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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필 : 코리아, 마마의 멋진 고향 [독일/염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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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2,956회 작성일 10-04-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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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염혜숙] 코리아, 마마의 멋진 고향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시작한다고 누가 말했던가?코리아, 마마의 멋진 고향

그 동안 바쁘게 전개되었던 여행 준비 작업들.
나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 하고 즐거운 고민을 하다가 이것저것 사서 챙기니까, 어느덧 나의 설레임과 함께 서너 개의 여행 가방이 가득 찼다.
나는 아들 슈테판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장거리 여행은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외에는 힘들 것 같아서 올해 날씨가 선선하고 좋은 4월로 정해서 3주일 가량 나의 그리운 고향 한국을 여행하기로 했다.
내가 오늘 이 비행기를 타고 가는 순간에도 여전히 설레는 마음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여 보고 싶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 날 생각에 마냥 기쁘기만 하다.
예전에는 도르트문트에서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지만 비행기 연결편이 생겨 운행되는 게 여러 가지의 짐들이 많은 나에게는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우리집에서 도르트문트 공항까지 15분 정도 걸리는 비교적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의 기차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행 때는 집으로 돌아오는 밤중에 슈테판이 잠이 드는 바람에 기차 안에서 안고 와야 했던 조금은 힘들었던 기억을 생각하면 세상이 나름대로 더 편리해지고 좋아졌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를 실은 꼭 장난감처럼 자그마한 비행기가 덩치에 맞지 않는 커다란 엔진 소리를 내면서 프랑크푸르트를 향해 날아간다.
마마, 하나님은 하늘에 있다고 했지?
우리는 지금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는데 하나님이 도대체 어디에 있지? 왜 지금 우리는 하나님을 볼 수 없는 거지?
라는 5살짜리 아들 물음에 얼떨결에 글쎄?라고 대답하고 하늘은 어디까지 높은 것인가? 하고 자문해 본다. 그리고 나 자신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희끄무레한 날에 비행기를 타고 한참 올라가 보면 구름 위에 미소짓는 햇님과 푸른 창공을 만나게 되는데 내심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내 비행기 옆 자리에는 아무도 앉지 않아서 옆 자리에 발을 뻗고 잘 수 있으려나 하는 어젯밤의 야무진 꿈이 실현되었다.
예전 같으면 멋진 남자라도 우연히 동석하게 되어 긴 비행 시간에 재미있는 얘기라도 나누면서 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우리는 같은 열에 쪼로록 같이 앉지 않아서 각자가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일등석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룻밤만 푹 자고(?) 나면 꿈에 그리던 나의 고향이 눈에 보일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아저씨 배려로 슈테판은 나도 가 본 적이 없는 조종실도 가보고 스튜어디스 아가씨와 얘기도 나누고 옆 좌석에 앉은 여자아이와 노는 등 나보다도 더 바쁜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밤 12시쯤 되자 새근새근 깊은 잠이 들었다.


지금 이 비행기 안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비행기를 타자마자 쿨쿨 잠이 들어서 내릴 때쯤 번쩍 하고 잠이 깨는 승객!
때로는 어른에게도 장시간의 비행이 힘들 때가 있는데 어린 승객에게 이것저것 배려를 해 주는 것과 지금 슈테판이 새근새근 잠을 잘 자는 게 나에게는 고맙기까지 하다.
한 가지 작은 바램이 있다면, 물론 비행기 안에서 어린이들에게 한두 가지의 장난감 선물을 주지만 대부분은 오랫동안 갖고 놀기에 알맞지 않아서 유아나 어린 승객들을 위해서 장시간의 비행이 지루하지 않게 여러 가지 게임기구, 다양한 퍼즐과 어린이용 그림책과 잡지 그리고 그림 그리기 도구와 간단한 공작 재료 등이 제공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비행기가 가득 차지 않은 상태라면 어린이 옆 좌석을 빈 좌석 옆으로 지정해 주어서 새근새근 어린이들이 비행기 안에서 긴 잠을 잘 수 있다면 엄마의 입장으로써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리라.
비행기표가 어른보다 싸다고 해서 작은 승객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비행기 탈 날이 우리네보다도 더 많기에 유아와 어린이야말로 더 정중하게 모셔야 할 VIP 손님이 아닐까?라는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나를 사로잡는 여러 가지 생각과 기대로 잠을 자는 둥 마는 둥하면서 뒤척이다가는 한참이나 지났을까?!
마침내 피곤이 담긴 뻑적지근한 어깨로 기지개를 켜고 눈비비고 일어나니까 비행기 창문 아래로 언뜻 고층 건물의 숲 사이로 서울, 서울이 보인다.



우리 세 식구의 일정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서 그 동안의 회포를 푸는 게 중요하지만 아울러 렌트 카를 빌려서 내 고향 한국을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서울로 돌아 오는 것이다.
나의 친정집이 작은 덕분에 또 내 친구 미숙이가 혜숙아, 한국에 있을 때 독일 돈을 팍팍 쓰고 가라. 우리 나라 외화 좀 벌게.라는 말을 핑계하고서 난생 처음 큰맘 먹고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울 I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사실은 내가 독일에서 주니어 스위트룸을 예약했는데 호텔데스크에서는 조금 객실료를 더 주고 프레지던트 스위트 룸으로 제공을 하니 조금 옥신각신하다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호텔 방으로 올라갔다. 정말이지 이렇게 운동장같이 넓은 방과 무엇보다도 한 호텔 방에 화장실이 침실 옆에 한 개, 거실 옆에 한 개 해서 화장실이 두 개 있는 호텔 방은 내 생전에 처음 봤고 웬 거실이 그렇게 넓은지 이 곳에서는 충분히 열 사람 정도는 이불 깔아 놓고 자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불러서 작은 파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고 간다.
 
우리 세 식구의 여행 일정은 렌트 카로 대략 서울을 출발해서 속초 설악 파크 호텔에서 두 번째로 여장을 풀고서 설악산 등지와 통일 전망대를 답사하고 동해안을 따라서 경주 현대호텔에서 1주일간 머물다가 경부선을 따라서 내 고향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서울 거리는 한국 사람도 복잡해서 운전하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과연 서울에서 운전경험이 없는 신랑이 렌트 카를 사고없이 잘 운전을 할 수 있으려나 하는 조바심과 설레임으로 여행일정에 올랐다.
특히 설악산과 경주는 수학 여행지의 명소이다 보니까 여중고생들과 남중고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 동안의 수업시간에 배운 영어회화를 실습이라도 하려는 듯 밝고 발랄한 모습으로
How are you? How are you?
Where are you from? We are from Germany?
Oh, Germany!
라고 걸어가면서 이렇게 학생들과 간단한 영어회화가 계속된다.
어느 여고생 같은 경우는 언니, 이 독일 아저씨랑 어떻게 결혼을 했어요?
내가 이 대답을 하려면 2박3일 걸리는데, 알고 싶으면 독일로 한번 놀러 오렴.
말하면서 내 집 전화번호를 적어 주고서 제 갈 길로 걸음을 옮겼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왜 그렇게 슈테판이 예쁘다고 머리를 쓰다듬는지 한편으로는 예뻐해 주니까 좋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쁘기도 하다. 아들 머리털이 빠질 것 같아서 후후!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서 동해안을 따라가는 해안선 위를 달리는 것은 정말 멋지다. 작열하는 태양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는 금빛 모래밭이며 흰 파도 그리고 끼륵끼륵 갈매기 떼들. 무엇보다도 해변가를 따라 즐비하게 자리잡고 손님들을 기다리는 횟집과 해물 매운탕집들도 빼놓을 수 없는 우리 나라 특유의 명물이리라.
예전보다도 해안선을 따라서 여기저기 크고 작은 건물들이 많이 생겨난 듯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던 전경이 아니랴!
그리고 우리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물론 회포를 풀었지만 조금 지나서 경주 현대호텔에 도착하면 모처럼 어머니와 남동생과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서 함께 3일 정도를 보내기로 해서 설레임으로 가득 차 있다.
경주는 국제적인 관광 도시답게 깨끗하고 쾌적한 인상을 주었고 만나는 사람들도 이런저런 편견 없이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지난번 내장산 골짜기 입구의 조그만 음식점에 갔을 때는 아이, 아가씨! 어쩌다가 미군하고 결혼하게 되었수우? 하면서 음식점 주인 아줌마가 궁금해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편견을 갖고는 못마땅하게 생각을 했던 옛 기억을 되새겨 보면 이 곳 도시 경주는 내 맘을 나름대로 편하게 해 주었다.


여행 중에는 3주일 동안의 여행이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을 것 같았는데 내일 독일로 가는 비행기가 우리를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니까 내 마음이 갑자기 바빠졌다.
우리는 올해 칠순이 되시는 어머니에게 멋진 선물이 될까 하고 또 더 늙으시면 비행기를 영영 못 타실까 하는 조바심에서 요번에는 가는 길에 모셔 가기로 했다.
내가 독일에서 생활의 터전을 마련한 이후로 멀리 있다는 이유로써 효도를 못해서 그로 인해 혼자만의 죄책감과 마음 고생이 조금 치유될 것 같고 아울러 나에게 위안감을 주는 것 같았다. 어머니께서 호텔로 오시고 오징어와 김 그리고 명란젓이랑 멸치 등이랑 슈테판이 읽을 동화책과 장난감 등을 여러 가지 필요한 물건을 사서 챙기니까 우리들의 여행가방은 도착했을 때보다도 한 개가 더 많아졌다.
이거 트렁크 무게가 오버되지 말아야 되는데.라는 조바심으로 호텔 옆에 있는 공항 터미널로 우리의 여행 가방과 짐들을 먼저 보냈다.
텅 빈 호텔 방에는 여전히 나와 나의 가족의 체취와 그림자가 드리워진 채 꼭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고 남기고 간 물건이 어느 구석엔가 남아 있을 것 같아서 구석구석의 자리한 물건들을 다시 한번 열고 바라보면서 나만의 작별을 고했다.


미스터 조가 렌트 카 다이너스티를 운전하여 우리는 그야말로 홀가분하게 창 밖으로 펼쳐지는 한강과 우뚝 솟은 건물들과 아파트들을 바라보면서 공항으로 향한다.
우리가 공항 대기실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기다리는 게 지루했던지 슈테판이 쫄래쫄래 경찰관 아저씨에게로 가는 게 아닌가?
멀리서 지켜보니까 경찰관 아저씨가 슈테판이 재롱을 부리는 것을 보고 친절하게 얘기해 주고 이것저것 보여 주고 함께 놀아 주는 것이 보인다. 작은 남자 아이에게는 경찰관 아저씨가 강하고 특별한 존재로 인식이 되어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나 보다.
이 세상에 저렇게 친절하고 자상한 경찰관 아저씨가 있다니, 젊은 총각 같은데.
나 자신도 감탄을 하면서 이윽고 비행기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마마, 아까 그 경찰관 아저씨는 권총은 없고 호루라기와 나무 방망이만 가지고 있던데?라고 말하면서 예기치 못하게 하는 말이 나를 너무도 기쁘고 흐뭇하게 했다.
Mama, Du hast eine t,ttolle Heimat!!(마마, 마마는 멋진 고향을 가졌지.)
응, 그래. 마마는 코리아라는 아주 멋진 고향을 가졌지. 마마에게는 가 봐도 또 가고 싶은 나라!
집에서 이번 3주간의 여행을 계획했을 땐 매우 긴 것 같았는데 여행을 하다 보니 시계는 배터리를 넣어야 가는데 시간은 저절로 잘도 간다.
그리고 돈도 계획한 것보다도 많이 썼지만 그래도 여행기간 중에 돈으로 살 수 없는 우리만의 기쁨을 만끽했으니 대 만족이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여행 일정이 즐겁고 무리가 없이 잘 진행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서울은 한국 사람도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나의 신랑이 용감하게 접촉 사고없이 그 복잡한 서울 거리와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잘해 준 점과 우리 나라의 가는 명소마다 한국 사람들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보여 준 미소와 많은 관심.
그리고 우리 나라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는 지금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나와 우리 가족을 실은 비행기는 구름 위의 푸른 창공을 향해 쏜살같이 줄달음치고 나는 모처럼만의 고국 여행에서 오는 여전히 설레고 기쁜 마음과 함께 또한 아쉬운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구름 위에서 꿈의 나래를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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