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보험” 주장에 “창녀” 미 보수논객 또 방송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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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828회 작성일 15-07-2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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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유명한 러시 림보… 민감 사안 건드렸다 하차
공화당서도 “부적절 발언”
공화당서도 “부적절 발언”
건강보험료에서 피임 비용을 지불하자고 주장하는 여대생에게 "창녀"라고 막말을 한 미국의 유명 라디오 보수논객이 라디오 방송국에서 퇴출됐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보수 성향 방송국 WPHT는 10일 40여일 만에 중대 결정을 내렸다. 매주 2000만명이 듣는 유명 라디오 토크쇼 < 러시 림보 쇼 > 를 내리고 < 마이클 스머코니시 쇼 > 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600여개의 라디오 방송국 중 매사추세츠의 WBEC와 하와이의 KPUA에 이어 극우 보수성향의 정치 평론가인 러시 림보(61·사진)를 퇴출시킨 3번째 방송국이다.
림보는 지난 2월29일 자신의 방송에서 같은 달 23일 미 의회 청문회에 나가 피임에 대해서도 건강보험혜택을 주도록 주장한 조지타운대 로스쿨 3학년 샌드라 플루크(30)에 대해 끔찍한 발언을 퍼부었다. 그는 "플루크가 주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성관계로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그녀가 창녀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녀는 매춘부 같다"며 "그녀는 성관계 횟수가 너무 많아 피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국민들의 세금으로 성관계를 계속 맺고 싶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림보의 막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플루크의 성관계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면 그녀는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플루크는 앞서 미 의회 청문회에 나가 종교 관련 단체도 직원들의 피임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주도록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녀가 재학 중인 조지타운대학은 가톨릭계 학교로 직원들에게 피임에 대해 보험헤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플루크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피임을 하는 데 3년 동안 3000달러가 든다"고 주장했다.
림보의 막말은 정치적 풍자와 유머가 상대적으로 발달한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림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방송국에 림보의 퇴출을 요구했고, 여론이 악화되자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미국 온라인 미디어 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을 비롯한 대형 광고주들이 림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지난달 초 매사추세츠의 WBEC 방송국과 하와이의 KPUA방송국은 러시 림보 쇼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KPUA방송국은 림보의 퇴출을 발표하면서 "림보의 발언은 우리가 방송에서 기대하는 적정한 기준과 품위의 선을 넘었다"고 밝혔다.
한 달이 지나도 림보 퇴출 운동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 달 만에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퇴출 청원에 서명을 했다. 림보의 토크쇼에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광고주들도 100개사가 넘었다. 막말 이후 곧바로 광고를 철회한 온라인 자료백업 서비스 업체인 '카보나이트'의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프렌드는 "플루크 또래의 딸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용기 있는 여성을 모욕한 것에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광고 철회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역 방송국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WPHT도 퇴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림보의 퇴출은 단순한 '말실수' 때문이 아니었다. 방송인으로서의 자질 문제라는 것이 그의 퇴출을 요구한 시민들의 주장이었다. 청원을 주도했던 민간단체인 '사인온'의 이사 스티븐 비엘은 "림보의 플루크에 대한 발언과 퇴출 서명운동은 단순히 우연적으로 일어난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전국적으로 190여개 방송국에서 림보의 여러 다른 발언에 대한 퇴출 서명 400개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엘은 "이는 그에 대한 대중의 불만족, 혐오의 폭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림보의 경력은 여성주의와 환경주의 등의 운동을 무시하고 동성애자와 유색인종을 혐오하는 성향의 발언으로 얼룩져 있다. 지금은 극우주의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페미나치(페미니스트와 나치의 합성어)'라는 말은 그가 1992년 그의 책에서 "낙태권과 레즈비언 권리에 미쳐 있는 여자들"을 가리켜 처음 주장한 단어다.
또 그는 지난해 1월 당시 방미 중이었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 말투를 흉내내 중국계와 아시아계 정치인들로부터 "인종차별주의적 처사"라는 비난을 들었다. 아시아계 인권단체들은 당시 림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피임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은 현재 미국에서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사이의 첨예한 이슈기 때문에 불똥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림보의 막말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이 형성되자 공화당 대선후보들은 극우 보수 언론인의 발언에 휩쓸리지 않도록 그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릭 샌토럼 후보는 "그의 발언은 부조리했다"고 지적했고, 론 폴 후보는 "매우 조잡했다"고 비판했다. 미트 롬니 후보는 "림보의 발언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미주리주에서 태어난 림보는 16살 때부터 라디오 DJ 일을 시작했으며 부모님의 성화로 사우스이스트 미주리 주립대학에 등록했으나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자퇴했다. 이후 지역의 여러 방송국을 돌아다니며 라디오 토크쇼 진행을 맡아왔다. 2010년엔 자신보다 26살 연하인 여성과 네번째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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