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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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엘렌공주 댓글 0건 조회 1,332회 작성일 10-09-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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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그렇다면 이혼도 남은 인생을 위한 신중한 선택이 될 것이다. 숨기고 싶은 상처나 인생의 실패가 아닌 또 다른 선택 말이다. 그 선택에 힘을 실어주는 문화가 생겨났다. 바로 '이혼식'이 그것이다.
이혼은 결혼보다 몇 배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저 혼자됐어요. 나중에 차분하게 얘기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연락이 힘들었던 지인이 어렵게 꺼낸 얘기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날 잠시 침묵하게 했다.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이혼을 하더라도 본인에게는 처음 견뎌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난 생각한다. 이혼하기까지 서로 많이 힘들고 괴로웠을 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해 참 미안하다고.
'돌싱(돌아온싱글)'이 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굳이 통계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주위에 이혼한 사람들의 숫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부부가 이혼을 선택하지만 '이혼했다'는 말을 쉽게 꺼내기는 아직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세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혼식'이라는 이색적인 이벤트가 생겨나 화제다. 이혼식에서 남녀는 신랑신부가 아닌 '구랑구부'라고 부른다. 하객들을 모시고 이혼을 하게 된 계기와 재산분배 양육문제 등을 설명하고 망치로 반지를 깨는 의식이란다. 그리고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각자의 인력거를 타고 가는 것이다.
하객들은 그들의 이혼식에서 박수를 치며 축하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혼한 두 남녀는 그들의 이혼식에 함께한 하객들 앞에서 웃으며 새 출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혼을 인생의 실패나 상처라기보다 새로운 출발로 알린다는 점에서 이혼식은 기존의 이혼과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 4월 시작된 이혼식은 30~40대의 젊은 층이 주 고객층을 이루고 있으며 지난 3월부터는 이혼여행 상품도 나왔다고 한다.
실제로 이혼여행을 다녀온 후 이혼을 재고하게 되었다는 부부도 있었단다. 이혼식과 이혼여행, 이혼설계사까지 등장하는 세상이다. 일본에서 이혼식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진출하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이혼식에 초대된다면 웃으며 축하할 수 있을까
"가장 불행한 여자는 나이먹도록 결혼하지 못하는 여자야. 아니야 그것보다 더 불행한 여자는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여자다. 그것보다 더 불행한 여자는 이혼하지도 못하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여자란다. " 영화 < 섹스 앤 더 시티 > 에서 나오는 대사다. 힘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이혼하는 것보다 불행하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여겨질 때 남녀는 모두 이혼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2년 동안 이혼을 준비하며 힘들어 하던 선배의 모습을 지켜보던 테라이 히로키는 왜 결혼식은 있는데 이혼식은 없을까를 생각하다 '이혼식'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50쌍이 넘게 이혼식을 치렀으며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500쌍 이상이 상담을 받았고 매스컴의 취재요청도 끊이지 않는다고 전한다.
이혼식 중 결혼식의 반지 교환과 상반되는 의식이 바로 반지를 깨는 의식이다. 개구리가 그려진 망치를 들고 결혼반지를 내려치는 것이다. 두 사람이 부부로서 함께 하는 마지막 행동이다. 망치가 개구리 모양인 것은 일본어로 '개구리'를 뜻하는 '카에루'는 '되돌아가다'라는 단어와 발음이 똑같기 때문이란다.
이혼식을 생각해 낸 테라이 히로키는 "이혼식을 치르고 난 부부의 표정이 밝아지며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 주위엔 배우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지만 이혼하지 못하고 사는 부부가 존재할 것이다. 그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사회인식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혼식이라는 제도는 그렇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제도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이혼식의 하객으로 초대된다면 그들 앞에서 웃으며 축하인사를 할 수 있을까.
이혼식이라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를 타는 하나의 트랜드가 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혼이 '인생에 있어 새로운 출발을 선택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긍적적인 시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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