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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랑이 존재할까?-레하르의 <미소짓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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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312회 작성일 11-10-2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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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전개는 대중적이고 다소 어설프지만, 음악만은 더 이상 달콤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곡으로 채워져 있는 작품입니다.
백작의 딸 리자는 승마대회에서 우승해 축하인사를 받기에 바쁩니다. 그 자리에서 이제는 사랑에도 성공하고 싶다는 깜찍한 소감을 밝힐만큼 리자는 활달한 아가씹니다.
소꿉친구 구스타프가 청혼을 하지만, 리자는, 당신은 내 친구일 뿐이라며 거절합니다. 중국의 젊은 외교관 수 총 전하도 그녀를 사랑하지만 동양인으로서의 교양과 체면 때문에 자기 맘을 고백하진 못합니다.오히려 리자가 먼저 그에게 사랑을 털어놓죠. 그가 본국의 수상으로 지명돼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정말 가버릴 거냐고 물으며.
수 총은 피부색이 다른 게 신경 쓰이지 않느냐며 조심스러워 하지만 리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렇게 맺어진 두 사람은 중국에 함께 가지만, 정작 리자는 다른 문화와 관습이 때문에 몹시 마음 고생을 겪게 됩니다. 더구나 수 총이 형식적이지만 네명의 후궁과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를 원망하고 미워하기에 이르죠.
얼마 후 구스타프가 오게 되자, 둘은 궁전을 탈출하기로 합니다. 마침 그 장면을 보게 된 수 총은 오직 그녀만을 사랑한다고 애원하지만, 이미 리자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린 후입니다. 여자의 사랑을 돌이킬 수 없단 사실을 깨달은 수 총이 그녀와 구스타프를 보내주면서 작품은 막이 내립니다.
진정한 사랑이랄 뭘까, 이 세상에 정녕 변하지 않는 사랑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을 한번쯤 품어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사랑이 영원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머무르지 않고 늘 흘러가고 변하는 것인지라 사랑 역시 영원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더구나 때로 사람의 감정은 아주 단순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자기한테 좋으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싫으면 불쾌하고 괴로운 감정을 느끼는 거죠.
예를 들어 어린아이는 배부르고 따뜻하고 기저귀가 젖어 있지 않으면 행복합니다. 그러다가 그 중 하나만 뜻대로 안되면 울어대죠. 물론 어른이 되면 머리속으론 사랑하면 모든 걸 참고 인내해야 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여전히 맘속으로 그게 용납되지 않는 건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감정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이국까지 왔지만 그 문화의 장벽을 깨기에는 리자는 너무 어리고 미성숙한 감정의 소유자입니다. 자신을 변화시킬 용기는 더더욱 없죠.
반면 수총은 감정보다는 이성이 승한 인물입니다. 그 역시 리자를 사랑하지만, 직위를 버리고 대의명분을 희생할 정도는 아닙니다. 감정에 따르기엔 그를 가로막는 이성의 장벽이 워낙 굳건하기 때문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리자를 떠나보내는 그는 겉보기에는 리자를 사랑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랑보단 자신의 일을 택한 또한 명의 남자는 아닐는지요.
결국 역시 '영원한 사랑은 없다' 가 오늘의 결론인 셈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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