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마 해변에서 웃지못할 헤푸닝 - 김수영 > 아메리카 이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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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바하마 해변에서 웃지못할 헤푸닝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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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3,913회 작성일 10-09-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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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에게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우리는 여행이라는 학교에서 인생 공부를 하게 되어 보다 우리의 삶이 윤택하게 되고 풍요롭게 된다.
   풀로리다 마이애미에 사는 조카내외가 동생과 나를 초청을 해서 여행 스케쥴을 다 짜 놓았다. 나는 마이애미는 처음 가기 때문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조카 네 가족들을 오랫만에 만나는 기쁨도 잠시 뒤로한채 도착하자 마자 그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바하마로 가는 크루즈선을 탔다.
   밤에 시차관계로 잠을 못자서 배당받은 캐빈에 가서 눈을 좀 부치고 일어나 점심식사를 끝내고 6층 갑판위로 올라가 의자에 몸을 눕히고 수평선만 보이는 끝없이 광활한 검푸른 카리비안 바다를 바라 보았다. 생동감이 넘치는 파도가 햇빛에 반사되어 온통 은빛으로 출렁일때 아름다운 물고기의 비늘처럼 겹겹이 무늬져오는 물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로 형언키 어려웠다. 바다가 숨을 쉴 때  파도가 장단 맞추어 움직이는 물결로 내게 닥아왔다. 나는 와락 달려들어 꿈틀거리며 박동하는 바다의 심장을 움겨쥐고 싶었다. 그 만큼 바다는 살아서 약동하고  있는 것이다. 율동으로 노래를 자아낸다. 라인강 강변에 인어의 로렐라이 노래가  멀리서 은은히 들려오는 듯 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남들은 들을수 없는 내 특유의 소라귀로 때로는 조용한 풀룻의 소리로, 바이올린의 소리로, 첼로의 소리로, 교향곡으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로 들려 오면서 연주자로서 바다는 관람객인 나를 자유자재로 마음을 이끌어 갔다.
   동생이 부르는 소리에 환상에서 깨어나듯 일어나 갑판을 내려갔다. 바하마섬에 거의 도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가이드의 안내로 시내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아름다운 타이노 해변(Taino Beach)으로 안내되어 그곳에 여장을 풀고 라운지에서 바하마 마마로 불리는 과일 펀치를 한잔씩 나눠 마시게 되었다. 바하마 섬에서 나는 과일로 만든 펀치라 맛이 별미였다. 말로 표현할수 없는 묘한 맛을 내었다.
   다른 일행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기 시작했지만 동생과 나는 짚으로 된 비치 파라솔밑 의자에 몸을 눕히고 좀 쉬기로 했다. 너무나 바다 물이 청정해 땀이 묻은 내몸을 깨끗한 바다물에 담그기는 미안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눈앞에 펼쳐 진 공해없는 아름다운 바다! 갈매기들은 하늘이 좁다고 활개를 치며 날아 다니고 바다는 푸르다 못해 에메랄드 빛으로 춤울 추고 있었다. 지상천국이 따로  없고 이곳이 바로 지상천국이다하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어질 어질 하면서 쓸어지고 말았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온몸이 발갛게 되면서 군대 군데 반점이 생기더니 가렵기 시작하는데 걷잡을 수 가 없었다. 가려움의 강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졌다. 동생도 나와 똑같은 증세로 숨을 헐떡이며 꺼꾸로 누워 공중으로 발을 치켜 올리고 머리를 땅쪽으로 쳐박고 사력을 다해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누가 보았으면 포복절도할 장면이였을 것이다.
   점심을 잘못 먹어 식중독이 걸렸나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을 알아 낼 도리가 없었다.
   이러다가 죽는것이 아닌가하고 걱정이 되는 순간 동생과 둘이서 이유를 알아내고 마음을 가라 앉히며 증세가 호전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한 두어시간 지났을때 가려움이 가라 앉으면서 심장의 박동수도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과일 펀치에다 술을 희석시킨것을 전혀 모르고 마셨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었다. 평생 술을 마셔본적이 없는 터라 상황은 한층 심각했던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해프닝에 당황 했지만 정말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우린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바위로 된 피어에 가서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즉흥적으로 시 한편을 지어 읊으면서 놀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까마득한 옛날 어머님께서 잔칫날 만들어 놓으신 막걸리 술을 몰래 한사발 떠다가 설탕을 타서 취할줄 모르고 감주처럼 훌훌 마셨다가 가슴이 뛰어 죽을 뻔 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체질이 술하고는 인연이 멀다는 것 거듭 깨달으면서 아련한 추억에 새삼  보고싶은 어머님 얼굴이 달처럼 환하게 떠 올라 눈시울을 적셨다. 수평선 넘어 그리운 고향이 아물거렸다. 석양에 비취인 고운 노을속에 아름다운 추억들이 빨갛게 감처럼  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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