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후원자 그리고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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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gelica 댓글 0건 조회 1,870회 작성일 14-02-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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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장웅조(오하이오 주립대 예술정책경영 박사과정)
미국 콜럼버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예술가 황정아 씨는 종이공예 작품을 위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석 달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예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이 사이트를 통하여 2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예술작품 제작을 위한 후원금을 받았다. 애초에 황정아 씨가 목표한 금액은 250달러 정도였지만, 최종적으로 모금된 후원금은 목표액을 훌쩍 넘는 570달러에 이르렀다. 놀라운 사실은 돈을 후원한 21명 중 19명이 황정아 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것. 그들은 단지 이 종이공예 예술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믿고 후원을 결정한 것이었다.

▲ 킥스타터에 올린 황정아 씨의 종이공예 예술프로젝트 홍보 동영상
모금 프로젝트가 완료된 후 황정아씨는 사이트를 통해 다음과 같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여러분은 저를 모르셨지만, 제 예술을 믿어주셨고, 그래서 제 프로젝트를 지원해주셨다는 사실은 저에게 정말 소중합니다. 570달러라는 금액도 크지만, 여러분께서 저에게 주신 용기는 값어치를 따질 수조차 없습니다."
최근 미국 예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가 하나 있다. 바로 킥스타터 (http://www.kickstarter.com)라는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사이트이다. 황정아 씨와 같은 소규모 예술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20만 달러 이상의 모금을 달성했던 디아스포라(Diasopora) 프로젝트를 통해 뉴욕타임즈, LA 타임즈 등 미국 유수의 언론에도 여러 번에 걸쳐 소개된 바 있는 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는 이제 미국 내 예술가들과 소규모 예술단체들이 창작활동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번쯤은 들러보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 예술 후원 혹은 투자
예술후원의 역사는 예술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오늘날 우리가 대작이라고 칭송하는 대부분의 예술 작품들은 그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후원자가 없었다면 세상 빛을 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바하, 헨델, 모차르트의 작품들이 그렇고,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의 작품들이 그렇다. 근대 이후,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예술에 대한 국가의 후원이 각국의 주요 국정 의제로 등장한 이후에도 개인후원자들의 역할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산업시대 이후, 예술의 자본적 가치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예술후원은 자본 투자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고, 개인 후원자들은 더 많은 돈을 예술작품과 예술가들에게 ‘투자’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읽은 예술가들은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개인 후원자(혹은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예술작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는데, 실제로 대중적으로 유명한 일부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의 후원행사는 그 지역 실세라고 불리는 정치가와 기업가들의 사교장소가 되어왔다.
예술경영에 있어서도 이러한 후원행사를 효과적으로 개최/운영하는 것이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물론 예술창작이 전적으로 예술가의 피눈물 나는 희생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한, 개인후원자들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후원을 둘러싼 이 같은 환경변화는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에 일부 비평가들은 이제 작품의 예술성보다는 예술가의 사교성이 더 중요해졌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이 소개되고 보급된 이후, 이렇게 상업화 되어 투자로까지 변질된 개인들의 예술후원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예술후원이다.
이러한 변화를 읽은 예술가들은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개인 후원자(혹은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는 예술작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는데, 실제로 대중적으로 유명한 일부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의 후원행사는 그 지역 실세라고 불리는 정치가와 기업가들의 사교장소가 되어왔다.
예술경영에 있어서도 이러한 후원행사를 효과적으로 개최/운영하는 것이 주요 이슈로 자리 잡았다. 물론 예술창작이 전적으로 예술가의 피눈물 나는 희생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한, 개인후원자들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후원을 둘러싼 이 같은 환경변화는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에 일부 비평가들은 이제 작품의 예술성보다는 예술가의 사교성이 더 중요해졌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이 소개되고 보급된 이후, 이렇게 상업화 되어 투자로까지 변질된 개인들의 예술후원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예술후원이다.
|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크라우드펀딩이란 기본적으로, 익명의 다수 후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을 말한다. 사실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한 개념의 펀딩방법은 오래전부터 논의되고 시도되어져 왔으나, 1990년 중반이후 인터넷의 영향으로 더욱 다양한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주관하는 해피빈(Happy Bean)도 크라우드펀딩의 일종이다.
예술계에서는 이미 1997년 브리티쉬 록 밴드 마릴리언(Marillion)의 미국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팬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6만 달러를 모금한 적이 있고, 이후에도 많은 예술단체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려고 시도해왔으나 대부분의 크라우드펀딩은 구호사업단체나 공공사업체 등에 그친 경향이 있다.
최근들어 이 크라우드펀딩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Facebook이나 MySpace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 공동체가 더욱 발전, 성숙하게 되었고, 인터넷을 통한 간소한 절차의 소액결제가 가능해지면서 크라우드펀딩만을 위한 사이트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4월 창작활동 후원을 주목적으로 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가 소개되면서, 드디어 예술계에서도 본격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 창조성을 후원하는 새로운 방법(A New Way to Fund & Follow Creativity)
위의 슬로건에서 볼 수 있듯, 킥스타터의 후원대상은 기존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들과 달리 창조적 활동에 특화되어 있다. 즉 작은 의미의 예술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부터 인디밴드, 소규모 미술전시회, 그리고 음식행사까지 창조적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후원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킥스타터는 익명의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특별한 접근법을 사용하고 있다. 킥스타터를 통해 자신의 예술 프로젝트를 후원받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우선 이곳에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이나 그림, 동영상을 올린다. 이 때 모금 기간(최대 3개월)과 목표 모금액을 정한 후, 후원자들이 지불할 수 있는 후원금액을 몇 단계로 나눈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 킥스타터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후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킥스타터는 모든 후원 프로젝트에 소위 '모 아니면 도' (All-or-nothing) 규칙을 적용한다. 즉, 후원자들은 후원하고 싶은 프로젝트에 바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금액을 후원하겠다고 약정한 후 아마존(Amazon.com) 계정을 통해 자신의 계좌정보만 남기고 그 후 다른 후원자들이 가세하여 일정 기간 내에 목표금액이 채워질 경우에만 후원자들의 계좌로부터 약정한 금액이 빠져나간다. 기간 내에 목표금액이 채워지지 않으면, 약정한 후원자들이 부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킥스타터는 모금이 성공한 경우에만 총 모금액의 5%를 수수하므로, 후원이 성사되지 않으면, 후원을 신청한 예술가도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정기간 내에 목표금액을 달성해야하는 '모 아니면 도' 규칙은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공동의 목표의식을 부여함으로써, 더욱 많은 후원자들을 끌어들이도록 하고 있다.
근래 들어 소셜 미디어에 대한 비판은 그 속에서 이뤄지는 인간관계의 즉흥성, 단편성 그리고 휘발성에 집중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킥스타터를 통한 일회성 후원이 예술가와 예술단체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으로 이어지기가 힘들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킥스타터는 창작활동에 필요한 초기자본 후원에는 기존의 어느 방법보다 효과적이고 용이하여, 점점 더 많은 예술가들과 후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마침 지난 10월 15일 미국 경제 주간지 『Business Insider』는 창립한지 1년이 조금 넘은 킥스타터가 이미 하루에 무려 5,000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모으고 있으며, 연간 2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중 5%인 10만 달러가 이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창조성을 후원하는 그들의 새로운 방법이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하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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