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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슈미트(2002)_About Schmi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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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mile 댓글 0건 조회 808회 작성일 14-10-1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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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몸 담았던 보험회사에서 이제 막 은퇴한 슈미트는 남 칭찬 한번 해 본 적 없는 파워 심술 아저씨. 취미는 쭈글탱 와이프 구박하기와 곧 사위가 될 렌달 무시하기, 주특기는 화장실에 앉아서 쉬~하기와 하루 77센트를 후원하는 탄자니아 꼬마에게 편지 쓰기다. 세상 모든게 공허하게 여겨지던 어느 날, 그만 쭈글탱 할머니가 죽어버리는 대형사고가 터진다.
하지만 안 보이면 보고 싶은 게 파워심술 아니던가! 아내의 빈 자리를 되새기며 물건을 정리하던 슈미트의 눈앞에 딱! 걸린 건 죽은 아내의 비밀 연애편지. 뒤늦게야 아내의 바람 사실을 안 그는 졸도를 넘어 환장수준까지 이르고...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으리라 결심해 보지만 직장도 마누라도 없는 슈미트에게 행복이란 딴 세상 이야기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결혼을 앞둔 유일한 딸!! 예비 사윗감 렌달은 슈미트 만큼이나 듬성듬성한 머리 숱에 실적까지 나쁜 물침대 외판원이다. 그래 그 밥맛 없는 렌달부터 내 딸한테 떼 놔야 겠어! 딸의 결혼방해를 인생의 목표로 정한 슈미트는 그 길로 딸이 살고 있는 덴버로 향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데뷔작인 '일렉션'을 만들었던 알렉산더 페인의 두번째 영화 '어바웃 슈미츠'는 긴 여운이 남는 영화다. 슈미츠는 우리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남자다.  가족들에게 언제나 애정은 있지만 그 감장을 표현하지 못하는 남자이고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하는 이웃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어바웃 슈미트>의 가장 큰 매력은 삶에 대한 신랄한 풍자속에 웃음과 감동을 완벽하게 조화시켰다는 것이다. 루이스 비글리의 소설을 영화화한 <어바웃 슈미트>는 심술 가득한 슈미트와 결혼을 앞둔 딸과의 팽팽한 신경전을 확실하게 웃겨주며 이와 동시에 미국 중산층 가정의 본질적인 모습을 현실감있게 보여줌으로 깊은 감동을 전해 준다. 또한 영화의 라스트 5분,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탄자니아의 6살 소년과 슈미트와의 우정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비교적 탄탄하게 직선으로 걸어온 사람들은 세상의 중심을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슈미트(잭 니컬슨) 역시 그랬다. 특별한 운명의 소유자이며 언젠가 <포춘>지의 표지에도 실릴 것이라는 상상만큼은 아니었지만, 슈미트는 작은 도시에서는 최고 회사인 우드먼 보험회사에서 중역까지 올랐다. 누구보다 일을 잘 처리하는 중역이었고, 반드시 직장에 필요한 인물이었다. 슈미트는 자부심이 있었고,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였다. 
그러나 정년 퇴직과 함께 모든 영광은 끝났다. 매일 아침 7시에 번쩍 눈이 뜨이지만 할 일은 낱말 맞추기와 텔레비전 시청뿐. 잔소리하는 아내를 피해 옛 직장으로 나가 보기도 하지만, 후배는 필요없다며 완곡하게 내쫓는다. 회사 인간으로 평생을 살아온 슈미트는 노년의 한가한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아니 전혀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단체를 통해 어린이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편지를 쓰는 것만이 유일한 변화다. 아내가 뇌졸중으로 죽은 후에는 딸에게 기대려 하고, 여전히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믿는다. 아내가 죽은 지 2주 후에야 진정 사랑했다고 깨닫지만,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불륜의 연서 때문에 폭발하고 만다. 갑자기 한밤중에 일어나, 캠핑카를 타고 길을 떠난다. 미국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도로 ‘루트 66’을 달리면서 자신의 내면과 근원을 들여다보게 된다.
지나온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남아 있는 시간이 훤히 보이는 이 나약한 늙은이 슈미트는 모든 사람들이 늙어갈 모습에 대한 한 전형을 보여 주늗 것 일지도 모른다. 영화 말미,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계좌와 일치하는 먼 곳의 가난한 나라의 소년 운두구는 그나마 슈미트에게 남겨진 선행과 봉사라는 이름의 마지막 의무인 셈이다. 혼자 남은 무력한 노인에게 의무란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을 행복하게 할 이 슈미트의 숙제 운두구는 고마움을 담은 편지 속의 욕심없는 그림을 통해 그에게 가장 인간적이며 시원스러운 통곡까지 선사한다.  써늘한 자신의 작은 집은 그의 울음을 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며 그가 죽어가야 할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장소이다. 이 장면에서의 잭 니콜슨은 이 세상 모두의 늙어버린 슈미트의 모델 같아 보인다. 이 영화의 원안이 되었다는 1996년에 발표된 루이스 베이글의 동명 소설이 그의 통곡 때문에 더욱 더 궁금해 진다. 인생의 씁쓸함을 담고 있는 휴먼 코미디의 정수 <어바웃 슈미트>에게 <늙어감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붙여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듯 싶다. 
고등학생 선거 이야기를 재치 있게 그린 <일렉션>으로 주목되었던 알렉산더 페인은 <어바웃 슈미트>에서 노년의 깨달음을 완곡하게 보여준다. 여행을 떠나 새로운 세상과 자신이 걸어오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로드 무비와는 좀 다르다.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과 함께 최우수 각본상을 받은 <어바웃 슈미트>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관객을 이끈다. 숲에서 홀로 잠들었다가 깨어난 슈미트는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세상에서 내쳐졌지만, 아직도 세상에서 무언가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슈미트는 덴버로 향한다. 명백하게 실수인, 딸의 결혼을 말리겠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부여한 지위와 권력이 없는 슈미트는 무능력하고 고집 센 노인에 불과하다. 대화도 깨달음도 그냥 수단일 뿐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을 합리화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이지만 슈미트는 그것을 깨달음이라고 착각한다. 늘어진 목살과 퉁퉁한 몸매로 열연한 잭 니컬슨은 보수적인 백인 노인의 추태를 신랄하게 그려내면서 그 이면의 슬픔까지도 은근하게 담아낸다. 
그의 빛나는 연기와 알렉산더 페인의 꼼꼼하고 사려 깊은 연출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어바웃 슈미트>는 막판에 결정타를 날린다. 결국 세상에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순간,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국제 우편 속에서 길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난한 고행은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 자신을 조롱하면서, 자신을 학대하면서 얻은 깨달음은 그렇게 막판에 도래하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를 실감한 적이 있다면, 한 번 이상은 가슴이 뭉클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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