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나를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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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mile 댓글 0건 조회 651회 작성일 14-11-0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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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물 소리, 휘파람새 울음소리, 낙숫물 소리, 멀리서 울리는 산사의 종소리…. 생각만 해도 편안하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고 한다. 좋은 소리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아주며, 따라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건강에 이로운 소리를 체험하는 산책길인 ‘사운드 테마파크’가 생긴 것도 이런 흐름 중 하나다. 소리 공학자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이거나 명상에 좋은 소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고 선진국에서는 소리를 이용한 ‘사운드 샤워’를 연구 중인 요즘, 건강한 소리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소리 박사’ 배명진 교수가 만든 사운드 테마파크
‘사운드 테마파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갖가지 희귀한 소리를 모아둔 전시장 같은 곳인가 했다. 그런데 ‘소리로 심신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의 설명을 듣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정말 소리가 건강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건강한 소리란 무엇일까? 사운드 테마파크는 어떤 곳일까? 의문을 안고 배명진 교수를 만났다.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와 TV 프로그램 <스폰지> <동물농장> 등에 출연해 소리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흥미진진한 방법으로 풀어주어 우리에게 낯이 익은 인물이다. 음향 공학 학자는 많지만, 이를 일상생활에 접목시켜 연구한 인물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소리 박사다. 오죽하면 ‘개도 웃을까?’ ‘나이 들수록 트로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같은 난감한 호기심이 생길 때마다 방송과 언론사에서 1순위로 그를 찾겠는가.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다
사운드 테마파크를 둘러보기에 앞서, 그가 대뜸 이렇게 묻는다.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를 본 천만 관객 중에는 영화관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본 사람이 많았다는데, 과연 왜 그랬을까요?” 재미있으니까 여러 번 본 게 아니었겠느냐는 대답에, 소리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영화를 굳이 영화관에서 본 것은 소리의 위력 때문입니다.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듣거든요. 청각과 촉각이 모두 동원됩니다. 그래서 음향 시설이 훌륭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마치 영화 속 장면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영화관에서 꽝꽝 터지는 폭음을 온몸으로 들으며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또는 먼 데서 울리는 산사의 종소리나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신적인 안정은 신체의 균형을 이루어준다. 그래서 배명진 교수는 건강에 이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책길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는 영화관에서 꽝꽝 터지는 폭음을 온몸으로 들으며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또는 먼 데서 울리는 산사의 종소리나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신적인 안정은 신체의 균형을 이루어준다. 그래서 배명진 교수는 건강에 이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책길을 만들기로 했다.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소리를 모아놓은 길
사운드 테마파크는 겉보기에 평범한 산책길 같다. 그런데 길을 걸어가니 어디선가 시냇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청량하고 시원한 소리. 조금 더 걸어가자 파도 소리가 난다. 큰 파도 소리, 작게 철썩거리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번갈아 들린다. 나무가 좀 더 우거진 곳에 이르자 새소리가 들린다. 뻐꾸기, 소쩍새, 휘파람새 등 익숙한 새 울음부터 물총새, 부엉이 울음소리까지. 새소리가 잦아들고 좀 고요하다 싶더니 먼 산사에서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가 들린다.
“같은 길을 여러 번 걷더라도 계속 다른 소리가 들립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가 반복되면 그 소리를 은연중에 의식하게 되는데 불규칙한 소리는 자연스럽게 여겨지거든요.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계곡에, 산사에, 바다에 실제로 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리를 심었습니다.” 그는 ‘소리를 심는다’고 표현했다. 숲 속에 나무 한 그루가 자연스럽게 심어져 있듯, 소리도 자연 속에 동화되고 묻히듯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 공학을 이용해 범종 소리도 일부러 멀리서 은은하게 들리는 것처럼 처리했다.
그렇다면 배명진 교수는 왜 자연의 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자연의 소리가 모든 생명체에 가장 건강한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건강한 소리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 등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를 떠올려보세요. 너무 시끄럽지 않은 잔잔한 소리이면서 신경이 집중되지 않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소리입니다. 익숙하고 안정되고 다양하고 불규칙합니다. 또한 20Hz에서 2만Hz까지 모든 음폭에 걸쳐 있어 청각 세포를 다양하게 자극합니다.” 그래서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서 듣거나 자연의 소리와 닮은 소리를 들으면 청각 세포가 골고루 깨어나며, 심신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경남 거제에 있는 몽돌 해변(주먹만 한 돌이 넓게 분포된 해변)의 파도 치는 소리가 아름다워 일부러 그 소리를 들으러 가는 이가 많기로 유명한데, 배명진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파도가 들이칠 때 ‘철썩’, 나갈 때 ‘쉬이이이’ 소리 나는 것이 인체의 심호흡 주기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참선하는 사람들이 이 파도 소리를 좋아합니다.” 우리가 에밀레종 소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종을 울린 뒤 처음 4~5초 동안 ‘콰광’ 하는 소리가 나고, 그 이후에는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한 소리가 나는데 바로 이 소리가 숨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파도 소리나 종소리에서 안정된 숨소리와 같은 소리를 들으면 인체도 그와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이를 동조 현상이라고 하지요. 그 때문에 몽돌 해변의 파도 소리나 에밀레종 소리를 들으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 자연을 닮은 소리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자연의 소리를 닭에게 들려주면 알을 잘 낳고, 화초에게 들려주면 성장률이 높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해변의 파도 소리를 CD에 담아 판매하기도 한다. 이 CD를 들으면 숙면에 효과적이라고. “이처럼 건강에 유익한 자연의 소리가 도심에는 차단되어 있습니다. 주파수가 다양한 소리를 들어야 청각과 촉각 등 모든 감각이 골고루 깨어 있고 균형을 이루는데, 우리는 자동차 소리, 핸드폰 같은 기계음 등 일정 주파수만 접하며 살아갑니다. 현대인이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연의 소리와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교 캠퍼스에 사운드 테마파크를 만들었지요.” 내년 9월에는 서울시 주도 아래 난지도 노을공원에 사운드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여기서도 그의 노하우가 빛을 발할 터다.
사운드 테마파크는 이제 막 얼개를 갖추었으며 앞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소리 멀리뛰기’라는 시설이 있다. 출발선에 서서 소리를 내지르면, 5m 간격으로 세워진 깃발 중 어느 하나의 전등이 켜진다. 그 지점까지 목소리가 닿았다는 뜻이다. 갈대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지른 두건장이처럼, 하고픈 말을 속 시원하게, 멀리 뱉어서 스트레스를 없애보자는 재미난 체험 시설이다.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내지 못하면 기가 딱 막혀서 화병이 걸려요. 그러니 소리란 참 신기하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속이 후련하지 않은 걸 보면, 소리를 뱉어내는 과정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말이겠죠.”
“같은 길을 여러 번 걷더라도 계속 다른 소리가 들립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가 반복되면 그 소리를 은연중에 의식하게 되는데 불규칙한 소리는 자연스럽게 여겨지거든요.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들리는 소리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계곡에, 산사에, 바다에 실제로 와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소리를 심었습니다.” 그는 ‘소리를 심는다’고 표현했다. 숲 속에 나무 한 그루가 자연스럽게 심어져 있듯, 소리도 자연 속에 동화되고 묻히듯 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 공학을 이용해 범종 소리도 일부러 멀리서 은은하게 들리는 것처럼 처리했다.
그렇다면 배명진 교수는 왜 자연의 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자연의 소리가 모든 생명체에 가장 건강한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건강한 소리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 등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를 떠올려보세요. 너무 시끄럽지 않은 잔잔한 소리이면서 신경이 집중되지 않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소리입니다. 익숙하고 안정되고 다양하고 불규칙합니다. 또한 20Hz에서 2만Hz까지 모든 음폭에 걸쳐 있어 청각 세포를 다양하게 자극합니다.” 그래서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서 듣거나 자연의 소리와 닮은 소리를 들으면 청각 세포가 골고루 깨어나며, 심신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경남 거제에 있는 몽돌 해변(주먹만 한 돌이 넓게 분포된 해변)의 파도 치는 소리가 아름다워 일부러 그 소리를 들으러 가는 이가 많기로 유명한데, 배명진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파도가 들이칠 때 ‘철썩’, 나갈 때 ‘쉬이이이’ 소리 나는 것이 인체의 심호흡 주기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참선하는 사람들이 이 파도 소리를 좋아합니다.” 우리가 에밀레종 소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종을 울린 뒤 처음 4~5초 동안 ‘콰광’ 하는 소리가 나고, 그 이후에는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한 소리가 나는데 바로 이 소리가 숨소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파도 소리나 종소리에서 안정된 숨소리와 같은 소리를 들으면 인체도 그와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이를 동조 현상이라고 하지요. 그 때문에 몽돌 해변의 파도 소리나 에밀레종 소리를 들으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 자연을 닮은 소리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자연의 소리를 닭에게 들려주면 알을 잘 낳고, 화초에게 들려주면 성장률이 높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해변의 파도 소리를 CD에 담아 판매하기도 한다. 이 CD를 들으면 숙면에 효과적이라고. “이처럼 건강에 유익한 자연의 소리가 도심에는 차단되어 있습니다. 주파수가 다양한 소리를 들어야 청각과 촉각 등 모든 감각이 골고루 깨어 있고 균형을 이루는데, 우리는 자동차 소리, 핸드폰 같은 기계음 등 일정 주파수만 접하며 살아갑니다. 현대인이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연의 소리와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학교 캠퍼스에 사운드 테마파크를 만들었지요.” 내년 9월에는 서울시 주도 아래 난지도 노을공원에 사운드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여기서도 그의 노하우가 빛을 발할 터다.
사운드 테마파크는 이제 막 얼개를 갖추었으며 앞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소리 멀리뛰기’라는 시설이 있다. 출발선에 서서 소리를 내지르면, 5m 간격으로 세워진 깃발 중 어느 하나의 전등이 켜진다. 그 지점까지 목소리가 닿았다는 뜻이다. 갈대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지른 두건장이처럼, 하고픈 말을 속 시원하게, 멀리 뱉어서 스트레스를 없애보자는 재미난 체험 시설이다.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내지 못하면 기가 딱 막혀서 화병이 걸려요. 그러니 소리란 참 신기하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속이 후련하지 않은 걸 보면, 소리를 뱉어내는 과정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말이겠죠.”
소리는 건강 연구의 블루 오션이다
사운드 테마파크가 정신적인 건강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연구라면, 신체적인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소리 연구도 있다. 배명진 교수 연구실에 있는 온갖 희귀한 발명품들이 그 결과물이다. 그는 등받이 부분과 엉덩이가 놓이는 부분 아래에 스피커가 달린 의자를 보여준다. “지난 2월에 개발한 ‘소리 안마 의자’예요. 소리로 신체를 직접 자극해서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의자이지요. 전립선이나 자궁 부위 혹은 등에 소리로 안마를 해주면, 해당 부위의 건강이 개선됩니다.
”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는 것은 손아귀 힘(에너지)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소리란 곧 떨림(진동)이며, 이 역시 에너지의 일종이다. 따라서 소리 에너지가 신체로 옮겨오면 손으로 안마를 할 때처럼 신체가 활성화된다. 실제로 소리 안마 의자에 앉아보았다. 의자 등 부분에 달린 스피커에서 미세한 소리(선풍기 바람 소리보다 작다)가 나오면서 바람이 느껴진다. 이것은 ‘소리 바람’인데,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키면서 바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손으로 주무르는 안마와 다른 방식으로 시원한 느낌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손발이 부은 사람, 등이 딱딱하게 굳은 사람에게도 좋단다. 단, 아무 소리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작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맞는 공명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배명진 교수는 이 기술에 관한 특허를 획득했다. 병을 치료하는 의료 기구는 아니고, 의료 보조 기구다.
소리로 건강을 유지한다는 말이 언뜻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유럽, 미국, 일본의 소리 공학계에서는 이미 소리를 이용한 건강법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사운드 샤워 sound shower’ 연구도 그것인데, 샤워하듯 신체를 소리로 자극해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요법이다. 소리로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반면에 악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얼마 전 ‘사이버 마약’인 ‘아이도저’의 위험성이 소개되었다. 아이도저는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파일을 다운받아 청취하는 소리로, 뇌파를 자극해 몽롱하게 만든다. 이어폰을 빼도 환청이 들리며 때론 정신을 잃기도 한다.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이버 마약이라 불린다. 영화 <007 시리즈> 2편에 나오는 ‘소리 무기’와 같은 원리다. 특정 소리를 30분 동안 들으면 신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신경계의 균형도 깨져, 한마디로 ‘미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소리로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연구에 몰두한 이들이 더 많다. “연령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해, 외국에서는 청소년 선도에 소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령 일본 도심의 한 국립공원에서 밤에 청소년들의 패싸움이 잦자,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스피커로 십대만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운 소리를 틀어서 청소년들이 공원에 모이지 못하게 했답니다. 사람에겐 안 들리나 곤충에겐 들리는 초음파로 바퀴벌레 같은 해충을 퇴치하는 기구도 마찬가지 원리이죠.” 배명진 교수의 말처럼 건강 연구에서 소리는 블루 오션과도 같다. 앞으로 심신의 건강을 위한 아름다운 소리가 방방곡곡에서 들렸으면 좋겠다.
”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는 것은 손아귀 힘(에너지)을 이용한 것이다. 그런데 소리란 곧 떨림(진동)이며, 이 역시 에너지의 일종이다. 따라서 소리 에너지가 신체로 옮겨오면 손으로 안마를 할 때처럼 신체가 활성화된다. 실제로 소리 안마 의자에 앉아보았다. 의자 등 부분에 달린 스피커에서 미세한 소리(선풍기 바람 소리보다 작다)가 나오면서 바람이 느껴진다. 이것은 ‘소리 바람’인데, 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키면서 바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손으로 주무르는 안마와 다른 방식으로 시원한 느낌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손발이 부은 사람, 등이 딱딱하게 굳은 사람에게도 좋단다. 단, 아무 소리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작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 맞는 공명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배명진 교수는 이 기술에 관한 특허를 획득했다. 병을 치료하는 의료 기구는 아니고, 의료 보조 기구다.
소리로 건강을 유지한다는 말이 언뜻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유럽, 미국, 일본의 소리 공학계에서는 이미 소리를 이용한 건강법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사운드 샤워 sound shower’ 연구도 그것인데, 샤워하듯 신체를 소리로 자극해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요법이다. 소리로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반면에 악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얼마 전 ‘사이버 마약’인 ‘아이도저’의 위험성이 소개되었다. 아이도저는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파일을 다운받아 청취하는 소리로, 뇌파를 자극해 몽롱하게 만든다. 이어폰을 빼도 환청이 들리며 때론 정신을 잃기도 한다. 마약을 투여했을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사이버 마약이라 불린다. 영화 <007 시리즈> 2편에 나오는 ‘소리 무기’와 같은 원리다. 특정 소리를 30분 동안 들으면 신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신경계의 균형도 깨져, 한마디로 ‘미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소리로 사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연구에 몰두한 이들이 더 많다. “연령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해, 외국에서는 청소년 선도에 소리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령 일본 도심의 한 국립공원에서 밤에 청소년들의 패싸움이 잦자, 밤 10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스피커로 십대만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운 소리를 틀어서 청소년들이 공원에 모이지 못하게 했답니다. 사람에겐 안 들리나 곤충에겐 들리는 초음파로 바퀴벌레 같은 해충을 퇴치하는 기구도 마찬가지 원리이죠.” 배명진 교수의 말처럼 건강 연구에서 소리는 블루 오션과도 같다. 앞으로 심신의 건강을 위한 아름다운 소리가 방방곡곡에서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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