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뉴욕 극단 'SET' 대표: 어떠한 어려운일이 있어도 나의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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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쟈스민 댓글 0건 조회 2,802회 작성일 10-11-11 13:00본문
김은희 뉴욕 극단 'SET' 대표: 어떠한 어려운일이 있어도 나의 길을 가련다
"한국적 소재로 세계인 공감 만들어요"
"이번 한국 공연에 저보다 극단의 외국인 배우들이 더 가슴 설레 하더라고요. 한국인 관객만을 대상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건 처음이니까요. 단원들에게 우리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알릴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쁩니다."
미국 뉴욕에서 연극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희(47)씨가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극단 'SET'(Sudden Enlightenment Theatre) 단원들과 함께 6일 한국을 찾는다. 올해 처음 제정된 '세계한인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세계한인주간 코리안 페스티벌" 초청공연을 위해서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뉴욕에 있는 그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가보지도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나 문화, 분단의 현실 등을 다룬 작품만 공연해서 단원들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돼 다행"이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다. 대학 졸업 후 극단 '광장'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다 공부 욕심에 1993년 도미했다. 이후 4년 만인 97년 8월 다국적 인종으로 구성된 지금의 극단 SET를 창단했다. 그해 첫 작품 '님'을 올린 후 해마다 미국 극장에서 초청공연을 열었고,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유명 언론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미국 대도시 공연과 유럽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여성'에 '동양인'인 그가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적인 소재를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댄스와 연극을 합친 '댄스 드라마'라는 새로운 실험도 주목을 끌었다.
이번에 올리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선 초연인 작품 '49Days after Death'(49재)는 '티베트 탄트라 불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드마 삼바바가 지은 책 '사자의 서'를 모티브로 했다. 인간이 죽은 후 다음 환생 때까지 겪게 되는 약 49일간의 중간단계 과정을 설명한 이 책은 티베트인들에게는 '죽음의 순간에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해탈에 이르게 하는 경전'으로 통한다.
김 대표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이미지로 재해석했다.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인 바라춤(범패)과 현대인의 삶을 반영한 모던댄스를 결합시켜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연결되고 해체되는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특히 인간문화재인 송암 스님과 구해 스님에게 직접 범패를 전수받은 지현 스님이 특별출연해 깊이를 더했다. 핵심 메시지인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탐·진·치(貪瞋痴, 분노·성냄·무지)의 카르마(karma·업)는 거울과 스크린 영상을 활용해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김 대표는 "98년 처음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현재 극단 10주년 기념작으로 공연 중인데 뉴욕 심포니 스페이스 공연장이 가득 찰 정도로 변함없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이번 공연은 우리시대의 진정한 예술인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치열했던 예술혼을 되돌아보고, 기리며, 더 좋은 곳으로의 환생을 바라는 추도공연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요즘에는 내년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철 7호선'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7번 전철은 뉴욕의 중심지인 타임스퀘어에서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플로싱까지 운행되는 전철이다. 7번 전철을 중심으로 미국의 다민족, 다인종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룰 예정이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보다 오히려 미국으로 건너온 후 한국의 문화나 역사, 분단의 현실 등에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거죠. 이민자들이 겪는 타향살이의 아픔도 알게 됐고요. 극단을 창단할 때부터 분단이나 이산가족, 이주한인의 문제에 대해 다루자고 생각했어요. 제 공연을 통해 한국을 알아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2004년 3월에는 뉴욕 최초의 한인 청소년 극단인 '메아리'를 창단했다. 단원은 모두 한인 1.5~2세 청소년들이다.
김 대표는 "한인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맞벌이 부모와의 대화 단절과 학교에서의 고립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이라며 "연극을 통해 책임감과 발표력, 협동심, 창의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활동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연극활동 외에도 독서지도와 토론, 지역봉사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국 공연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세계한인의 날 제정을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에 성큼 발돋움했다는 실감과 함께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에게 한국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더해주고, 힘든 이민생활을 더 잘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은희 대표는

무용가이자 연극연출가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상명여대 영문학과 81학번으로, 극단 '광장'에서 연출부로 일하다가 1993년 도미했다. 미국 뉴욕 HB액팅스튜디오와 발레아트스쿨에서 무용과 연출을 전공했다. 97년 다국적 인종으로 구성된 극단 'SET'에 이어, 2004년 한인 1.5~2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극단 '메아리'를 창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한 실험극 '님'과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한 '사진신부의 꿈', 춤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댄스 무대극인 'DMZ를 넘어서', '49재', '고기의 업', '태' 등이 있다.
극단 SET의 작품세계는 어떤가.
_ 우리 극단의 창작 활동을 보면 작품의 주제나 내용면에서 조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창립 작품으로 선택한 님(NIM)을 비롯해서 49재(49 Day After Death), 태(The Umbilical Cord), 고기의 업(Fishing in a Dry Swamp), 사진신부의 꿈(Dream of A Picture Bride),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넘어서(Beyond the DMZ)가 모두 한국의 문화나 예술적 정서 또는 사회적 이슈 등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사진신부의 꿈은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인데 하와이 이민
초기 당시의 사진신부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고 이민생활의 적응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공연에 필요한 대부분의 의상, 음악, 소품 등은 한국적인 소재와 양식을 사용했고 사진신부나 사진신랑의 역할은 다국적 배우들이 맡아 한국적 내용과 주제를 보편화시켜 표현했다.
미국에서 한국적인 소재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한국적인 것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_ 공연 창작에 있어서 한국적 주제와 소재의 선택들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화시키는 것이 우리 문화가 중국과 일본의 아류문화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2002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돼 감독상을 거머쥔 ‘취화선’과 얼마 전 1,000만 관객을 넘은 ‘왕의 남자’가 이를 증명하지 않았던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본인으로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보다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춘향전을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뉴욕은 자국민보다 타 소수민족이 더 많다. 예술 활동에 있어 제약이나 차별은 없는가.
_ 뉴욕은 세계 연극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이다. 그리고 소수민족들의 문화예술 활동들이 많기 때문에 국적이나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별로 차별을 받지 않는다. 특히 뉴욕은 미국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타민족의 인구가 자국민보다 많아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공연 외에도 각종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나 아시안 페스티벌 또는 로컬 커뮤니티 페스티벌 등을 통해 소수민족의 창작 발표 기회가 많고 초청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 극단의 경우도 미국인이 경영하는 극장에서 매년 작품을 초청받아 공연을 올리고 있다.
뉴욕은 약 100여 개의 언어가 사용되는 국제적 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전통을 고집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가 서로 어울리고 새로운문화,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소수민족의 고유한 양식의 공연물 창작에도 많은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뉴욕에서도 한국인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 문화의 인식은 어떤가.
_ 사실 한국의 문화 예술이 생각보다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경우 이민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 되었고 문화도 보다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마치 중국과 일본의 아류인 것으로 오해하는 미국인들이 꽤 많이있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를 위한 문화행사가 진행될 경우 한국의 문화 예술은 프로그램에서 번번이 제외되어 공연의 기회를 자주 놓치게 된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문화가 한국의 문화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결과다.
미국에서 한국 문화의 인식은 어떤가.
_ 사실 한국의 문화 예술이 생각보다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경우 이민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 되었고 문화도 보다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마치 중국과 일본의 아류인 것으로 오해하는 미국인들이 꽤 많이있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를 위한 문화행사가 진행될 경우 한국의 문화 예술은 프로그램에서 번번이 제외되어 공연의 기회를 자주 놓치게 된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문화가 한국의 문화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결과다.

현지 창작활동에 있어서 한국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_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볼 때 본국의 문화 예술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저팬 소사이어티)Japan Society나 (타이완 센터)Taiwan Center 등은 본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각종 문화행사를 활발하게 펼치면서 본국의 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초청하여 자국의 문화를 이곳에 널리 알리고 있다.
현지 동포들의 후원 인식도 부족하다. SET 극단의 경우는 501C(3)라는 비영리단체로 미연방정부에 등록되어 있어 미국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차별 없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미 주류사회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없어 현지 동포들의 후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영리단체 기부금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이 있음에도 아직 우리동포들이 순수 예술 분야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 이유로 후원금을 내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은희 씨 극단 ‘SET’ 정기공연 ‘7번 전철’
존슨 씨어터 다양한 인종 뉴욕생활 춤으로 승화

■ 7 Train
‘국제 특급(Interna tional Express)’이란 별명은 7번 전철과 썩 잘 어울린다. 우선 150여개국 출신의 사람들이 매일 이용한다는 사실 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그리고 타임스퀘어를 출발해 플러싱까지 운행하는 노선 자체가 작의적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상징적이다.
서니사이드에서 내리면 스페니쉬 극장과 루마니안 나이트 클럽에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우드사이드에서는 아이리쉬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교통이 매우 편리한 74가 잭슨하이츠 지역은 인도, 파키스탄, 티벳, 벵갈리안들이 작은 타운을 이루며 서로 사이좋게 살고 있다. 코로나에서는 멕시칸들과 콜럼비아인들의 남미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플러싱은 중국인들과 한인들의 터전으로 힌두교를 비롯해 불교, 개신교등 다양한 종교단체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2000년 백악관은 7번 전철을 ‘국립 밀레니엄 트레일(National Millennium Trail)’로 지정했다.
극단 SET는 뉴욕한국일보가 특별후원하는 이 작품을 통해 한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뉴욕의 다양한 문화 공간 속에서 어떻게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또 어떻게 그들의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어가는 지를 나타내고자 한다. 그동안의 공연 경향처럼 대사를 가급적 줄인 댄스 씨어터 형식으로 무대에 표현되며 오디션을 통과한 전문 다인종 댄서들이 출연한다. 김은희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SET 창단 멤버인 윤혜정씨가 한국에서 와 안무를 한다.
"이번 한국 공연에 저보다 극단의 외국인 배우들이 더 가슴 설레 하더라고요. 한국인 관객만을 대상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건 처음이니까요. 단원들에게 우리 한국의 위상을 제대로 알릴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쁩니다."
미국 뉴욕에서 연극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희(47)씨가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극단 'SET'(Sudden Enlightenment Theatre) 단원들과 함께 6일 한국을 찾는다. 올해 처음 제정된 '세계한인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세계한인주간 코리안 페스티벌" 초청공연을 위해서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뉴욕에 있는 그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가보지도 않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나 문화, 분단의 현실 등을 다룬 작품만 공연해서 단원들에게 내심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돼 다행"이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다. 대학 졸업 후 극단 '광장'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다 공부 욕심에 1993년 도미했다. 이후 4년 만인 97년 8월 다국적 인종으로 구성된 지금의 극단 SET를 창단했다. 그해 첫 작품 '님'을 올린 후 해마다 미국 극장에서 초청공연을 열었고,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유명 언론들도 호평을 쏟아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아 미국 대도시 공연과 유럽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여성'에 '동양인'인 그가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적인 소재를 세계인 누구나 공감하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댄스와 연극을 합친 '댄스 드라마'라는 새로운 실험도 주목을 끌었다.
이번에 올리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선 초연인 작품 '49Days after Death'(49재)는 '티베트 탄트라 불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드마 삼바바가 지은 책 '사자의 서'를 모티브로 했다. 인간이 죽은 후 다음 환생 때까지 겪게 되는 약 49일간의 중간단계 과정을 설명한 이 책은 티베트인들에게는 '죽음의 순간에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해탈에 이르게 하는 경전'으로 통한다.
김 대표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이미지로 재해석했다.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인 바라춤(범패)과 현대인의 삶을 반영한 모던댄스를 결합시켜 인간의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연결되고 해체되는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특히 인간문화재인 송암 스님과 구해 스님에게 직접 범패를 전수받은 지현 스님이 특별출연해 깊이를 더했다. 핵심 메시지인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탐·진·치(貪瞋痴, 분노·성냄·무지)의 카르마(karma·업)는 거울과 스크린 영상을 활용해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김 대표는 "98년 처음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현재 극단 10주년 기념작으로 공연 중인데 뉴욕 심포니 스페이스 공연장이 가득 찰 정도로 변함없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히 이번 공연은 우리시대의 진정한 예술인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치열했던 예술혼을 되돌아보고, 기리며, 더 좋은 곳으로의 환생을 바라는 추도공연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요즘에는 내년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철 7호선'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7번 전철은 뉴욕의 중심지인 타임스퀘어에서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플로싱까지 운행되는 전철이다. 7번 전철을 중심으로 미국의 다민족, 다인종간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룰 예정이다.
"한국에서 살았을 때보다 오히려 미국으로 건너온 후 한국의 문화나 역사, 분단의 현실 등에 관심이 많아지더라고요.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 거죠. 이민자들이 겪는 타향살이의 아픔도 알게 됐고요. 극단을 창단할 때부터 분단이나 이산가족, 이주한인의 문제에 대해 다루자고 생각했어요. 제 공연을 통해 한국을 알아가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2004년 3월에는 뉴욕 최초의 한인 청소년 극단인 '메아리'를 창단했다. 단원은 모두 한인 1.5~2세 청소년들이다.
김 대표는 "한인 청소년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맞벌이 부모와의 대화 단절과 학교에서의 고립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이라며 "연극을 통해 책임감과 발표력, 협동심, 창의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활동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연극활동 외에도 독서지도와 토론, 지역봉사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국 공연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는 "세계한인의 날 제정을 통해 한국이 국제사회에 성큼 발돋움했다는 실감과 함께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에게 한국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더해주고, 힘든 이민생활을 더 잘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은희 대표는

무용가이자 연극연출가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상명여대 영문학과 81학번으로, 극단 '광장'에서 연출부로 일하다가 1993년 도미했다. 미국 뉴욕 HB액팅스튜디오와 발레아트스쿨에서 무용과 연출을 전공했다. 97년 다국적 인종으로 구성된 극단 'SET'에 이어, 2004년 한인 1.5~2세 청소년으로 구성된 극단 '메아리'를 창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한 실험극 '님'과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한 '사진신부의 꿈', 춤과 퍼포먼스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댄스 무대극인 'DMZ를 넘어서', '49재', '고기의 업', '태' 등이 있다.
극단 SET의 작품세계는 어떤가.
_ 우리 극단의 창작 활동을 보면 작품의 주제나 내용면에서 조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창립 작품으로 선택한 님(NIM)을 비롯해서 49재(49 Day After Death), 태(The Umbilical Cord), 고기의 업(Fishing in a Dry Swamp), 사진신부의 꿈(Dream of A Picture Bride),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넘어서(Beyond the DMZ)가 모두 한국의 문화나 예술적 정서 또는 사회적 이슈 등을 그려낸 작품들이다.
사진신부의 꿈은 미주 한인이민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인데 하와이 이민
초기 당시의 사진신부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잃지 않고 이민생활의 적응에 성공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공연에 필요한 대부분의 의상, 음악, 소품 등은 한국적인 소재와 양식을 사용했고 사진신부나 사진신랑의 역할은 다국적 배우들이 맡아 한국적 내용과 주제를 보편화시켜 표현했다.
미국에서 한국적인 소재로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한국적인 것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_ 공연 창작에 있어서 한국적 주제와 소재의 선택들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일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화시키는 것이 우리 문화가 중국과 일본의 아류문화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는다. 2002년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돼 감독상을 거머쥔 ‘취화선’과 얼마 전 1,000만 관객을 넘은 ‘왕의 남자’가 이를 증명하지 않았던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본인으로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보다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춘향전을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뉴욕은 자국민보다 타 소수민족이 더 많다. 예술 활동에 있어 제약이나 차별은 없는가.
_ 뉴욕은 세계 연극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이다. 그리고 소수민족들의 문화예술 활동들이 많기 때문에 국적이나 인종이 다르다고 해서 별로 차별을 받지 않는다. 특히 뉴욕은 미국의 다른 도시와는 달리 타민족의 인구가 자국민보다 많아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공연 외에도 각종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이나 아시안 페스티벌 또는 로컬 커뮤니티 페스티벌 등을 통해 소수민족의 창작 발표 기회가 많고 초청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우리 극단의 경우도 미국인이 경영하는 극장에서 매년 작품을 초청받아 공연을 올리고 있다.
뉴욕은 약 100여 개의 언어가 사용되는 국제적 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전통을 고집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다양한 문화가 서로 어울리고 새로운문화, 새로운 형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소수민족의 고유한 양식의 공연물 창작에도 많은 흥미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뉴욕에서도 한국인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 문화의 인식은 어떤가.
_ 사실 한국의 문화 예술이 생각보다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경우 이민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 되었고 문화도 보다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마치 중국과 일본의 아류인 것으로 오해하는 미국인들이 꽤 많이있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를 위한 문화행사가 진행될 경우 한국의 문화 예술은 프로그램에서 번번이 제외되어 공연의 기회를 자주 놓치게 된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문화가 한국의 문화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결과다.
미국에서 한국 문화의 인식은 어떤가.
_ 사실 한국의 문화 예술이 생각보다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경우 이민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 되었고 문화도 보다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마치 중국과 일본의 아류인 것으로 오해하는 미국인들이 꽤 많이있다. 이런 이유로 아시아를 위한 문화행사가 진행될 경우 한국의 문화 예술은 프로그램에서 번번이 제외되어 공연의 기회를 자주 놓치게 된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문화가 한국의 문화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결과다.

현지 창작활동에 있어서 한국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_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볼 때 본국의 문화 예술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저팬 소사이어티)Japan Society나 (타이완 센터)Taiwan Center 등은 본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각종 문화행사를 활발하게 펼치면서 본국의 예술가들을 지속적으로 초청하여 자국의 문화를 이곳에 널리 알리고 있다.
현지 동포들의 후원 인식도 부족하다. SET 극단의 경우는 501C(3)라는 비영리단체로 미연방정부에 등록되어 있어 미국인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차별 없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미 주류사회의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없어 현지 동포들의 후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영리단체 기부금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이 있음에도 아직 우리동포들이 순수 예술 분야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 이유로 후원금을 내는 것이 보편화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은희 씨 극단 ‘SET’ 정기공연 ‘7번 전철’
존슨 씨어터 다양한 인종 뉴욕생활 춤으로 승화

■ 7 Train
‘국제 특급(Interna tional Express)’이란 별명은 7번 전철과 썩 잘 어울린다. 우선 150여개국 출신의 사람들이 매일 이용한다는 사실 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그리고 타임스퀘어를 출발해 플러싱까지 운행하는 노선 자체가 작의적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상징적이다.
서니사이드에서 내리면 스페니쉬 극장과 루마니안 나이트 클럽에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우드사이드에서는 아이리쉬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전통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 교통이 매우 편리한 74가 잭슨하이츠 지역은 인도, 파키스탄, 티벳, 벵갈리안들이 작은 타운을 이루며 서로 사이좋게 살고 있다. 코로나에서는 멕시칸들과 콜럼비아인들의 남미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플러싱은 중국인들과 한인들의 터전으로 힌두교를 비롯해 불교, 개신교등 다양한 종교단체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2000년 백악관은 7번 전철을 ‘국립 밀레니엄 트레일(National Millennium Trail)’로 지정했다.
극단 SET는 뉴욕한국일보가 특별후원하는 이 작품을 통해 한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뉴욕의 다양한 문화 공간 속에서 어떻게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또 어떻게 그들의 어메리칸 드림을 이루어가는 지를 나타내고자 한다. 그동안의 공연 경향처럼 대사를 가급적 줄인 댄스 씨어터 형식으로 무대에 표현되며 오디션을 통과한 전문 다인종 댄서들이 출연한다. 김은희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SET 창단 멤버인 윤혜정씨가 한국에서 와 안무를 한다.
[사람.사람들] '서든 인라이튼먼트 디어터' 김은희 대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맨하탄의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뉴시티 극장(Theater for the New City)에서는 남북한의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의 고통을 다룬 이색적인 연극이 공연됐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제목으로 막을 올린 이 연극은 휴전선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북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은 노인의 장례식,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 일제시대와 해방 후, 분단과 6.25, 이산가족의 발생, 전국민을 울린 이산가족 상봉 장면 등으로 전개됐다. 한인과 외국인 젊은이들이 함께 열연한 연극이었다.
이 연극은 지난 1997년 창단한 비영리극단 ‘서든 인라이튼먼트 디어터’(Sudden Enlightenment Theater)가 해마다 무대에 올리고 있는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의 하나이다. 이 극단을 창단하여 극단 대표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김은희씨(44)는 뉴욕생활 10년간 연극에 미친 생활을 해 왔다.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으로 그는 한국에서도 하기 힘든 비영리극단을 미국에서 이끌면서 창단 이래 꾸준히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연기자들은 한인 1.5세, 2세와 외국인들이지만 내용은 주로 한국문화와 전통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동안 이 극단의 공연은 연극계의 상당한 호평을 받아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큰 몫을 했다.
김씨가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상명여대 영문과에 다닐 때 대학 연극반에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한동안 불교에 심취하기도 했던 그는 1985년 연극 선배의 소개로 극단 ‘광장’에 입단했다. 극단 광장은 당시 한국에서 꽤 명성이 있던 극단이었는데 그는 이 극단에 입단하면서 배우의 길을 접고 대신 연출을 시작했다. 그는 이 극단에서 조연출과 연출을 맡아 연극 ‘건달놀음’ ‘다이얼 M을 돌려라’ 등, 뮤지칼 ‘아가씨와 건달들’ ‘피핀’ 등과 어린이 뮤지칼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연극인으로서 본격적인 수업을 위해 1992년 도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입학했다. 그리하여 LA에서 1년간 생활하는 동안 그는 영화를 하려면 헐리웃이지만 연극은 뉴욕이 중심지라는 사실을 알고 다음해 뉴욕으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한다.
뉴욕에 와서 보니 그가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학위를 받아야만 크게 인정을 받기 마련인데 미국에서는 학교에 가서 교수를 할 사람은 학위를 받지만 배우나 예술감독 등 현장 작업을 하는 사람은 실기 위주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도 미국에 올 때는 학위를 따서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미국의 실정을 알고 난 후에는 학위를 딸 생각을 접고 실기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H.B. 액팅스쿨에 들어가 연기공부를 하는 한편 연기는 대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발레 아츠 스쿨에서 5년간 댄스 수업을 받았다.
그는 뉴욕에서 연기와 댄스 수업을 하는 한편 1994년부터 2년간 오프 브로드웨이의 극단인 아이언 댄스 앙상블 디어터(Iron Dance Emsemble Theater)에 들어가 배우와 조연출, 음향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극단에서 일하는데 한계가 있고 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극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극단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97년 그가 창단한 극단이 서든 인라이튼먼트 디어터이다.
이 극단은 미국이라는 특수사정 때문에 한인 1.5세와 2세, 외국인 배우를 오디션으로 뽑아 구성한 ‘다민족 극단’이다. 한국인 배우를 쓰고 한국인 관객을 상대로 연극을 하려면 한국에 가서 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한인 1세 배우가 없고 외국인 관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구성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 극단은 외국인을 포함한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하지만 연극의 소재만은 한국의 문화전통이나 한국의 현대 이슈에서 도출한 독특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1997년 이 극단이 창립기념 작품으로 공연한 ‘님’은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 님을 뽑아낸 작품으로 한용운의 시만 대사로 표현되고 나머지는 모두 동작으로 표현시킨 작품이었다
이 연극은 뉴시티 극장 안에 있는 치노 디어터에서 공연되었는데 너무도 반응이 좋아서 극장 측이 거의 매년 이 극단의 공연을 초청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듬해 공연한 ‘49재’는 한국의 고유 불교의식인 천도 의식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추구한 것으로 현대적 댄스와 바라춤 등 불교의식이 합쳐진 작품인데 호평을 받아 앵콜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한인이민 100주년을 맞은 2002년에는 이 극단에서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이민을 다룬 ‘사진 신부의 꿈’을 뉴욕서 공연했는데 또 다시 호평을 받아 이듬해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의 초청 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뉴욕의 4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에서 청소년 배우를 뽑아 청소년 연극인 ‘우리 읍내’를 공연했다.철학적, 관념적 연극에만 주력해 온 이 극단은 이제 사회적 문제, 특히 이민사회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 극단의 대표이며 예술감독이라고 하지만 연극이 올려지고 극단이 유지되는 전과정에서 김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는 연극의 스토리를 각본으로 쓰고 배우를 오디션하여 배역을 주고 또 연출을 한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인쇄하고 홍보를 하는 일에서 의상과 무대를 꾸미는 일, 배우들의 생활비를 해결하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 형편
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돈을 버는 것 보다는 순수한 연극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비영리 극단을 고수하고 있다. 연극은 영화처럼 CD를 제작하여 대량 판매할 수도 없고 한인사회에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항상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경비 마련을 위해 틈틈이 프리마켓을 뛰기도 했다니 그는 연극에 미친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그래도 김씨는 무대와 객석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교감하는” 연극의 매력을 버릴 수 없다고 한다. 연기자는 관객의 반응이 좋을 때 좋은 연기가 나오는데 뉴욕에는 관객의 반응이 좋아 연극할 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각 민족마다 대표적인 연극, 예를 들어 중국은 경극, 일본에는 가부끼 등이 있는데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연극이 없고 외국의 희곡과 뮤지칼을 번역해서 공연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역사와 문화전통, 외세의 침략과 전쟁 등 드라마틱한 이슈를 가진 나라가 드물기 때문에 우리의 소재를 발굴하여 우리의 연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던 인라이튼먼트 극단은 미국정부에 등록되어 있는 유일한 한인 극단이므로 김씨는 이러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각 같아서는 자체의 소극장이 있었으면 하지만 이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면서 연기자들이 연습할 수 있는 장소라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연극의 길을 가겠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제목으로 막을 올린 이 연극은 휴전선을 배경으로 시작하여 북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은 노인의 장례식,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남녀의 이야기, 일제시대와 해방 후, 분단과 6.25, 이산가족의 발생, 전국민을 울린 이산가족 상봉 장면 등으로 전개됐다. 한인과 외국인 젊은이들이 함께 열연한 연극이었다.
이 연극은 지난 1997년 창단한 비영리극단 ‘서든 인라이튼먼트 디어터’(Sudden Enlightenment Theater)가 해마다 무대에 올리고 있는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의 하나이다. 이 극단을 창단하여 극단 대표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김은희씨(44)는 뉴욕생활 10년간 연극에 미친 생활을 해 왔다.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으로 그는 한국에서도 하기 힘든 비영리극단을 미국에서 이끌면서 창단 이래 꾸준히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연기자들은 한인 1.5세, 2세와 외국인들이지만 내용은 주로 한국문화와 전통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그동안 이 극단의 공연은 연극계의 상당한 호평을 받아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데 큰 몫을 했다.
김씨가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상명여대 영문과에 다닐 때 대학 연극반에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학교를 졸업한 후 한동안 불교에 심취하기도 했던 그는 1985년 연극 선배의 소개로 극단 ‘광장’에 입단했다. 극단 광장은 당시 한국에서 꽤 명성이 있던 극단이었는데 그는 이 극단에 입단하면서 배우의 길을 접고 대신 연출을 시작했다. 그는 이 극단에서 조연출과 연출을 맡아 연극 ‘건달놀음’ ‘다이얼 M을 돌려라’ 등, 뮤지칼 ‘아가씨와 건달들’ ‘피핀’ 등과 어린이 뮤지칼을 무대에 올렸다.
그는 연극인으로서 본격적인 수업을 위해 1992년 도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 입학했다. 그리하여 LA에서 1년간 생활하는 동안 그는 영화를 하려면 헐리웃이지만 연극은 뉴욕이 중심지라는 사실을 알고 다음해 뉴욕으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한다.
뉴욕에 와서 보니 그가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학위를 받아야만 크게 인정을 받기 마련인데 미국에서는 학교에 가서 교수를 할 사람은 학위를 받지만 배우나 예술감독 등 현장 작업을 하는 사람은 실기 위주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그도 미국에 올 때는 학위를 따서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미국의 실정을 알고 난 후에는 학위를 딸 생각을 접고 실기공부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H.B. 액팅스쿨에 들어가 연기공부를 하는 한편 연기는 대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발레 아츠 스쿨에서 5년간 댄스 수업을 받았다.
그는 뉴욕에서 연기와 댄스 수업을 하는 한편 1994년부터 2년간 오프 브로드웨이의 극단인 아이언 댄스 앙상블 디어터(Iron Dance Emsemble Theater)에 들어가 배우와 조연출, 음향 스태프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극단에서 일하는데 한계가 있고 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연극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극단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97년 그가 창단한 극단이 서든 인라이튼먼트 디어터이다.
이 극단은 미국이라는 특수사정 때문에 한인 1.5세와 2세, 외국인 배우를 오디션으로 뽑아 구성한 ‘다민족 극단’이다. 한국인 배우를 쓰고 한국인 관객을 상대로 연극을 하려면 한국에 가서 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한인 1세 배우가 없고 외국인 관객을 대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구성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 극단은 외국인을 포함한 배우들이 영어로 공연하지만 연극의 소재만은 한국의 문화전통이나 한국의 현대 이슈에서 도출한 독특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1997년 이 극단이 창립기념 작품으로 공연한 ‘님’은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서 님을 뽑아낸 작품으로 한용운의 시만 대사로 표현되고 나머지는 모두 동작으로 표현시킨 작품이었다
이 연극은 뉴시티 극장 안에 있는 치노 디어터에서 공연되었는데 너무도 반응이 좋아서 극장 측이 거의 매년 이 극단의 공연을 초청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듬해 공연한 ‘49재’는 한국의 고유 불교의식인 천도 의식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추구한 것으로 현대적 댄스와 바라춤 등 불교의식이 합쳐진 작품인데 호평을 받아 앵콜 공연을 하기도 했다.
한인이민 100주년을 맞은 2002년에는 이 극단에서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이민을 다룬 ‘사진 신부의 꿈’을 뉴욕서 공연했는데 또 다시 호평을 받아 이듬해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안 자연사 박물관의 초청 공연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뉴욕의 4개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에서 청소년 배우를 뽑아 청소년 연극인 ‘우리 읍내’를 공연했다.철학적, 관념적 연극에만 주력해 온 이 극단은 이제 사회적 문제, 특히 이민사회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 극단의 대표이며 예술감독이라고 하지만 연극이 올려지고 극단이 유지되는 전과정에서 김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는 연극의 스토리를 각본으로 쓰고 배우를 오디션하여 배역을 주고 또 연출을 한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인쇄하고 홍보를 하는 일에서 의상과 무대를 꾸미는 일, 배우들의 생활비를 해결하는 일까지 도맡아 해야 하는 형편
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돈을 버는 것 보다는 순수한 연극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비영리 극단을 고수하고 있다. 연극은 영화처럼 CD를 제작하여 대량 판매할 수도 없고 한인사회에 기부문화가 정착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에 항상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경비 마련을 위해 틈틈이 프리마켓을 뛰기도 했다니 그는 연극에 미친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그래도 김씨는 무대와 객석에서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교감하는” 연극의 매력을 버릴 수 없다고 한다. 연기자는 관객의 반응이 좋을 때 좋은 연기가 나오는데 뉴욕에는 관객의 반응이 좋아 연극할 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각 민족마다 대표적인 연극, 예를 들어 중국은 경극, 일본에는 가부끼 등이 있는데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연극이 없고 외국의 희곡과 뮤지칼을 번역해서 공연하고 있는 실정이 안타깝다고 했다.
세계에서 한국처럼 역사와 문화전통, 외세의 침략과 전쟁 등 드라마틱한 이슈를 가진 나라가 드물기 때문에 우리의 소재를 발굴하여 우리의 연극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던 인라이튼먼트 극단은 미국정부에 등록되어 있는 유일한 한인 극단이므로 김씨는 이러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각 같아서는 자체의 소극장이 있었으면 하지만 이는 꿈도 못 꿀 일이라면서 연기자들이 연습할 수 있는 장소라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연극의 길을 가겠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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