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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했더니 아내가 갑자기 숨이 가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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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rvard 댓글 0건 조회 993회 작성일 11-04-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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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30대 초반 '젊은 부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학병원 응급실에 왔다. 그녀는 손끝이 찌릿찌릿 저려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입 주변에 마비가 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이 따라온 남편은 어찌할 줄 몰랐다. 아내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닌지 사색이 돼 있었다. 진찰하는 젊은 의사도 당황했다. 심장병인가? 경련 증세인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때 노련한 의사가 등장했다. 그는 남편에게 대뜸 물었다. "부부싸움 했나요?" 남편은 고개를 숙이며 그렇다고 했다. 바로 진단이 나왔다. '과호흡 증후군'이다. 싸움이 격해지면서 흥분한 나머지 십수분 이상 숨을 짧게 씩씩거려서 생긴 증세다.

경험 많은 의사는 정황을 보면 환자의 증세를 척 안다. 의학이라는 게 별것 아니다. 정확한 추론이다. 집안 우환 때문에 점집을 찾은 여자에게 점쟁이는 대뜸 "큰딸이지?"라고 말한다. 모든 여자 중 확률상 장녀가 가장 많고, 그들이 집안 걱정도 가장 많이 한다는 추론 때문이다. 어찌 됐건 호흡이 과했다고 왜 손이 저리고 입이 마비된 걸까.

호흡은 세포 활동에 필요한 산소를 들이마시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한 행동이다. 이 과정을 통해 동맥 피에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된다. 그러다 얕은 호흡으로 빠르게 헉헉거리며 숨 쉬는 상황이 생기면 과도하게 체내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간다. 이는 순간적으로 산소 부족을 일으켜 더 빠른 호흡을 유도한다. 악순환이다. 결국 혈액의 페하(pH)를 높여 '호흡성 알칼리' 상태가 된다. 이것이 전해질 변화를 초래하고 신경 기능에 영향을 미쳐 마비 증세를 일으킨다. 그 경우 젊은 부인처럼 손끝 저린 증상이 특징적이다.

과호흡 증후군은 공황장애나 불안장애에서 종종 생긴다. 드물게 감염증이나 뇌질환 등에 의해서도 나타난다. 격한 흥분으로 생긴 과호흡 증세는 숨을 천천히 쉬게 하면 좋아진다.

고전적인 치료법은 비닐봉지를 환자의 입에 갖다대는 것이다. 내쉰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마시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싸움하다 말고 상대편한테 어설프게 이 방법을 썼다가는 도리어 질식시키려는 걸로 오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권장하는 방법은 '7-11' 호흡법이다. 7초 동안 천천히 숨을 크게 들이쉬고 11초 동안 더 천천히 숨을 내쉬는 것이다. 이를 반복하면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마비 증세도 점차 사라진다. 호흡 절차와 방식만 잘 따라 해도 병이 낫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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