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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택은 있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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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395회 작성일 11-10-2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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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선택은 있다‘--- 베르디의 <운명의 힘>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비춰보는 이 사람이 사는 법, 오늘은 베르디의 <운명의 힘>를 살펴보겠습니다.



우리의 삶에 과연 운명이란 있는가, 있다면 인간은 얼마나 운명에 지배당하는 존재인가 하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문제입니다.
이 <운명의 힘>은 베르디의 중기에서 후기로 옮겨가는 과도적인 작품으로, 바그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베르디가 10년 동안 오래 생각하고 검토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레오노라는 알바로라는 청년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알바로가 혼혈이라는 이유로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도망치기로 결심합니다.
그것을 안 레오노라의 아버지 칼라트라바 후작은 그들을 말리지만 그 와중에 알바로의 총이 잘못 폭발되어 죽고 맙니다. 두 사람은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길이 어긋나 레오노라는 수도원으로 들어가고,그녀의 오빠인 돈 카를로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 둘을 추적합니다.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죽은 줄 알고, 여기저기 전전하다가 군인이 됩니다. 우연히도 전쟁터에서 돈 카를로스와 만난 알바로, 둘은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우정을 쌓아갑니다. 전쟁 중에 부상을 당한 알바로, 카를로스는 그를 간호하다가 그의 신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회복되자 결투를 청합니다.
결투는 카를로스의 패배로 끝나고, 알바로는 신부가 되기 위해 수도원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복수를 포기하지 못하고 5년 동안 그를 찾아 헤메다가 다시 결투를 신청하기에 이릅니다.
신부가 된 알바로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자비심을 가지라고 하지만 결국 둘은 결투를 하고 카를로스는 죽음을 죽고 맙니다. 이를 목격하게 된 레오노라, 오빠에게 용서하라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 이유를 모르지만 알바로는 그녀를 칼로 찌릅니다.
죽어가는 레오노라는 알바로를 위해 기도하며 싸움이 없는 천당에 먼저 가노라면서 숨을 거둡니다.
베르디는 이 모든 비극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물론 살다보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 자신의 삶이 결정되는 순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에 이어지는 일들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바뀔 수도 있는 것이 또한 우리의 인생입니다.
먼저 이 사건을 비극으로 이끈 알바로를 살펴볼까요? 그가 권총의 오발로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를 죽인 것은 정말 비극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그랬다면 카를로스가 그를 용서하든지 죽이든지 판가름이 났겠지요.
또 하나는 카를로스가 결투를 신청했을 때, 그에게 용서를 빌거나 끝까지 결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고, 레오노라 아버지의 죽음은 운명인 만큼 자기에게 책임은 없다, 그러니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아달라 하는 마음에서 결투에 응했을 테지요.
돈 카를로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것은 어차피 이미 일어난 일, 동생의 사랑을 인정해주자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알바로의 신분을 알았을 때, 그때까지의 우정을 생각해 그를 용서할 수도 있었을 테고, 한번 결투에 진 다음이라도 수도원에 들어간 알바로를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모든 사람들을 비극으로 몰아간 운명의 힘은, 운명이 아니라 바로 그들의 마음 속에 불타오르는 분노와 피해의식,그리고 복수에 대한 열망이었던 셈입니다.
결국 인간의 비극은 인간이 가지고 잇는 분노와 적개심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이 작품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이 말이 더 마음에 와 닿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우리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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