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사위에 펼쳐지는 기혈순환의 원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1,054회 작성일 11-11-14 17:11
본문
오랜만에 이루어진 서울나들이 길은 기대 이상의 감동을 가져다 준 공연으로 이어졌다. 아주 어릴 적 뛰놀던 동네 근처에 있던 무용학원(조선춤을 가르치는)을 기웃거려 본 경험 밖에는 제대로 국악공연을 접해보지 못했던 나에겐 서양의 오페라나 발레공연 못지않게 다소 생경하면서도 자못 흥분을 자아내는 경험이 분명했다. 주로 예능보유자로 구성된 8인의 무용수가 번갈아 8주 동안 이어지는 이 공연은 고대 동양전통의 팔일무(八佾舞)에 비견하여 ‘八佾’이라는 공연명칭이 붙어있었지만 전통을 구현한다는 의미 외에 종묘제례에 펼쳐지던 원래의 팔일무 공연형식과는 직접 관련이 없었다. 다만 나의 감동은 팔일의 상징성이나 전통무용의 예술성이 아닌 엉뚱하게도 전통춤에 한의학적 원리가 적용되어 있다는 깨우침에 있었다.
전통무용의 춤사위, 서근활락(舒筋活絡)과 발산양기(發散陽氣)
우선 소고춤이 첫 선을 보인다. 소고춤이야 초등생들의 학예회나 운동회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터인지라 뭐 그저 그렇겠지 하는 심드렁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웬걸 예상 밖에 성인 남자무용수의 파워풀한 동작과 강한 비트가 단숨에 극장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그것은 강한 양기의 발산이었다. 손은 소고를 두드리며 공명을 일으키고 발은 위에서 아래로 절구질하듯이 힘찬 동작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강한 양기의 추동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태평무는 활옷과 같은 화려한 의상과 부채 등속의 소도구가 곁들여졌다. 발동작은 앞뒤 엇박자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였고 한껏 치올린 손동작은 봉새가 하늘을 나는 듯 무대공간이 비좁아 보일 정도였으며, 궁중무용의 성대함을 과시하듯 화려하게 펼쳐졌다. 연기자의 환한 모습과 덕성 있어 보이는 표정도 압권이었다. 군무가 이루어질 경우, 매스게임이 보여주는 화려함과 웅장함에 예술성까지 곁들여지는 대단한 효과를 낼 것이다.
태평무는 활옷과 같은 화려한 의상과 부채 등속의 소도구가 곁들여졌다. 발동작은 앞뒤 엇박자로 리드미컬하게 움직였고 한껏 치올린 손동작은 봉새가 하늘을 나는 듯 무대공간이 비좁아 보일 정도였으며, 궁중무용의 성대함을 과시하듯 화려하게 펼쳐졌다. 연기자의 환한 모습과 덕성 있어 보이는 표정도 압권이었다. 군무가 이루어질 경우, 매스게임이 보여주는 화려함과 웅장함에 예술성까지 곁들여지는 대단한 효과를 낼 것이다.
또 남성이 추는 학춤이 선보였다. 전승보유자가 돌아가시고 맥이 끊길 지경이어서 전수자인 여자무용수가 남자분장을 하고서 나섰다고 한다. 비록 선비의 춤이긴 하지만 여성무용수가 추는 모습을 보니 묘한 매력이 배어나온다. 조용한 가운데서도 숨겨진 의지와 기상이 표출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발을 들고 균형을 잡은 상태에서 양팔로 활갯짓을 하는 것으로 학의 동작을 흉내 내고 있지만 역시 하지의 굴신을 통해 족삼양경락을 선통(宣通)시키는 효과가 있다. 오랫동안 책상머리에서 글만 읽던 선비에게 맨손 체조하듯이 전통 기공의 효과를 얻기에 적합해 보인다.
한이 서려진 살풀이와 승무, 개울기체(開鬱氣滯)하는 효과
우리가 흔히 보아온 살풀이춤이 빠질 리 없다. 치맛자락 사이로 살며시 삐져나온 버선코에 시선이 박히는 순간, 가냘픈 어깨가 숨죽여 울먹이는 청상의 흐느낌처럼 들먹인다.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에서 허위적 대는 듯 팔 동작이 마치 고비마다 힘겨운 듯하다. 이것은 억울된 기운이 펼쳐 나오기 힘든 모양이다. 좌우로 날개 짓을 하고 살며시 치마를 들어 올려 발끝을 내차더니 점차로 빠른 스텝과 격정적인 동작으로 바뀌어 간다. 여기에는 구음시나위가 곁들여져 한결 맛을 더하는데, 시나위는 신라의 노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삼현육각(三絃六角)의 기악과 아우러져 연륜이 깊은 목구멍을 통해 나오는 탁한 구음이 춤사위와 아주 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음악과 춤동작 자체가 음양의 조화와 혼융의 상태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승무(僧舞)가 이어졌다. 전통무용 가운데 가장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춤이자 가장 동작이 큰 춤인 것 같다. 머리에 고깔을 써서 얼굴을 감추고 풍성한 바지섶, 그리고 저고리 소매 끝에 명주수건을 움켜쥔 채 극도로 움추린 상태에서 춤은 시작된다. 그러나 현 세간에서 점철된 인생애환과 끈질긴 번뇌망상을 단번에 깨어버리듯 법고를 신나게 두드려 온몸의 경락을 잠 깨운다. 팔과 다리는 각자 반대방향으로 신전시켜 ×자로 대칭을 이루기에 막히기 쉬운 대맥과 교맥이 번갈아 자극이 되어 울체가 온몸에서 한꺼번에 풀려나가리라.
전통춤의 구성요소, 12경락의 순환과 맞닿아 있어
어설픈 해석이랄 수도 있겠으나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전설적인 명의 화타는 호랑이나 곰, 학과 같은 짐승의 동작과 행위의 패턴을 분석하여 건강장수를 추구할 수 있는 오금희(五禽戱)라는 전통체조의 동작을 만들어 냈다. 또 지금까지도 중국인이 즐겨하는 기공의 원형은 송대에 만들어진 도교의학의 태극권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투에서는 무술 수련의 기본초식으로 응용되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삼국시대부터 전통무예나 처용무 같은 유서 깊은 춤가락이 존재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고 확언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빛나는 전통문화와 유구한 역사를 지닌 민족국가라 자랑하지만 제대로 이어진 전통은 별로 많지 않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또 전통과학을 되살리자고 주창하면서도 서구과학의 획일적인 잣대로 동양의 전통문화와 과학을 가위질하면서 비합리적이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무시하려 든다.
전통문화와 과학은 전통방식의 눈으로 바라볼 때 가장 입체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여기 비정형 입면체의 과일이 있어 단면을 자를 때마다 다른 모양이 나타난다고 가정하자. 그것의 모양이 다르다고 과일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쓸모없다고 치부할 필요는 없다. 전통과학은 고감도 예술적 경지와 상통한다. 전통춤사위에는 오장육부의 기운을 끌어내고 12경락에 기혈을 순환시키는 묘리가 숨겨져 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