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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외가집 감나무 [중국/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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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996회 작성일 10-04-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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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리유] 외가집 감나무

또다시 파아란 하늘아래 고추잠자리가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외가집 앞마당 감나무에는 올해에도 빨간 감이 주렁주렁 열리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정성스레 감나무를 가꾸시던 우리 할아버지는 이제 여기에 없습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해인가 할아버지는 감나무 묘목 한 그루를 얻어왔습니다.  감나무란 찾아 볼래야 볼 수도 없는 이곳 연변땅에 할아버지는 처음 감나무를 심으셨고 온갖 정성을 다 넣어서 감나무를 키웠습니다.  봄이면 나무에 거름을 듬뿍 주셨고 여름엔 벌레도 잡아주고 접지도 하셨고 늦가을에는 감나무가 얼까봐 나무밑둥을 새끼줄로 칭칭 감고도 모자라 비닐로 감나무 집까지 지어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감나무는 쭉쭉 자라 어느새 내 키를 넘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가 정성스레 가꾼 감나무에 빨간 감이 열리기 시작하자 동네 아이들은 감을 얻어먹으려고 외할아버지집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면 외할아버지는 언제나 사람좋게 허허 웃으시면서 아이들에게 한아름씩 감을 안겨주곤 하셨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진 언제나 감 몇개를 감나무에 남겨놓군 하셨습니다.  뭐 까치밥으로 남겨놓는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할아버진 먼 동쪽하늘을 한참씩 바라보시다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시곤 하셨습니다.  아빠가 그러는데 저 먼 동쪽하늘아래에는 할아버지의 고향이 있다고 합니다.  감나무가 하도 많아서 감나무골이라고 했습니다.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의 어머님은 늘쌍 까치가 찾아오면 기쁜 소식이 온다고 하면서 감 몇 개씩을 까치밥으로 남겨 놓곤 하셨다고 합니다.  멀리 살길을 찾아 떠나간 아들들이 언제쯤 돌아오겠는가 하여 까치우는 아침이면 하얀 무명치마를 입고 싸리나무 삽짝문어구에 서서 온종일 기다리기만 하셨던 어머님,  그 어머님을 못 잊어 할아버진 집 앞에 감나무를 심은 거라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도 고향에 두고 온 할아버지의 어머님처럼 까치를 유난히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까치가 우는 날이면 온종일 동구밖까지 나와서 혹시나 고향소식이 오겠는가 하여 기다리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엄마손을 잡은 내가 나타나면 아이구, 까치가 울더니 우리 귀여운 손녀가 왔구나.하시면서 날 꼭 그러안고 반가와 하십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외가집에 갔던 내가 그만 독감기로 드러누워 있을 때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 밖에 나가시더니 까치의 주둥이 자국이 있는 발간 감 두어 개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까치가 먹은 것은 다 꿀맛이란다.  오늘은 우리 손주가 까치가 되었구나.
할아버지는 나에게 감을 먹이면서 우스개를 하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까치밥이라고 뜯어주지도 않던 감이었는데.  그러면서 할아버진 내 고향의 감은 이것보다도 더 크고 더 꿀맛이었는데.하시면서 먼 하늘가를 바라보십니다. 

이제 고향소식을 알면 고향에 다녀온다고 매일같이 까치우는 아침이면 동구밖에 나가시던 할아버지는 그토록 그리던 고향소식도 기다리지 못하고 심한 뇌출혈로 그만 동구밖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엄마는 울면서 할아버지 산소에 까치 입자리가 나있는 감 몇 개를 놓아주었습니다.  할아버지 산소에는 평소 그렇게 사랑하던 까치들이 가득가득 날아와 있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감 따는 날,  나는 감 몇 개를 나무 위에 남겨놓았습니다.   이제 겨울이 돌아오면 할아버지 계신 앞산에서 까치들이 날아와 빨간 감을 쪼아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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