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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속에 담겨진 페리고르의 매력-도로도뉴지방과 라스코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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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789회 작성일 10-10-1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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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코를 포함한 베제르 계곡 전체가 문화거리
s-2.jpg◀ '라스코II'와 르 토에 위치한 '에스파스 크로마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티켓

유럽내 선사시대 유적들중 그림의 숫자와 질 차원에서 최고로 간주되는 라스코동굴(Grotte de Lascaux)은 1979년에 몽-셍-미셸, 베르사이유 궁전과 함께 프랑스가 가장 먼저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시킨 곳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라스코를 포함한 베제르 계곡 전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행정구역상 이 지역은 페리고르(현재 명칭은 ‘도르도뉴(Dordog- ne)’로 불리운다)에 소속되어 있으며, 지리적으로 북극지방과 적도, 프랑스 중부의 산맥과 대서양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부르고뉴 지방과 더불어 프랑스에서 식도락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역사, 고성(古城), 식도락 그리고 천혜의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이 지방은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확장된 ‘문화의 거리’이다. 대표적인 특산물로는 희귀성과 비싼 가격으로 말미암아 ‘검은 다이아몬드’로 불리우는 트뤼프(Truffe)와 프와 그라(Fois gras) 등이 있다. 트뤼프는 땅밑에서 자라는 버섯의 일종인데, 특수하게 훈련받은 돼지만이 냄새를 통해 이 버섯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또 프와 그라는 거위 간요리인데, 다량의 간을 얻기 위해 거위를 고급사료로 사육한 후 비대해진 간을 이용하여 만든 요리로서 프랑스에서는 캐비어와 함께 아주 일급요리로 간주되고 있다. 운이 좋으면 페리고르 지방의 농부들이 자신의 농가를 개방하는 시기에 방문하여 거위를 사육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이 지방에서 생산하는 포도주와 함께 프와 그라 및 트뤼프를 맛볼 수 있다. 각 농장은 프와 그라를 통조림으로 만들 수 있는 시설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거무스름한 빛의 상당히 비옥한 이 지역 토양과 녹음이 우거진 이 지방의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인류의 선조격인 크로마뇽인이 이곳에 먼저 정착한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크로마뇽인이 발견된 최초의 장소인 레 에지 드 타야(Les Eyzies de Tayac)와 그곳에 소재한 선사시대 박물관, 가장 아름다운 중세 도시로 거론되는 사를라(Sarlat), 몽-셍-미셸, 루르드과 더불어 프랑스 카톨릭 최대의 순례지로 손꼽히는 로카마두르(Rocamadour), 굴 속에 초록빛 강이 흐르는 환상적인 동굴 구프르 드 파디락(Gouffre de Padirac), 온 마을이 붉은 벽돌로 지어져 있어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의 하나로 선정된 콜롱쥬-라-루쥬(Collonges-la-Rouge), 페리고르의 행정 중심지 페리괴(Perigueux), 절벽을 파들어가 만든 집들로 구성된 마을 라 로크-가쟉(La Roque-Gageac), 그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이 지역의 특색은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선사시대의 유적이 도처에 산재해 있고 관련 테마파크 및 박물관들도 무수히 많아 테마기행 장소로 아주 적절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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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코 동굴안에 그려진 상상속의 동물(좌)과 황소와 말들

훼손된 동굴도 그대로 옮기는 프랑스의 문화정책
s-1.jpg◀ 르 토에 소재한 선사시대 박물관 '에스파스 크로마뇽'

무엇보다도 이 지역을 유명하게 만든 계기는 라스코동굴의 발견이다. 1940년 9월 12일 4명의 아이들이 라스코 언덕에서 구멍 속으로 사라진 개를 찾다가 우연히 약 기원전 1만7천~1만5천년의 그림들로 채워진 한 동굴을 발견하게 된다. 전설에 의하면 보물이 숨겨진 몽티냑 성(城)으로 이르는 지하통로가 라스코에 있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동굴 안은 실제로 그런 동물이 실재했는지 오늘날 판별하기 조차 힘든 외뿔 짐승까지 등장해 역사 이전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선사시대의 시스티나 성당’ 그 자체였다. 그곳에는 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불균형스럽지만 마치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터치로 그려져 있고, 지하에서는 원시인들이 그림그리는 데 사용했던 색소들과 돌로 만들어진 10여개의 기름 램프들이 발견되었다. 그림들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의가 분분하나, 대지나 식물들이 전혀 소재로 등장하지 않는 대신 선과 점, 바둑판 무늬, 타원형, 막대기 들이 등장하는 점으로 미루어 종교상의 목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짐작하고 있다. 그후 이곳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나, 2차대전 때문에 그 작업은 1948년에야 마무리된다. 그러나 오늘날 라스코동굴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 선사시대 연구가들과 사진작가, 관광객들이 그곳을 황폐화시킨 후 이 동굴이 1963년부터 일반인에게 완전히 폐쇄되기 때문이다. 15년동안 이 동굴을 방문한 사람의 숫자만도 100만명을 족히 넘어선다. 동굴의 훼손은 녹색 해초 및 이끼의 번식, 동굴을 백화시키는 방해석(方解石) 생성의 가속화로도 설명된다. 또한 입구의 붕괴, 터널 공사, 지반 평탄화 작업 등으로 말미암아 동굴 내부의 기후 조건과 습도가 많이 변형된 후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현재는 매주 팀당 5명으로 구성된 2개의 전문가팀에게만 라스코동굴의 탐사가 허용될 뿐이다. 하지만 동굴의 가장 흥미로운 두 개의 장소(‘황소의 방’과 말들이 그려진 ‘축 형태의 구석’ 부분. 이 두 곳에 동굴 내 전체 그림의 약 90%가 집결되어 있다)를 사진 작업과 컴퓨터를 이용해 밀리미터 단위로 복제하여, 원래 동굴 위치로부터 200m 떨어진 곳에 원형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인공 동굴 ‘라스코 II’를 만들어 놓고 오늘날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미술가 모니크 페이트랄(Monique Peytral)이 콘크리트와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흙으로 10년 동안의 작업 후 되살린 고색창연한 색깔은 진품의 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1983년 이후 일반에게 개방된 이 동굴로 들어가보자. 동굴 전체가 채색되어 있고 그 위에 당시 동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동굴로 들어가는 순간 방문객들은 마치 원래 동굴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 동굴의 화려함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 지역을 세계 최대의 선사시대 연구지로 만들기 위해, 도르도뉴 지방 관광청은 라스코동굴에서 7㎞ 떨어진 르 토(Le Thot)에 크로마뇽 박물관(Espace Cro-Magnon)을 만들어 놓고 동굴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표를 동시에 구입케 하여 이곳을 의무적으로 들리게끔 하고 있다.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이곳에 라스코Ⅱ 작업에 관련된 각종 시청각 자료들을 전시하고 선사시대 동물들과 가옥들을 재현한 야외박물관을 마련해 놓은 것을 보면, 프랑스 문화행정의 영악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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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프르 드 파디락 내 '비의 호수' 보트를 타고 녹색 강을 가로지르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좌) 구프르 드 파디락 바닥에서 올려다 본 동굴구멍(우)

라스코는 도르도뉴 명소들과 함께 들러야 제맛
s-3.jpg◀ 사를라에 위치한 작가 라 보에시의 집

하지만 라스코동굴은 도르도뉴(Dordogne) 전체에 산재한 유적과 명소들을 함께 방문해 보지 않으면 그 의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페리괴로부터 북쪽으로 26㎞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브랑톰은 ‘페리고르의 베니스’라 불리우는 곳이다. 이 도시는 피에르 드 부르데이으(Pierre de Bourdeille), 일명 ‘브랑톰’의 모험담과 불과분의 관계에 있다. 전통에 따라 사제가 된 브랑톰은 1557년 브랑톰 수도원을 이어받게 되나, 그후 단조로운 생활에 싫증난 그는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등을 여행하며 스페인 군대와 합류한 후 모로코에서 전투에 참여하기도 한다. 1614년 74세의 나이로 사망하지만, 자신의 시대를 증거하는 2개의 뛰어난 문학 작품을 남겼다. 또 이 지역을 빛낸 인물로 ?G자발적 예속에 대한 담론?H의 저자이자 몽테뉴의 친구인 라 보에시와, 19세기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이집트 문명을 ‘로제타 석’에 씌어진 상형문자를 통하여 해독해 낸 세계적인 이집트 연구학자 샹폴리옹을 빼놓을 수 없다. 1525년 건축된 ‘라보에시의 집’이 ‘중세의 보석’, ‘가장 매혹적인 우아함을 자랑하는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사를라의 미(美)를 한층 빛내고 있다면, 샹폴리옹 박물관과 복제한 로제타 석으로 치장한 에크리튀르 광장(Place des Ecritures)은 도르도뉴 지방 동남쪽에 소재한 도시 피쟉(Figeac)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이 지역에 산재한 동굴들에 얽힌 전설들도 이 지역의 매력에 일조하고 있다. 파디락 동굴만 해도 그 거대한 구멍으로 말미암아 19세기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악마의 짓으로 여겼던 탓이다. 전설에 따르면 구원할 영혼을 찾아 석회질 고원(高原) 위를 헤매다 돌아오던 셍 마르텡(Saint Martin) 성인(聖人)은 자신의 노새가 더 이상 길을 가지 않으려 하는 장면을 갑자기 목격한다. 지옥으로 가기로 예정된 영혼들로 가득찬 주머니를 메고 있는 사탄이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악마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장애물을 노새로 하여금 뛰어넘게 하면 영혼들을 넘겨주겠노라고 셍 마르텡에게 이야기하면서 거대한 구멍을 즉석에서 만들어낸다. 노새는 그 심연을 무사히 뛰어넘고, 화가 난 악마는 그 구멍을 통하여 지옥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한다. 파디락 동굴을 방문해 보면 전설적 심연의 바닥에 도달하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만 한다. 페리고르를 여행해 보면 이 지역이 축복받은 자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느끼게 된다. 하지만 지방 문화를 고고학 같은 상아탑 속의 학문과 접맥하고, 문학적 업적과도 연계시키며, 선사시대의 제유적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기울이는 다방면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한 지역이 스스로의 문화적 위상을 드높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요인들이 얼마나 복잡다단한가 하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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