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닮은 화가 케이트 오 - 2015 서울 특별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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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smile 댓글 0건 조회 2,126회 작성일 15-02-05 02:31본문
연꽃을 닮은 화가 케이트 오 - 2015 서울 특별초대전
Spirit, Unity and Enduring Hope...
연꽃을 닮은 화가 Kate Oh, 그녀가 그리는 화엄의 세계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만의 향기가 있다. 어떤 사람의 것은 가볍고 섬세해서 오랫동안 관찰해야만 느낄 수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의 향은 진하고 독특해서 첫 만남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아주 은은하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향을 지닌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듯 잔잔하게 밀려오는 그 사람의 향기는 만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향기가 느껴지곤 하는데, 필자가 만났던 작가 Kate Oh는 바로 이런 은은하고 매력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마도 사람의 향기는 향수처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살아온 대로, 걸어온 대로, 저절로 안에서 풍겨 나오는 그 향내는 그래서 숨길 수도 없고 꾸밀 수도 없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Kate Oh작가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미주 현대불교 김형근 발행인께서 보내 주신 한 통의 이메일을 통해서였다. 약 일곱 줄 정도의 짧고 간단한 그녀의 프로필은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에서 미술과 조각을 전공한 그녀는 한때 발레를 공부했던 발레리나였고, 모델로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Art Reproduction회사를 운영했던 C.E.O.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한국어 가이드로서 약 10년동안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각기 다르게 보이는 그녀의 다양한 이력은 모두 아름다움이라는 한 단어로 묶여져 있었고, 도망갈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그녀의 타고난 섬세함이 그대로 보이는 듯 했다. 인터뷰 스케줄을 잡기 위해 그녀와 통화를 했다. 수화기 너머의 그녀는 웃음이 묻어 나오는 기분 좋은 목소리를 갖고 있었고 어느 새 필자의 마음에까지 그 유쾌함이 전염되고 있는 듯 느껴졌다. 개인전을 며칠 앞둔 Kate Oh작가는 막바지 전시회 준비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흔쾌히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쌀쌀하던 초 겨울의 뉴욕에 난데없는 봄날이 찾아왔다. 그렇게 온화한 기운이 감도는 11월의 어느 이른 저녁. 필자는 작가 Kate Oh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뜻밖에도 Kate Oh작가는 먼저 나와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고, 방금 도착했다는 말과 함께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얇고 편안해 보이는 스웨터 차림에 살짝 웨이브가 있는 긴머리. ‘아 이런 분이시구나’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필자의 머리 속에 미완성의 그림으로 남아있던 그녀의 모습이 시야 한 가득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평범한 인간 안에 깃들어 있는 신성을 그림을 통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천재화가. 까라바지오가 사랑했던 달콤한 포도주를 앞에 두고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시회 준비 때문에 많이 바쁘시죠?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요즘 작업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작업실이 따로 있어요. 보통 작업실에서 주로 작업을 하는데 전시회가 가까워져서 요즘은 시간도 절약할 겸 집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림만 생각하고 그림만 그려요. 한번 앉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지나가요.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밤을 새는 날도 많아졌어요.”
하지만 그런 그녀의 얼굴에서 피로의 기색보다는 오히려 생기가 넘쳐 보이는 건 필자만의 착각일까? 불규칙해진 일상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장시간의 미술 작업으로 어쩌면 그녀는 그 어느때 보다도 피곤에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 Kate Oh작가의 이야기를 듣던 필자는 문득 학교시절 졸업전시회를 준비하던 때가 떠올랐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떠난 학교 스튜디오. 새벽까지 캔버스 앞에 앉아 있다 어슴프레 아침 해가 떠오를 때가 돼서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스튜디오를 나서곤 했던 그 시절. 하지만 육체의 피로 뒤로 밀려오던 그 충만한 느낌은 살아있음의 증거였다. 그때의 기억들이 교차되며 필자는 Kate Oh작가의 요즘 일상을 아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작은 풀들도 자기답게 사는 세상.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Kate Oh작가는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을 쫓기 보다는 소박하고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력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어쩌면 그녀는 이미 화려한 삶도 누려봤고, 또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도 해 본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작고 소박한 진짜배기 삶의 소중함에 대해 우리에게 지금 이야기하고 있다.
“그림을 통해 내려 놓는 법을 배워요.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제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죠. 혹시 내가 인정받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닌지? 혹시 내가 세상에 나를 과시하고 싶어서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닌지? 하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술의 세계는 끝이 없고 완성이 없는 것처럼 어떤 화려함이나 완벽함보다는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진정으로 소중한 삶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죠.”
그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아니 어쩌면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여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분명 다른 사람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렇게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니, 쓸데없는 욕심으로 메꿔야만 할 마음의 구멍도 없을 것이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 누군가의 평가에 의해 얻어지는 조건적 행복보다는 자기답게 사는 진솔한 삶을 통해 느끼는 충만함만이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 Kate Oh. 이 인생의 해답을 얻기 위해 어쩌면 그녀는 수없이 많은 질문들을 그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왔을지도 모르겠다.
자유로운 영혼
Kate Oh작가는 미술공부를 위해 처음 미국에 왔고 그렇게 그녀의 뉴욕생활이 시작 되었다고 했다.
“Parsons에서 학부 때는 순수 미술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조각을 공부했어요. 항상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였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했던 건 어떤 틀이나 관습, 규정 등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거였어요. 대학원에서는 Illusion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샌드페이퍼를 이용해서 드레스를 만든 적이 있는데 뒷면에 노란색 패턴이 있는 샌드페이퍼로 만든 드레스는 조명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이 나요. 멀리서 보면 너무 아름답지만 실제로 입는다면 참 불편하죠. ”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있는 예술가의 도시. 뉴욕에 살고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Kate Oh작가.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어쩌면 그건 숨길 수 없는 그녀의 예술적 목마름의 또 다른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Contemporary 민화, 민화의 매력에 빠지다
Kate Oh작가는 탁한 물에서도 총총히 떠 있는 연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 속에는 연꽃이 자주 등장한다. 이번 전시회에도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고 있는 그녀의 연꼿 시리즈가 전시된다. 연약한 듯 강한 그녀의 선은 한국의 여인내를 닮은 듯하다. 그리고 그 섬세한 선이 돋보이는 그녀의 작품들은 한 눈에도 우리의 민화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 우연한 기회에 민화를 접하게 되었어요. 민화의 화려한 색에 반했고, 그 안에 담겨있는 한국인의 정서와 유머에 빠져 들었죠. 20년 넘게 뉴욕에 살고 있지만, 나의 뿌리인 한국인으로서의 끌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동안은 유화작업을 주로 했었는데, 민화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미술재료에서부터 준비과정 등 작업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어요. 특히 요즘 제 작품들은 종이를 많이 이용하는데, 종이라는 재료의 특성상 리터치에 한계가 있어요. 그 만큼 더 많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 된거죠. 미술작업에 있어서 언제 작업을 멈추어야 하는지 그 끝내는 시점을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해요. 욕심을 부리다 보면 오히려 그림을 망치게 되거든요.”
어쩌면 인생도, 인관관계도 마찬가지일지 모르겠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바로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아마도 그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사로운 욕심이나 물질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종이를 한참 바라다 보면 이미지가 떠올라요. 그럼 보이는 대로 그려요. 다양한 색에는 각기 다른 에너지가 들어 있어요. 같은 작품을 20여가지의 다른 색으로 표현했던 적이 있어요.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었지만, 각각의 색이 주는 다른 느낌들이 감지되는게 신기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 색이 주는 에너지는 어떨까? 또 다른 색이 주는 에너지는 어떻게 다를까 ? 그런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림을 통해 저만의 실험을 해봤던거죠.”
달라진 미술재료가 주는 섬세함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타고난 감성때문인지 요즘 그녀의 작업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살아 있는 듯 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소리가 끊어진 침묵의 대화가 시작되는 게 그림이다. Kate Oh 작가를 잘 아는 한 지인은 말했다. 그녀의 작품은 꼭 실재로 봐야 한다고. 미술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하고 계신 그 분이 그렇게 힘주어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Kate Oh작가가 말하는 그 에너지를 그 분도 감지했던걸까? 그녀의 연꽃 시리즈 작품, Spirit, Unity and Enduring Hope을 처음 보며 느꼈던 그 묘한 끌림의 정체를 필자도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어렸을때 들었던 목탁소리는 다시 듣게 되어있다?
그림이 달라지면서 그녀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아니 어쩌면 그녀의 마음이 달라지면서 그녀의 그림도 변하고 생활도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을 떠나 온 후 바쁜 뉴욕생활은 그녀를 불교와도 잠시 멀어지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불심이 돈독했던 불교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절에 자주 다녔다고 했다.
“어렸을때 들었던 목탁소리는 꼭 다시 듣게 되어 있나 봐요. 절에 다니지는 안 않지만 미국에 온 후에도 불교와 관련된 꿈을 자주 꾸었어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서 자원봉사를 할 때도 한국관에 계신 미륵 반가사유상 부처님은 저의 안식처였죠. 그래서 제가 안내하는 뮤지엄 하이라이트 투어에는 미륵 반가사유상을 꼭 소개하고 있어요.”
미술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하는 작가 Kate Oh는 서양무용인 발레를 공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무용가로도 활동 중이었다. 불자이며 한국무용가인 박수연 선생님을 만나며 그녀의 한국무용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 인연은 결코 그녀의 미술작업과 무관하지 않은 듯 보였다. 승무 무형문화재 27호이신 한국승무 전승자 정재만 숙명여대 교수와의 작업을 통해 완성된 그녀의 작품 “Circle of Life”는 워싱턴 한미문화재단 U.S.A.에서 주최한 “아름다운 코리아” 공모전에 당선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녀의 작품은 현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전시 중이며 한국 전시가 끝나는 대로 내년 4월부터는 워싱턴에서의 미국 전시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했다.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작품이었어요. 그 마음이 서로 통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뽑아 주신거라고 생각해요.”
짧지만 의미있는 인연으로 만났던 정재만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별세소식은 Kate Oh작가에게 큰 슬픔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승의 승무처럼 어쩌면 그녀는 미술작품을 통해 그녀의 슬픔을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간절했을 그녀의 진심은 세상과 소통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보살의 길, 한국은 알리는 일은 내 인생의 소명
“남은 제 꿈이 있다면, 부족하지만 제가 배운 재능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국을 떠나 20년 넘게 뉴욕에서 생활하고 있는 Kate Oh작가의 한국 사랑과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남달랐다. 최근 워싱턴 D.C.에 위치한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와 메릴랜드의 Thomas Stone High School에서 민화 워크샵을 열기도 했던 작가 Kate Oh는 작년에는 워싱턴에서 열렸던 이수동 한복 쇼에서 모델로서 무대에 서며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었다.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기꺼이 달려가는 그녀는 행동하는 미술인이었다.
이야기도 중 그녀는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뜻밖에도 그 종이에는 국민교육현장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라는 구절을 지목하며 그녀는 멋 적은 웃음을 지어보였고, 필자도 입가로 번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혹자는 국민교육헌장은 효보다는 충만을 강조했던 유신의 잔재. 군국주의시대 일본의 교육현장과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Kate Oh 작가가 국민교육헌장의 도입부분을 인용해 말하고 있는 건 바로 홍익인간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정서였다. 5천년 전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다른 축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시절. 우리 조상들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 라는 고도의 정신문명을 가졌던 수준 높고 마음 따듯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홍익인간이라는 한민족의 보편정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동시에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라는 대승불교의 자리이타 정신, 보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듯 우리의 DNA속에서 5천년을 흘러왔을 한국인의 정서는 우리가 어디에 살든 또 얼마나 오래 전에 한국을 떠나 왔든 결코 숨길 수 있는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자신의 재능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일에 최선 다하고 싶다는 Kate Oh작가의 모습은 어쩌면 너무나도 한국인다운 보살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활짝 핀 연꽃,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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