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유리병에 뒷 통수를 맞아도: 정 요셉
페이지 정보
작성자 yale 댓글 0건 조회 3,449회 작성일 11-03-03 13:50
본문
그건 하루 이틀 신어도 곤란 한데, 이건 새것으로 교환해 주기엔 어림없는 일 인줄 그녀 자신도 알면서, 한국 여자인 나를 무시 하고 억지 부리는 행동임엔 틀림 없었다.
게다가 술을 마신 상태 이기도 하고, 현재 커다란 술병을 들고 있었던 것 이었다.
옛날 저들이 백인 한 테 괄시 받은걸, 다른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건지. 특히 한국사람들에겐 표가 나게 행패를 부리는 걸 보아 왔다.
관공서에 가면 수위들이나 안내원들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것은 다반사요, 아예 턱으로 가리키거나, 언짢게 되물어 기분 상하게 하는 건 일수다. 그런 건 아니지만. 시민권 시험 인터뷰 시에, 그런 여자분 한 테 걸리면 재미 없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것 사실이라 한다.
이런 얘기를 들어온 터라, 오늘도 잘못하면 시비 거리가 될 것 같아, 처음에는 그래도 우리 가게에 온 손님이라, 가능한 한 상냥하게, 신 바닥이 벌써 표가 나게 되었으니, 도저히 새것으로는 교환이 불가능 하다고 하였더니, 계속 억지를 부리는
것이었다.
“너도 생각해 보라고, 네가 주인이었더라면, 이런 신발을 새것으로 교환해 주겠느냐” 고! “안 되는 일을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느냐고” 하니까,
여자로서는 감히 입에 담기 부끄럽고, 더러운 욕을 뱉으며, 행패를 부리는 것이었다. 맞대결 하다가는 싸움이 일어 날 것 같아, 대응하기 싫어, 참고 돌아 서는데 들고 있는 유리병으로 뒷 통수를 치지 않겠는가!
아차 하는 순간, 정신이 멍 해서 휘청거리는데, 그 유리병은 그야 말로 일부러 깨어도 그렇게 까지 못할 정도로 산산 조각이 나서 바닥에 흩어졌는데, 어디에선가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이거 큰일 났구나 싶어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우선 911에 긴급 신고를 하여, 경찰의 도움을 구한 채, 문을 잠가 버렸다.
이건 보통 사건이 아니니까, 경찰이 부랴 부랴 금방 달려 온 것이다.
경찰이 오니, 이 흑인 여자는 제법, 이 코리아노 못된 여자가 나를 무시하고, 이렇게 만들었다며, 제 편을 들어 줄줄 알고
되레 큰소리를 치며 고래고래야단 법석이다.
그러나 경찰은 나를 때리느라 깨어지는 유리 조각에 제 손이 베어져 피를 출출 흘리고 있는 그 여자는 쳐다 보지도 않고 나더러
“어째 머리는 괜찮은 거야? 아프지 않은 거 야! 어디 다친 데는 없는 거야? 정말 괜찮은 거야.
지금 당장 병원에 가보자고, 어서 어서…” 괜찮다고 해도, 손 전등으로 뒷 통수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일일이 젖혀
가면서 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정말 기적이었다. 경찰들 말이 이 정도로 그 튼튼한 유리병으로 박살이 나도록 뒷 통수를 치면 뇌진탕으로 금 방 죽어 넘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 미르클 미르클”(기적이다 기적이다.) 하나님이 널 도우셨다며, 그래도 병원에 가봐야 된다고 해서, 나는 괜찮다고 하니까! 그 여자더러, “살인 미수죄로 너를 체포 한다” 수갑을 덜컥 채우는 것이었다.
그러니 따라 왔던 두 딸애들이 엄마를 붙들고 울부짖지 않는가!
나도 애를 기르는 어미 인데, 차마 그 광경을 볼 수가 없어 그 소행은 밉지만, 그가 형을 받으면, 저 애들은 어떡하나 싶어, 이제는 내가 경찰들에게 손을 비비면서 “ 저 애들을 생각해서 한번 만 용서 해 주면 안되겠느냐” 고 두 세 번 거듭 빌면서 용서를 구하였더니,
“ 너는 속도 없 냐? 저 여자는 너를 죽 일려고 널 무지하게 내려 쳤지 않았냐? 그래도 안 미워.!!”
“그래도 난 성하지 않소, 다친 데도 없고, 그러니 저 우는 애들을 봐서 용서해 주세요. 경찰관님들!”
여기선 경찰관의 권위가 굉장한 나라이다. 거듭 나는 나대로 애원하다시피 하고, 애들은 잡혀 가는 엄마를 향해 처량하게
울부짖으니, 이미 경찰차 문안으로 들어가는 여자와 애들을 연거푸 바라보던 책임 경찰관이, 그 여자를 여기 데려 오라고 그러더니만,
“ 오늘 당신은 착한 한국 이 부인의 덕분으로, 부득불 용서 하는 것이니. 다시는 그러지를 말아. 이 부인 한 테 사과 해요”
법에도 인정은 살아 있었다. 하도 내가 애원 하는 바람에 결과가 이렇게 슬프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경찰관들은 오늘 기적을 보았고, 의인을 만났다면서, 행여 나더러 머리가 아프거든 병원에 가라면서 책임 경찰관 전화번호까지 적어 놓고 훌훌 가버렸다.
영문을 모르는 두 아이는 좋아라, 엄마를 안으니까, 그래도 어미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두 애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너무 미안 하고 감사 하다고, 허그를 하면서, 정말 괜찮으냐고 아주 딴사람이 되어 말하는 것이었다.
이땐 술도 완전히 깨어 있었고….
그러면서 자기가 깨어진 유리조각을 청소해 놓고 가겠다고 해서 그냥 가라면서, 조금 기다리라고 한 후, 그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각각 챙겨 주었다. 그냥 한참 서서 눈물을 훔치더니만,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종종 걸음으로 떠나는 것이었다
오래 머물기엔 너무 힘들지 않았겠는가 싶어 뒷 모습을 보며, 새삼 사는게 이렇게 묘한 일도 있구나 싶었다
그 후 정확히 일주일 후에, 그 신발 값이랑 과일 한 박스를 들고 온 것이었다. 그녀와 나는 친구가 된 것이다. 아마 주급을 타서 생긴 돈으로 그걸 준비 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뭉클 가슴이 찡하게 달아 오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