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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탕(醍醐湯)과 한음 이덕형(漢陰 李德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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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2,564회 작성일 11-11-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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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날이 되면 내의원에서 제호탕과 옥추단(玉樞丹)을 만들어 임금님께 진상하였다. 임금은 부채와 함께, 이 제호탕과 옥추단을 종실뿐만 아니라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 이는 단오날에 제호탕의 달고 시원한 약물과 만병 해독에 일인자인 옥추단을 음용하면 여름을 잘 날 수가 있다는 풍습에 따른 것이다.

down1.jpg제호탕은 『동의보감』 「잡병편」에 따르면, 오매육가루 한근, 초과 한냥, 축사와 백단향 각 5전을 가루내어 졸인 꿀 5근을 넣고 약한 불에 골고루 저어주며 끓여서 사기그릇에 담아두고 찬물에 타 먹는다고 하였고, 『산림경제』 「치선편」에는, 오매 1근을 짓찧어 물 두 사발을 붓고 달여 한 사발이 되면 가라앉힌다. 이때 쇠그릇을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리고 축사 반 근을 이 오매 달인 물에 타서, 꿀 5근과 함께 사기그릇에 넣고 붉은 빛이 될 때까지 졸인다. 식으면 백단가루 2전, 사향 1자를 넣어 만든, 지금으로 말하면 청량음료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 약재들은 민가에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주로 궁중에서 단오날이나 되면 임금이나 왕비, 기로소의 대신들을 위하여 내의원에서 만들어 하사하였던 것이다. 타들어 가는 갈증에 냉수 한바가지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것이 최고의 행복으로 여긴 일반 백성들도 있었지만, 재력을 갖춘 사대부집안이나, 특히 민가의 부호들은 여름철이면 톡 쏘는 맛과 시원하고 짜릿한 맛 때문에 마련해 두고 마시었다.  
<출처: http://blog.daum.net/insa0318/9>

요즘처럼 단오가 오기전부터 숨쉬기 조차 힘든 밀폐된 사무실에 훈짐이 넘치게 되면 청량음료를 찾게 되는데, 이럴때, 시원한 우리의 전통음료 제호탕으로 몸<도 식혀주고 허약한 기운을 북돋우게 되면 마비되었던 지적 감각이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익히 아는 한음 이덕형도 날씨가 무척 덥고 하늘에 구름 한조각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후덥지근한 어느날, 지치운 업무를 내어던지고 대청마루에 피곤한 두 다리를 쉬이고, 그리고 달고 시원한 제호탕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돌아오니,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이가. 그가 사랑하는 어여쁜 여인도 제호탕을 생각하였나 보다. 옛 문헌인 『금계필담(錦溪筆談)』에 전해오는 그 이야기를 들여다 보자.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1561-1613)의 애첩(愛妾)은 재주와 용모가 출중(出衆)했다. 두 번의 왜란(倭亂)을 겪은 뒤, 그는 영의정(領議政)이어서 불시(不時)에 임금님을 뵈올 일이 많아 궐문 밖에 집을 얻어 애첩을 두고 유숙(留宿)했다. 어느 여름철, 정사를 마무리한 후 집에 돌아가니 갈증이 심했다. 마침 공이 들어서자마자 첩은 소반에 제호탕(醍醐湯)을 바쳤다.

공은 받아 마시지 않고 첩을 쳐다보기만 하다가 이윽고 “나는 너를 버릴 것이니, 다른 곳으로 가도 좋다' 하고는 나가 버렸다. 그녀는 갑자기 당하는 일에 밤새도록 슬피 울다가, 오성(鰲城)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을 찾아가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말했으나 오성은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성이 한음에게 '애첩을 갑자기 쫓아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한음이 웃으면서 '어제 대궐에서 나오는데 갈증이 심하였는데, 마침 첩이 내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제호탕을 바쳤으니 어찌 총명하고 민첩하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평소보다 더욱 아름다워, 미혹(迷惑)되어 여색(女色)에 점점 빠지면 국사를 그르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한 일이 될 것 같아 그래서 은정(恩情)을 끊고 영영 버리게 되었네” 라고 하였다. 오성이 “그대가 행한 일은 보통 사람들이 어렵게 여기는 일이며 나도 따르지 못할 일이네'라고 탄복했다.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두 사람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일화를 남겼는데, 이 이야기는 상대의 목마름까지 미리 알아보는 지혜로운 여인, 그런 지혜로운 여인에게 빠져들어 국사를 그르칠까 두려워하는 현명한 한음, 너무 똑똑하였지만 전란을 겪은 지 얼마 안되어 백성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비싼 약재들을 갖추어 두어 억울하게 버림을 받게 되는 한 여인의 사랑스런 미소와 이별의 슬픔이 섞여 있는 제호탕에 얽혀있는 이야기다.
가만히 있어도 어느새 땀이 줄줄 흐르게 되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면서 기운이 없을텐데, 전란 뒤의 민심수습과 군대의 정비에 힘을 쏟다보면 제호탕 한사발에 맑고 청량한 사랑만이 느껴졌을 같은데, 한음 이덕형은 정말 몹시 갈증난 상황에서, 제호탕 한사발에 청량함 대신 잘못되어 갈 수도 있는 나라의, 그리고 자신의 운명까지 채워져 있었음을 진짜로 보았을까 궁금증이 증폭된다. 우리들 같이 속인들은 알 수 없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재상은 역시 재상이었다는 어떤 웅장한 감응이 울컥 올라오는 이야기이다.

이번 단오날에는 그야말로 맛도 있고 몸에도 좋은 제호탕을 생각하며 새콤한 맛속에 까마득한 조선의 명재상 한음의 정신과, 그리고 너무나 똑똑해서 이렇게 쫓겨난 한 여인의 뒤늦은 후회가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 고유 전통청량음료가 사라진 이 시대에 궁중에서 마시던 약방문들을 참고하여 그 약방문과 그에 따른 설화를 소개하고자 하였다. 설화에 따른 이야기는 다소 과장된 부분도 있고 어느 조상의 명예를 훼손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내용의 해학성을 감안하여 너그럽게 용서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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