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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황청심원과 인삼, 그리고 전통의약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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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1,156회 작성일 11-11-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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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중의침구가 등재되었다. 그간 한국에서는 종묘제례악이나 강릉단오제와 같은 여러 건의 중요무형유산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시킨 바 있다. 종묘제례는 중국 본토에서도 사라진지 오래인 제례절차와 방식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앞 다투어 쫒아와 배워가는 통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에 비해 강릉단오제는 중국인의 고유명절인 단오제가 한국문화로 탈바꿈되어 자신들의 고유명절을 빼앗겼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네티즌들이 분노의 화살을 한국측에 돌렸다.
 
세계유산을 둘러싼 국가간 경쟁구도
 
묘하게도 한국이 무형유산에 등재시킨 두 가지 가운데 하나는 인접국가인 중국으로 부터 찬탄과 학습의 대상이 된 반면 다른 하나는 분노와 시비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중국도 강릉단오제와 별도로 단오절을 중국의 명절로 등재시켜 비등하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지만 역사문화를 둘러싼 인접한 전통국가간의 분쟁과 논란은 언제든지 재연될 여지가 다분하다.     

한의학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해 한국에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전문의학서로는 처음으로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켰을 때에도 중국 측의 반응은 복잡미묘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역시 대부분의 고대 중국문헌을 원용한 『동의보감』이 세계유산에 기록됨으로써 중국이 아시아의학의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는 식으로 네티즌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서 질시어린 여론이 잠잠해지자 전문 학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한국이 전통의학문헌을 등재시킴으로써 『상한론傷寒論』이나 『본초강목本草綱目』 같은 고대 중의문헌을 기록유산에 등재시킬 명분을 주었다며 환영일색으로 바뀌었고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역사속의 의약기술과 자원 전쟁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비단 민속명절이나 의학전서를 두고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데 그친 것은 아니다. 고려말 삼우당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새로운 목화씨 품종을 숨겨 들여올 때도 죽을 각오를 해야 했다. 들키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자유무역을 하던 시대가 아니었으니 엄청난 외교 갈등으로 번졌을 것이다. 그때도 자원은 중요한 국가의 보호 대상이었던 셈이다. 조선시대에도 대륙의 명 ․ 청 왕조와 섬나라 일본의 사이에서 중개무역과 앞선 기술을 활용해서 양자간 거래를 주도해 갔다. 

예컨대 우황청심원이나 인삼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두 가지 모두 중국인과 일본인 모두가 열광하는 인기 품목이었다. 사신을 통한 매우 제한적인 통상거래이었지만 이것들은 조선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었고 조선은 상당기간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우황청심원은 송나라 정부에서 수집한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이 원출전이지만 고려와 조선의 의관들의 손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개정되어 중국이 흉내낼 수 없을 정도의 제조기법상 노하우를 지니게 되었다. 하도 졸라대어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어도 조선 것만 탐하였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또 인삼은 토질이 달라 쉽사리 옮겨 심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홍삼의 제조기법이나 인공재배를 통한 대량생산기술이 조선의 무기였다. 일본은 임진전쟁 이전부터 이것에 눈독을 들였고 도쿠가와 막부에서는 인삼의 이식에 골몰하였다. 18세기 통신사절과의 의학문답 내용 가운데는 이런 산업정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조선의관과 일본인 사이의 대담 양상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우리는 과거에도 우리가 확보한 의약자원과 자체개발한 선진기술을 활용하여 동북아시아 무역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던 것이다. 
 
나고야의정서와 전통지식의 권리 주장
 
지난 10월 나고야에서 합의된 생물다양성 조약의 합의사항은 앞서 거론된 사태와 역사속의 선례가 단순히 민족정서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현실세계의 문제는 그간 기술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 혹은 신흥국가들이 보유한 원천자원이나 경험지식을 아무런 대가없이 활용하여 막대한 이득을 독점해 왔다는 데 기인한다. 그간 WIPO를 비롯한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회의에서는 원천자원이나 전통지식을 소유한 국가에 일정부분 개발이익을 배분해 주어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되어 왔으며, 이번 회의에서 원칙적으로 합의된 것이다. 

다행이도 1〜2년 후로 발효시점을 유보하기는 했지만 이제 우리는 품종개발이나 선도기술을 개발할 때 이용하는 외국의 전통지식에 대해 사용료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 바꿔 말해 우리는 첨단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듯이 원천자원과 전통지식에 대한 사용료를 물거나 받아올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기술개발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받아내기보다는 지불해야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유하고 있거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선결과제이다. 

특히 전통의학 분야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치료법과 처방, 약재를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과 공유해 왔다. 오랜 역시시대를 거치면서 그것들은 어느 한 국가의 전유물임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는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당분간 전통의학 분야에서의 전통지식의 권리주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할 만큼 치열한 경쟁구도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지식이 한 국가, 한 문화에서 오랫동안 존재해 왔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민간에 산재된 전통치료기술의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고 이를 목록화해야 한다. 그리고 전통문헌을 데이터베이스화거나 전승된 설화나 공예, 예능 등 갖가지 양태로 전승된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만 한다.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많지 않다. 또 그냥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역사가 일천하고 경험이 미미한 전통의학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야 말로 수천 년 이어온 전통의약의 유산을 한데 모아 재조명할 시점이다. 이것이 오늘날 차세대에 이어줄 현세대의 마지막 소임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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