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에 관련된 흥미로운 본초학적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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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타라곤 댓글 0건 조회 1,210회 작성일 11-11-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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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개의 삼계탕 식당에서 볼 수 있는 ‘한방 삼계탕’이라는 문구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듯이, 닭은 ‘몸에 좋은 어떤 것’으로 널리 인식되어 있으므로 본초자원의 측면에서 닭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의가 있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닭에 관련된 흥미로운 본초학적 기록들을 소개합니다.
닭의 품종은 아주 다양한데, 옛 사람들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음을 인지했었습니다. [본초강목]에도 '닭의 종류는 매우 많다.'고 하면서 단웅계(丹雄鷄), 백웅계(白雄鷄), 오웅계(烏雄鷄), 흑자계(黑雌鷄), 황자계(黃雌鷄), 오골계(烏骨鷄), 반모계(反毛鷄), 태화노계(泰和老鷄) 등 여러 종류의 닭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약으로 쓰는 닭은 조선에서 나는 것이 좋다.”고 하여 조선닭의 약용가치를 높이 평가한 점입니다. 아울러 조선닭을 장미계(長尾鷄)라고 하며 꽁지 길이가 3~4척(1미터 남짓)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토종닭의 꽁지가 1미터에 이르지는 않으므로, 관상용 닭인 긴꼬리닭이 여기서 말하는 조선닭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닭고기는 우수한 식용자원이기도 합니다만, 먹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깃털이 여러 가지 색깔인 것, 머리는 희고 몸은 검은 것, 발가락이 여섯 개인 것, 며느리발톱이 네 개인 것, 죽은 뒤에 발가락이 펴지지 않은 것 등은 몸에 해로우니 먹지 말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섯 살 이하의 어린아이는 닭고기를 먹으면 회충이 생기므로 먹이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닭은 음양오행학설에서 바람에 해당하는데, 이 때문에 바람으로 인한 질병(감기, 중풍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그런 질병이 있을 때에도 닭고기를 먹지 말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금기는 달걀에도 있습니다. 달걀을 많이 먹으면 뱃속에서 소리가 나고, 파·마늘과 같이 먹으면 호흡이 짧아지며, 임신부가 잉어와 달걀을 함께 먹으면 아이에게 피부병이 생기고, 어린아이가 달걀과 찹쌀을 같이 먹으면 기생충이 생긴다고 합니다. 한편, 달걀은 누렁닭이 낳은 것이 가장 좋고, 검정닭이 낳은 것이 그 다음이라고 합니다.

흔히 닭 중에서는 오골계가 가장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오골계는 허약한 것을 보하는 데 특히 좋아서, 비위가 허약해서 설사하는 경우나 임산부가 조리하는 데 적당합니다. 오골계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깃털은 희고 뼈만 검은 것, 깃털도 뼈도 검은 것, 깃털은 얼룩이고 뼈는 검은 것, 뼈와 살이 모두 검은 것, 살은 희고 뼈만 검은 것 등이 있는데, 이 중 뼈와 살이 모두 검은 것이 약용으로 가장 좋다고 합니다. [본초강목]은 닭을 죽이지 않고도 뼈와 살이 모두 검은지 어떤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혀가 검은 닭은 뼈와 살이 모두 검다고 합니다.
지난 6월호에서 살펴본 뽕나무는 열매부터 장작으로 쓰고 남은 재까지 버릴 게 없다고 했습니다만, 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계두(鷄頭. 닭 머리)는 귀신을 쫓는 효험이 있는데, 특히 동쪽 문 위에 올라가 있는 흰 수탉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음기(陰氣)에 속하는 귀신을 쫓기 위해서 양기(陽氣)의 방향인 동쪽, 양기의 상징인 수탉, 양기가 모이는 부위인 머리를 취한 것입니다. 같은 의미로,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닭 머리를 사용한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닭의 모래주머니 안쪽에 붙어 있는 누런 껍질을 계내금(鷄內金)이라고 합니다. 주로 소화기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어서 설사, 구토, 소화불량 등에 활용되며, 비뇨생식기와 점막의 염증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삼국연의]에서 조조의 '계륵' 에피소드로 유명한 닭 갈비뼈는 어린아이가 음식을 잘 먹어도 야위기만 하고 좀처럼 살이 붙지 않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오골계 갈비뼈가 좋습니다.
그 밖에 닭의 뇌, 심장, 간, 쓸개, 콩팥, 장, 깃털 등도 여러 가지 질병에 쓸 수 있으며, 심지어는 닭똥도 약으로 쓰입니다. 닭똥을 계시백(鷄屎白)이라고 하는데, 음력 섣달에 깃털은 희고 뼈는 검은 수탉의 닭똥을 모아서 씁니다. 주로 비뇨기의 염증과 관절염에 효과가 있으며, 중풍으로 말을 못하고 인사불성인 때에도 활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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