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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필 : 이름과 시대 [미국/윤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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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3,037회 작성일 10-04-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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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윤학재] 이름과 시대

이름이 최초에 생긴 것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어 낙원동산에 살게 하면서 이름하여 아담이라고 한 때부터일 것이다. 이름은 성 아래 붙여 그 사람만을 가리켜 부르는 것인데, 이름도 유행이 있고 이름으로 시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는 불교와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름을 지었고, 일제시대에는 일본 이름으로 창씨개병한 때도 있었다. 기독교와 서구문명이 들어오면서 서경식 이름이나 서양식 이름을 쓰게도 되었다.
여자들의 이름은 자, 순, 옥, 희 등의 글자를 많이 썼고 남자들은 족보에 기록된 돌림자를 따라서 이름을 지었는데 김, 목, 수, 화, 토의 오행으로 돌림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원칙이 크게 변하여 성경식 또는 서양식 이름을 많이 쓰거나, 순 한국말 이름이라 하며 솔, 하늘, 아름, 슬기, 이슬 등의 이름이 유행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돌림자를 따져서 무슨 항렬 몇 대손을 찾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더구나 핵가족시대로 가족공동체가 바뀌면서 사촌 찾기도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성경에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이 야곱을 낳고, 야곱이 유다를 낳고, 유가가 누굴 낳고 낳고 . 마치 산부인과 일기장 같이 기록되어 예수까지 내려왔다. 이것이 인간 족보의 시초이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는 족보의 기록을 대신해서 컴퓨터에 우리들 이름이 입력되어 조상을 찾게 되겠지만, 왠지 족보나 조상이라는 관념이 희석되어 가는 것 같다.


인간에게 성이나 이름이 얼마나 주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보면, 아주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성이나 이름에 대해서 해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내 성은 과연 온전한 윤씨일까? 내가 윤씨 무슨 파 35대손이라고 족보에 기록되어 있는데, 과연 윤씨 후손일까? 어머니, 할머니는 내가 믿는다고 치자, 그러나 불경스러운 말이지만 위로 30명이 넘는 할머니들을 어떻게 모두 믿을 수 있을까?


북방 오랑캐가 백여 년을 우리나라를 지배했고, 왜놈들이 수시로 침공헤서 약탈을 했고, 이런저런 민생살이가 많았는데.
자칭 국보라고 하는 양주동 박사는 자기가 지금 양씨로 불리는 것은 호적의 기록 때문일 뿐 자기가 김씨인지, 이씨인지, 박씨인지 어찌 알까?  3 할머니를 어찌 믿으리오 라고 웃기는 말을 했는데, 과연 나도 30가 넘는 할머니들을 어찌 믿으리오.
우리 어머니 이름은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세상에 출생할 때 이름은 업순이었다.
외할머니가 어머니를 막내딸로 생산할 때, 이미 큰아들은 애기가 있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은 해에 아기를 출산했다. 외할머니는 망신스럽다고 출산한 아기를 죽으라고 엎어놓았다가 며느리에게 발각되어 그 생명이 살았다 하여 업순이가 된 것이다. 업순이로 불리다가 18세 때 시집을 왔는데 그때 이름은 이쁜이였고, 시집 와서는 아버지가 정자라고 이름을 지어 주셨단다. 그후에 6.25사변으로 호적이 모두 불타버려서, 새로 호적을 복구하는데 친척 할아버지가 면사무소에 가서 어머니 이름을간내이라고 일러 주었더니 면서기가 간란으로 기록 했다. 그후 미국에 오셔서는 Family Name을 따라 KAN RAN YUN으로 심씨가 윤씨로 바뀌었다. 또 성당에서는  윤 이래나라고 본명까지 갖게 되었다.


이렇게 어머니 이름은 파란곡절을 겪으며 다섯 번이나 바뀌었고 그 이름으로 살아온 시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은 남존여비의 유교사상이라고 하지만, 여자의 성만은 친정성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독특한 문화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여자가 결혼하면 남자의 성을 따른다.
젝크린 케네디 오나시스 어쩌구 하면서, 강아지처럼 이집 저집 옮겨질 때마다 성이 바뀌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여자의 인격을 존중하는 좋은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많은 임산부들이 2만 달러씩이나 경비를 쓰면서 미국으로 원정와서 일년에 5천 명이나 아기를 출산한다고 한다.


속인주의와 속지주의를 함께 인정하는 미국법에 따라 미국에서 출생시켜 미국 이름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게 하려는 목적이라니, 그 사람들은 똑똑한 것인지 한심한 짓거리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우리말 발음은 못해도 미국말 발음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광적인 치맛바람은 한국만이 특허를 받을 일이다.


미국에 이민화서 살다가 시민권 받을 때도, 미국에 살려면 미국이름 가져야 한다는 법적 강제 규정도 없는데 왜 미국 이름 가지고 시민권을 받아야하나!


당당한 내 이름 두고, 미국 이름 받는다고, 시민권 받았다고 미국 사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호박에 줄 친다고 수박되나!
마이클 , 로버트 , 조지 , 이렇게 이름은 미국 이름 , 은 한국성이면 반은 호박 반은 수박되는 것인가?
하늘에 단군 할아버지께서 민족 주체성 없는 놈들아 하고 땅을 치고 통곡하실 것만 같아서 민망스럽다.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것도 좀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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