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습확대> 중동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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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1,094회 작성일 15-07-29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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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불길' 결국엔 잡힐 듯…"36개월 소요 전망"
전통 수니파-시아파-정치적 이슬람 블록 3자구도 가능성
미국이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이라크를 넘어 시리아까지 공습을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1일 제다에서 IS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중동국가 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각국의 미묘한 견해차도 감지된다.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은 원칙적으로 IS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배척할 대상으로 여긴다.
이슬람 수니파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집트 최고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도 지난 8일 IS를 '이단'이라며 '범죄 집단이자 테러 단체'로 규정했다.
미국이 제시한 공군 공습 확대와 온건 시리아 반군,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군 지원만으로도 결국에는 IS를 격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IS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반대 입장이 일관된 까닭이다.
그러나 지상군 투입 없이 단기간에, 시리아 동북부와 이라크 서북부 일대를 장악한 IS 세력을 제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동 현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 미국 정부 내부에서도 IS 세력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완전히 제거하려면 적어도 36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7일 보도한 바 있다.
IS에 반대한다는 중동 각국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에 따라 군사 조치의 목적과 방법 등을 두고 입장이 조금씩 다른 점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우선 IS에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중동 국가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꼽을 수 있다.
사우디는 미국이 시리아 반군 훈련기지를 자국 영토 내에서 운영하는 데 동의했고, UAE는 자체 공군으로 IS 공습에 동참하겠다는 뜻까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우디 등은 다른 한편으로 자국민을 대상으로 화학무기까지 사용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미국의 시리아 공습 확대로 어부지리를 얻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 등은 이번 기회에 테러단체로 규정한 이슬람 정치집단인 무슬림형제단까지 IS와 함께 척결 대상으로 공식화하려 하지만 미국은 이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IS에 맞서는 국제적 대응에는 동의하면서도 시아파 분파인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로까지 이어질까 우려한다.
또 IS에 대응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전선에 자국과 시리아 정부가 빠진 것에도 내심 서운해하는 기색이다.
실제 이날 제다 회의에도 사우디가 애초 이란을 초청하려 했으나 이란 정부가 시리아 정부 대표단의 참석을 조건으로 내세워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란 외무부의 마르지 아프캄 대변인이 이날 미국 주도의 IS 대응 연합 세력에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터키와 카타르 역시 IS 척결에는 동의하면서도 미국의 공습 확대가 사우디 등이 바라는 대로 정치적 이슬람주의 세력의 타파로 귀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슬람 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는 카타르로서는 IS를 향한 비난의 화살이 무슬림형제단으로까지 향할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타르는 인도적 지원과 함께 자국 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미군의 공습에 활용하는 선에서 미국을 지원할 공산이 크다.
다만 IS에 모술주재 터키 총영사를 비롯해 외교관과 가족 등 자국 국민 49명이 억류된 터키로서는 남부 인지를릭 공군기지를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 물자 등 병참 지원 차원에서만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나토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시리아, 이라크와 접경한 터키가 국경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IS에 가담하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와 물자 보급을 차단할 수 있다.
요르단과 쿠웨이트도 마찬가지다. 인도적 지원과 함께 각각 자국 내 공군기지를 미군이 활용토록 하는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두 국가 모두 국내에서 IS와 일부 교감을 나눠 온 강경 수니파 세력이 득세하고 있어 자칫 국내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 이슬람주의를 배격하는 이집트는 IS 격퇴에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이지만 국내 정치·경제가 '내 코가 석자'인 상황에 군사 조치 동참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이집트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동참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당사국 가운데 하나인 이라크 정부는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 전략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다만 국내적으로 누리 알말리키 총리 시절 차별받아 온 수니파를 달래면서 쿠르드자치정부를 견제하고 동시에 시아파가 주도하는 정부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중동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미군의 IS 공습 확대가 향후 중동 정세를 더욱 가변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수년 후 IS 세력이 완전히 제거된 뒤 사태가 안정되더라도 일각에서는 중동 역학 구도의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마저도 나온다.
중동 현안에 정통한 한 현지 소식통은 "서양이나 걸프의 왕정국은 IS 제거 후 현상 유지를 원하겠지만, 중동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전통 수니파 블록, 이란 중심의 시아파 블록, 터키와 카타르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이슬람 블록의 '신삼국지'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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