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식 상팔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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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뽕킴 댓글 0건 조회 1,351회 작성일 10-08-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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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수에즈운하가 세워진 곳은 사막의 평원(해발 15미터)인데 비해 파나마운하가 세워질 곳은 열대우림의 산맥(해발 1,500미터)이었다. 그런데도 과거의 성공에 도취한 레셉스는 해발 15미터와 1,500미터의 차이를 무시하고, 파나마의 산을 파기 시작했다.
그는 ‘수에즈운하도 이런 방식으로 성공했으니 이유는 묻지 말라’며 부하들을 다그쳤다. 결과는 참담했다. 8년 동안 무려 2만 2000명의 인부가 희생되고, 3억 5,200만 달러의 건설경비가 사라졌다. 결국 파나마운하는 25년 후 1914년이 되어서야 미국에 의해 다른 방식(갑문식)으로 완공될 수 있었다. 레셉스는 휴브리스(그리스어로 ‘자기오만’이라는 뜻)의 덫에 빠져 실패하고 말았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는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가 바꾸어간다. 그런데 한 번 성공한 이 창조적 소수들은 자신들이 성공한 방법을 모든 곳에 다 통하는 절대적 진리인양 착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노후를 위한 투자로는 주식만한 게 없다. 매년 주식시장이 큰 폭의 부침을 겪어왔지만 길게 보면 여러 투자상품 중 주식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다. 삼성전자 주식은 최근 10년 동안 배당을 제외하고 30배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증시가 앞으로 오를지, 떨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주식이란 열차에 탑승한 사람과 이를 외면한 사람 간에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점이다. 채권과 은행예금은 물가상승에 못 미친다. 반면 주식투자는 수익이 재투자되면서 복리효과를 창출한다. 복리는 수익률이 높을수록, 기간이 오래될수록 작은 돈을 큰돈으로 불려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가는 과정에서 금융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된다. 특히 증시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그 과정에서 다우존스가 4배나 올랐다. 부동산이 개인자산의 83%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의 이동은 필연이다.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임에도 정작 주위에 주식으로 돈을 번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원금을 날린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가장 큰 원인은 수에즈운하를 건설했지만 파나마운하 건설에 실패한 레셉스와 같은 ‘자기오만’ 탓이다. 투자자는 주식 예금 부동산 원자재 등을 옮겨 다니면서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코스피가 시작된 1980년 이후 계속 투자하고 있었다면 연평균 11%대 수익률을 얻었겠지만,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30일을 투자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6.5%로 반토막이 된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탁월한 능력과 절묘한 선택으로 여러 번 성공한다 해도 한두 번의 기회를 놓치면 꾸준히 장기투자한 것보다 못한 투자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13년간 2,700%, 연평균 2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그가 운용을 맡았던 마젤란펀드에 투자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답은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외면한데 있었다.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좋았던 1~2분기 뒤에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수익률이 부진했던 1~2분기 뒤에 투자자금을 회수한 탓이다. 주식투자 수익의 90%는 전체 투자기간의 2% 동안 발생한다. 부하뇌동하는 성급한 투자자는 과실의 달콤함을 느낄 수 없다.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두 번째 이유는 지나친 원금보존심리와 조급성이다. 2009년 주식시장 회복기에 일본과 인도에서는 신규 투자가 증가한 반면 한국은 가장 많은 순유출을 기록했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급락했던 펀드 수익률이 주가 상승과 함께 원본 이상으로 회복되자 환매가 급증했다. 미국 투자자의 평균 주식투자기간은 5년 내외로 나타난 반면 우리는 1년 남짓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주위에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주식투자에서는 실패하는 한국인이 왜 부동산 투자에서는 성공할까?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 또한 장기투자 때문으로 보여 진다. 부동산은 한 번 매수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기보유하게 된다. 한국은 부동산을 단기매매하면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양도세로 내놓아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세제를 시행하는 나라다. 취득세 등록세 부담도 무겁다. 그러니 부동산 투자자들은 대부분 사서 묻어두는 식으로 투자한다.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세제가 오히려 장기투자를 유도해 부동산 수익률을 올리는데 일조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16세기 일본에 신음류(新陰流)라는 독특한 검술이 등장했다. 이 방법을 쓰는 사무라이는 발걸음부터 눈의 깜박임까지 상대방의 모든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해 적을 곤혹스럽게 했다. 인내심을 잃은 적이 공격에 나서 허점을 보이는 순간 치명적인 반격을 가한다. 이 검술의 핵심은 끝까지 침착성을 잃지 않는 데 있다. 로버트 그린은 저서 ‘전쟁의 기술’에서 뛰어난 사무라이는 칼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평정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주식투자는 기술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사무라이 검법과 꼭 닮았다. 돈을 벌려고 하는 주식투자지만 역설적으로 돈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면 실패는 예고된 사건이 된다.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은 ‘대박 환상’에 젖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금리+알파’가 아니라 최소한 연간 2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야 만족을 한다.
일본의 어느 유명 증권사는 한국시장을 검토하다가 한국투자자들의 ‘공격성’에 혀를 내둘렀다. 일본 부자들은 금리 0.1%에도 정기예금을 하는데 비해 한국 투자자들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고심 끝에 한국 투자자들이 수익률 목표치를 연간 10% 이하로 낮출 때까지 한국진출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인생역전을 노린 투자는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다. 투자자들은 ‘은행이자+알파’의 수익을 얻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과 외로운 싸움을 하며 오래 참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투자수익은 고통에 대한 대가다.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저서 『가치투자의 비밀』에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쇼핑하듯 할인판매 중인 주식(가치주)을 싸게 사서, 시장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란 게 골자다. 그는 “만일 옆집 마당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집값이 2% 떨어졌다면 더 떨어질까 두려워 당장 집을 팔고 이사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주식은 부동산과 같은 장기자산이므로 오래 보유하란 조언이다.
투자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헝가리 출신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산책에 나선 애완견과 주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결국 집에는 함께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증시에서 거품이 생기고 무너지는 것은 필연이다. 홍수가 지고 가뭄이 와도 자연의 순환은 거스를 수 없다.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지만 길게 보면 기업가치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은 참 묘하다.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 같아 모든 시장참여자를 들뜨게 만들지만, 일순 비관론으로 바뀌면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싸늘하게 주식시장이 식는다. 시장은 과열과 저평가를 오가며 사이클을 그리는데 투자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착각을 한다. 순환하는 주식시장에서 참지 못하는 투자자는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다. 주식투자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정신과’ 영역이다. 성격과 인생관부터 바꾸어야 길이 열린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진정한 사무라이가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개미는 하찮은 곤충 같지만 1억년이 넘도록 지구에서 살면서 가축(진딧물 뿔매미 등)을 기르고 농사(버섯)도 지었다고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잘못된 환상에 사로잡혀 재산을 날리고 세상을 원망해왔다. 개미가 개미에게 배우지 않고 불만 보면 뛰어드는 불나방이나 한 탕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쏟았지만 주식은 여전히 매력 넘치는 기회의 땅이다. 주식 없는 노후대비는 생각하기 힘든 세상이 왔다. ‘유(有)주식 상(上)팔자’시대다. 하늘은 과학적 투자를 하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만 선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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