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나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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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769회 작성일 15-06-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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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산 것이 무기인 노인의 지혜도 이젠 인터넷 지식검색이 대신하고 손주들 역시 할아버지의 교훈보다 두둑한 세뱃돈을 더 반가워한다. '깨끗하게 살다 조용히 죽으시라'고 최후의 식민지를 강요받는 노인들. 그렇다고 수취인 없는 소포처럼 노년을 맞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40세부터 건강, 재테크, 교우관계 등 각 분야에서 노후를 준비하며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평생 즐겁게 살 수 있다고 한다. 나이들어서도 행복하게 우아하게 사는 비결은 뭘까.
진짜 나이를 의심할 만큼 활기차고 멋져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은퇴를 하고도 뒷방늙은이로 머물지 않고 문화센터건 노인복지관이건 도서관이건 곳곳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하고 사회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연령을 초월해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항상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호기심 역시 중년 때부터 습관과 학습으로 익혀둬야 한다. 신간 서적, 인터넷 유머, 유행 신곡 등에 관심을 갖고 부지런히 따라 부르고 메모하는 훈련을 해야 나이들어서도 지치지 않고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빛을 유지할 수 있다. 꼭 돈이 많아야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숫자상의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열정과 호기심을 잃는다는 것이다.
'유치찬란' 역시 중년부터 배워둬야 할 덕목(?)이다. 세계적인 석학이란 지위에도 백발을 휘날리면서도 아기처럼 혓바닥을 쏙 내민 사진을 찍은 아인슈타인의 천진함. '그냥 심심한 인생에 장난치는 거'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놀랄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백남준씨, 아흔다섯의 나이에도 딸이 갖고 놀던 인형을 매일 목욕시키고 짝사랑하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사진을 책상에 붙여둔 수필가 피천득씨를 보라.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속의 어린아이를 꺼내는 것이 즐겁게 나이드는 비결이다. 세상 어디에도 '60살이 넘으면 이런 옷차림을 하고 말투는 저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칠순에도 핑크빛 셔츠를 입고 술래잡기 놀이를 할 수 있고 팔순에 사랑에 빠져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거나 인라인 스케이드를 타며 데이트를 즐길 수도 있다.
돈이 행복한 노후의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하루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행복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더더욱 많다.
미국 하버드대학 성인발달 연구소는 820여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80년 이상의 발달 과정을 분석, 행복한 노화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밝혀 화제가 되었다. 1920년대에 태어나 사회적 혜택을 받고 자란 하버드 졸업생, 1930년대에 출생한 보스턴 빈민, 1910년대에 태어난 천재 여성 등 세 집단을 5년 주기로 인터뷰해 2000년에 발표한 자료다.
조사결과는 '뻔한 소리'이긴 하다. 성공적인 노화의 열쇠는 금전이 아니라 자기 관리와 사랑이란 것. 신체요인보다 더 건강한 노년을 보장하는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였다.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혀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방어기제다. 어려움에 처해도 "곧 좋아지겠지"라고 받아들이는 것, 희망을 갖고 낙천적으로 세상을 보며 금방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은 50세 이전에 키워둬야 한단다.
미국 맨체스터의대의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는 수녀들이 다른 여성집단에 비해 장수하는 것에 착안, 미국 수녀들을 대상으로 노화연구를 했다. 25년에 걸친 역학조사와 본인들의 허가를 얻어 사후 뇌를 기증받아 연구한 결과 다인종국가인 미국에서 사는 수녀들의 경우 인종, 성장환경, 개성 등이 다 달랐으나 오래 살면서도 건강한 수녀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수녀들은 예비수녀에서 정식수녀가 될 때 서원식에서 짧은 자서전을 쓰게 되는데 그때 밝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길게 썼던 수녀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 살아 아흔살에도 성가대 지휘를 하는 등 활기찬 삶을 유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반면 같은 수녀생활을 해도 비관적이고 우울한 성격의 소유자들은 중년에 병들거나 일찍 사망한 경우가 많았단다.
나이드는 것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60세 이후를 늙고 병들고 소외당하는 시기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황금의 기회이자 최고의 보너스'라고 여기는 것이다.
평소 너무 바빠서, 일상에 지쳐서, 꿈만 꾸던 일들을 느긋하게,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시기가 노년이다. 배우고 싶던 외국어, 악기, 춤, 그림, 서예 등 취미생활에 몰두할 수 있고 짧은 일정에 쫓기지 않고 몇달 동안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보너스 시간을 자신의 르네상스로 만든 사람은 카터 대통령이다. "처음부터 전 대통령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농담을 들을 만큼 퇴임 후 사랑의 집짓기, 평화운동 등에 앞장서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그 역시 퇴임했을 때는 "갑자기 백수가 되어 너무 우울하고 괴로웠다"면서 "그러나 남은 시간을 보람있게 보내기로 결심하고 평소 좋아하는 일, 하고 싶던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다.
자동차 수명이 차종이 아니라 운전습관과 관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 오래된 차들이 덜거덕거리고 볼썽사납게 폐차되는 것은 수명이 다해서가 아니라 난폭한 운전습관이나 관리 소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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