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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대중화, 열린 문화를 위한 노력-보부르와 레 알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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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1,592회 작성일 10-10-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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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퐁피두 주변

마레지구가 전통의 보존에 주력하고 있다면, 살아있는 현대 프랑스 문화를 창출하는 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은 두 말할 필요 없이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일명 ‘보부르(Beaubourg) 센터’이다. 약 30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박물관은 예술, 과학, 기술, 교육의 집약체로, 자연채광을 극대화하고 작품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장식적 효과를 극소화하며, 대규모의 관중을 겨냥한 열린 공간을 구비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공간 활용은 대학으로 상징되는 아카데미즘의 폐쇄성과 대비된다. 또한 지금까지 서로 분리되어 있던 조형예술, 독서, 디자인과 음악 등의 예술활동을 연계시킬 수 있도록 단일복합건물, 즉 ‘총체적 장소’로 극장, 전시장, 서점, 영사실과 컨퍼런스 룸, 미술관, 전망대, 식당(카페테리아, 셀프-서비스, 레스토랑)을 골고루 갖추어야 한다. 퐁피두 센터는 첨단 박물관이 요구하는 이러한 각종 사항들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다. 현재 공공정보도서관(BPI) 이외에도 현대미술관, 이르캄(Ircam: 청각 음악 음향 조정연구소), 산업디자인 센터 등이 여기에 배속되어 있다. 보부르 옆의 레 알(Les Halles)지역은 파리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화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거리이고, 따라서 거대한 현대식 쇼핑센터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지만, 파리의 여느 현대식 건축물들이 그렇듯이 포럼 레 알(Forum les Halles)의 외양은 셍-외스타슈 교회의 고풍스러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변의 많은 영화관들과 화랑들, 카페와 상점들도 레 알지구를 생동감 넘치는 문화 중심지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퐁피두 센터 바로 우측의 분수대에서는 팅겔리(Tinguely)와 니키 드 셍-팔(Nicky de Saint-Phalle)의 조각들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많은 방문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퐁피두 센터 광장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는 각종 길거리 공연들─그 모습은 입으로 불을 뿜어내는 차력사의 공연에서부터 깡통과 바나나를 두드려대며 현대음악 연주가를 자처하는 장난기 어린 흑인 아저씨의 음악까지, 하루종일 광장 마당에서 뒹굴며 동양적 몸짓의 완성을 추구하는 일본인 여성 전위무용가의 지칠 줄 모르는 퍼포먼스로부터 전통 악기로 ‘철새는 날아가고’를 연주하는 페루 악사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의 자유분방함과, 극히 정교하게 조직화된 퐁피두 센터의 각종 문화행사와 시설들은 좋은 대조를 이루지만, 동시에 그 모습은 문화향유 기회에 있어서의 빈부격차를 비웃으며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공동선(共同善)을 지향하는 문화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런 모습들이 파리라는 도시의 여유만만함과 균형을 이루며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프랑스 특유의 문화적 분위기와 이국적 정서를 한꺼번에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레 알지역은 프랑스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날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 열린 문화, 열린 행정의 본보기

도시 재개발 차원에서 전국의 농수산물을 집산하던 재래식 시장을 헐고 난 자리에 세운 레 알지구와, 바로 옆에 위치한 퐁피두 센터는 복합적 성격의 문화센터가 어떤 위치에 소재해야 하고, 시민들의 문화의식 고양을 위해 어떤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기여해야 하는 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에펠 탑, 파리 제19구에 소재한 빌레트과학산업 센터 등과 더불어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파리의 명소로 퐁피두 센터가 꼽히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20년 동안 이 건물을 방문한 인원만도 1억5천만명에 달한다. 1969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르쥬 퐁피두(Georges Pompidou)의 건축 결정에 따라 1977년 1월 30일 문을 열게 된 퐁피두 센터는 1960년대에 유행했던 하이테크 기술을 총동원한 건물이다. 이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는 공장, 비행기, 배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전통적 건물 형태의 ‘안’과 ‘밖’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듯한 미완성된 ‘공장’의 모습을 프랑스 문화 메카의 겉모습으로 만들어낸다. 철제 외관, 바깥과 안이 훤히 내다보이는 투명 유리 캡슐은 ‘열린 문화’를 지향하는 이 건물에 완전히 독창적인 이미지를 부여했고, 매년 약 800억의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만들어놓았다. 이 건물은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앙드레 말로가 주창한 ‘문화의 집’에서 그 기원을 두고 있기도 하지만, 규모나 현대예술에 대한 신뢰, 국제적인 위상, 건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문화의 집’ 구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이 센터의 진정한 힘은 1층 건물 입구에서부터 5층의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건물 전체에서 느껴진다. 1층 한쪽 구석에서는 일반 개봉관에서 접하기 힘든 세계 각국의 영화가 쉴새없이 상영되고 있고, 도서관에서는 남녀노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다.

완전 개가식의 서고는 열려있는 행정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도서관 입구만 통과하고 나면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으며, 물론 도서관 출입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료는 시디롬(CD-Rom)에 담겨져 있어 즉시 조회가 가능할 뿐 아니라 타 도서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이 도서관이 직접 소장하고 있지 않은 자료라 할지라도 관련 정보를 최대한 얻어낼 수 있다. 또한 이 도서관은 어학 실습이 가능한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갖추고 있으며, 비디오, 슬라이드, 디스크를 개별적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위성방송의 시청도 가능하다. 제본되어 있지 않은 신문이나 과월호 잡지 등은 마이크로 필름에 담겨져 있으며, 자료실에서는 주요 주제와 관련된 언론 기사들을 스크랩해 놓아 원할 경우 복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퐁피두 센터의 역할은 이 센터의 뛰어난 문화행정,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프랑스 정부의 행정 능력으로 더욱 빛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센터에서 화가 마티스(Matisse)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자. 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기간동안 도서관 한쪽 구석에 위치한 컨퍼런스 룸에서는 마티스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가진다. 영사실에는 마티스 관련 영화를 상영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물론 마티스 작품 도록도 발간하고, 마티스 전시회 관련 홍보 팜플렛을 다양하게 만들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때맞추어 TV나 라디오에서는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이 화가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시킨다. 「렉스프레스」 등의 시사 잡지나, 「텔레라마」 등의 문화 관련 잡지도 특집호를 마련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신문들도 관련 부록을 마련한다. 정보의 이러한 교차 제공 혹은 대중화는 프랑스인들로 하여금 그때그때 해당 행사를 철저히 이해할 수 있게끔 해 준다.


*공간을 넓히기 위해 현재 개조중


포럼 레 알에서 멀리 셍-외스타슈 교회가 보이고, 회전목마 뒤로 포럼 레 알의 거대한 유리 건물 일부가 보인다

하지만 이 건물은 건축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너무 많은 관광객과 장소의 협소함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1997년 9월 30일부터 약 18개월 걸리는 공사에 들어가 있으며, 1999년 12월 31일 완전히 재개관할 예정이다. 애초 5천명의 1일방문객을 예상했던 이 건물을 매일 2만5천명이 방문하고, 초창기에는 예정에 없었던 사진과 비디오아트 등의 예술장르에도 점차 공간이 제공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공간부족이라는 문제가 대두하게 된다.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수도 애초보다 3배 이상 늘어나 4만점에 달하고 있지만, 전시 가능한 작품은 1천여점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센터의 3, 4층을 전부 현대미술관 전시에 할애할 계획으로 내부를 개조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면 전시 공간이 1만3천㎡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 면적은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8천㎡에 비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또한 5층은 기획전을 위한 공간으로, 지하 1층은 영화에 할애될 공간으로 개조될 예정이다. 1996년의 경우 이 센터의 총 예산 5억8천7백만프랑 중 4억8천4백만프랑이 국가보조금이다. 국가에 의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 센터가 목표하는 바는 가장 많은 인원에게 동 시대 문화에 대한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가장 현대적인 예술형태를 개발하며, 전문성과 연구를 학제의 틀내에서 통합, 교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일관성이 있고, 난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 센터가 지향하는 문화의 대중화는 아직 미완성의 형태로 남아 있다. 이 장소를 세계 현대 미술의 대표적 공간으로 영원히 남게 하려는 프랑스인들의 염원과 야망이 얼마나 충족될지 지켜보는 일은 흥미롭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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