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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효과없는 치매예방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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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988회 작성일 15-06-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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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승 승합차가 한 건물 주차장에 들어서자 60~70대로 보이는 여성 5명이 재빨리 건물 3층에 위치한 모 의원으로 들어섰다. 이 여성들은 모두 지방 한 요양병원에서 요양을 받던 중 친해져 소위 '치매 예방 주사'를 맞았다는 한 동료 이야기에 솔깃해 다 같이 이 의원을 방문한 것이다. 이 여성들은 특수한 천연성분으로 뇌혈관을 자극하며 영양분을 공급하고, 혈중 지질을 개선해 치매를 예방한다는 의료진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멀티 비타민'과 '은행잎제제'가 혼합된 용액을 주사로 투여받았다. 이후 이 여성들이 낸 금액은 1인당 10만여 원. 2주일 후 재접종을 맞기 위해 예약을 마친 후에야 병원을 나섰다.
 
일부 1차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혈액순환 개선제나 비타민 제제가 '치매 예방 주사'로 둔갑해 시술되고 있다. 고용량 멀티비타민을 비롯해 은행잎제제, 혈전용해제, 지방 분해를 돕는 L-카르니틴 등이 치매 예방 주사라는 이름으로 일부 의료기관에서 버젓이 홍보되고 있는 것.
우선 이들 약물의 치매 예방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혈액순환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은행잎제제만 하더라도 뇌혈관 혈행을 개선하지만 그 자체로는 치매를 예방한다고 볼 수 없다. 멀티 비타민이나 L-카르니틴 역시 치매 예방 효과로만 본다면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게다가 치매에 관심 있는 환자 대다수가 고령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약물을 비타민이나 포도당 수액에 낮은 농도로 희석해서 주사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효과는 더욱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약물들은 어지럼증, 두통 등 부작용이 있고 환자 대다수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양영순 중앙보훈병원 과장(신경과)은 "이 약물을 용법과 용량을 지켜 제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예방 효과만 놓고 본다면 걷기, 독서, 견과류 섭취와 별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시술 대부분이 비급여 항목으로 고가에 시술되면서 결과적으로 치매에 대한 두려움을 상업적인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치매 예방 주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상급 종합병원으로까지 문의가 쇄도할 정도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관리 시스템은 물론 전문의도 전무한 의료 취약지구에서는 더욱 무방비로 노출돼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치매 예방 주사가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치매 환자 수는 매년 급속히 늘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5년 5만8886명이던 치매 환자 수는 2009년 16만768명으로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거나 고위험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ㆍ치료하는 시스템이나 인프라스트럭처는 아직 열악하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교수(신경과학교실)는 "치매 예방 주사에 관심을 보이는 대다수가 치매로 인해 심리적인 고통을 받았거나 건망증 등을 앓고 있어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환자들"이라며 "외래에서는 주로 치매 환자 가족을 중심으로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 방법과 예방법이 없고, 체계적인 관리와 치료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근거가 불분명한 약물이나 신약에 기대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같은 잘못된 정보로부터 환자와 보호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치매 환자나 고위험군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김승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는 "경도인지장애군과 같이 고위험군에 속해 5년 후 치매 발병이 예상되더라도 미리 치매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지는 않는다"며 "하루빨리 치매관리 시스템이 안착해 고령화 사회에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분야로 실제 치매 예방 백신은 일러야 5년 후에나 개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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