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없었더라도 혁명은 일어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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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708회 작성일 15-07-24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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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독재자의 친위대를 무너뜨린 무기가 페이스북이라는 사실은 재스민혁명이 지닌 가장 드라마틱한 요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2008년 콜롬비아 반군의 인질납치 반대 운동, 2010년 아이티 지진 기부금 모금 등에서 이미 사회적 도구로 활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SNS가 유혈 진압을 뚫고 정권교체를 이루는 수단이 되리라고는 그것을 설계한 이들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지난 세기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재스민혁명은 보여준다.
혁명이 시작된 튀니지의 페이스북 이용률은 90%에 이른다. 퓌블리네(publinet)라고 부르는 PC방에 가보면 젊은이들이 십중팔구 페이스북을 하고 있다. 만하르대학 부르기바언어학교 학생 아흐메디 제흐리(21)는 "튀니지엔 포털 사이트가 없고 마땅한 오락거리도 없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대부분 페이스북을 한다"며 "이번 혁명도 SNS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축출된 벤 알리 전 대통령은 1월 13일 오후 8시 정각 "더 이상 재임하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했는데,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5분 뒤 유튜브 사이트 차단을 해제한 것이었다.
이집트에서 무바라크 30년 독재를 몰아낸 일등 공신도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였다. 지난해 6월 알렉산드리아에서 경찰 폭행으로 사망한 칼레드 사이드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페이지는 무바라크 정권의 실정과 폭력을 전하며 반정부 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이 페이지의 운영자가 구글의 임원인 와엘 고님으로 밝혀지면서 그는 재스민 혁명의 또 다른 상징이 됐다. 무바라크 정권은 시위가 격화됐던 1월 말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틀 동안 중단했으나 흐름을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이집트 법원은 28일(현지시간) 통신을 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어 9,000만달러의 벌금을 무바라크 등에게 부과했다.
그러나 혁명 성공의 원인을 페이스북에서만 찾는 데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SNS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점증돼 온 민주화 노력이 간과될 수 있고, 지난한 '혁명 이후'가 손쉬운 작업일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튀니지의 세속주의 정당인 정의개발당의 라델 아델라 무뗀미아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이 없었더라도 혁명은 일어났을 것"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한 혁명이었을 수는 있겠지만,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도 튀니스 중심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카스비 칼레드(48)도 "시위 현장에서는 주로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국민 모두가 참여한 혁명"이라며 "페이스북 혁명이 아니라 튀니지 혁명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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