개혁가였던 존 녹스의 이름을 딴 자그마한 건물인데, 그는 생전에 카톨릭 교도였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와 홀리루드 궁전에서 수차례나 무례하리 만치 격렬한 논쟁을 벌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궁전으로 발길을 내딛기전 꼭 들려야 할 곳이 있다면, 존 녹스 하우스 건너편의 ‘어린이 박물관(The Museum of Childhood)’을 권하고 싶다. 같은 종류의 박물관으로 세계 최초인 데다가 세계 각국의 인형, 게임기, 요람, 유모차 등 수백종이 전시되어 있어 어린이에게는 경이와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유쾌한 추억을 함께 전해 준다. 입장까지 무료다. 홀리루드 궁전 바로 앞의 하얀 건물은 캐논게이트 교회이다. 17세기에 지어진 이 교회는 여왕이 스코틀랜드에 머무는 동안 예배를 드리는 곳인데, 사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건 여왕의 성지여서라기 보다 이곳 교회 묘지에 매장된 인물들 덕분이다. 대표적인 인물로, 낸시 맥클로즈라는 여성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윤동주라고 할 만한 인물인 시인 로버트 번즈의 열정적인 친구, 혹은 그 이상의 관계를 가져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부론을 저술해 자본주의의 토대를 만든 아담 스미스도 이곳에 묻혀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유물론의 한 축을 이루었던 흄도 아담 스미스와 함께 이 곳에 뼈를 묻었다.

고대, 중세, 현재의 이야기가 모두 한 거리에
S-3.jpg◀ 홀리루드 궁전

드디어 로얄 마일의 끝자락에 위치한 홀리루드 궁전에 도착했다. 홀리루드는 퀸즈파크의 탁 트인 마루 위에 세워져 있는데 그 뒤로는 두 개의 언덕, 즉 아더왕의 의자라는 뜻을 지닌 아더즈 시트(Arther's Seat)와 솔즈베리 크래그(Salisbury Crags)가 병풍처럼 서 있다. 홀리루드는 이미 지난 수세기 동안 에딘버러성과 함께 스코틀랜드 왕과 왕비의 공식 거주지였다. 평지에 자리한 홀리루드는 에딘버러성이 주는 장엄함을 공유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섬세함과 단아함이 유럽 어느 지역의 성과도 견줄 수 없는 독특한 건축 양식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아름다운 성에서 벌어진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에 얽힌 살인사건의 기록만큼 이곳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 것이 또 있을까. 프랑스에서 건너와 스코틀랜드의 여왕으로 즉위한 메리의 거주지였던 홀리루드에서 그녀의 세번째 남편이던 단리경이 여왕의 이탈리아인 비서 데이비드 리지오를 살해한 것이다.
S-4.jpg ▶ 로얄 마일

단리경이 친구에게 청부해 벌어진 이 살인사건은 당시 만삭이던 여왕의 목전에서 벌어졌던 것으로 기록됐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 중 북쪽 탑만이 지난 15세기 메리 여왕의 할아버지였던 제임스 4세때 건축됐고 나머지는 찰즈 2세 시대에 지어졌다. 홀리루드는 연중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다만 현 엘리자베스 여왕이 머물고 있는 시기는 예외이다. 궁전에서 끝난 로얄 마일은 자연스럽게 칼톤힐로 올라갔다가 프린시즈 스트리트의 대로로 이어진다.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투어버스를 타면 로얄 마일 양편에 늘어선 온갖 건물들에 얽힌 고대, 중세, 현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로얄 마일을 보기 위해서라면 편안한 신발을 신고 1.5㎞(1마일)를 걸어본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긴 1.5㎞의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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