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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공감정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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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410회 작성일 15-06-09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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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공감정확도’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읽으려고 노력할수록 높아진다. 우리는 함께 살거나 생활하면서 매 순간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맞춰 반응하고 행동해야만 적절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이처럼 타인의 관점에서 상상해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직감하는 것을 ‘공감’(empathy)이라고 한다.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더 공감을 잘하게 되는가? 공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인 미 텍사스대 사회심리학자 이케스 교수에 따르면, 공감정확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서로에 대한 ‘사전 정보의 양’이라고 한다. 이처럼 공감에 필요한 지식은 대부분 매우 사적인 것이어서, 친밀한 관계에서 표현되는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경험하면서 얻게 된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해온 부부들은 사전 정보가 많을 테니 공감정확도가 높을까? 놀랍게도,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지오프 토머스와 그 동료들은 뉴질랜드 캔터베리 지역에 살고 있는 80쌍이 넘는 부부들을 초청해 인간관계 문제를 토론하게 하고 그 과정을 녹화했다. 녹화가 끝난 뒤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그들이 토론에서 경험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게 했다. 그 결과, 결혼 기간이 길수록 공감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혼생활을 오래한 부부들은 최근에 결혼한 부부들보다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추측하지 못했다. 

사회심리학자 클리퍼스 스웬슨과 그 동료들은 1981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를 미국인 부부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바 있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서로를 더 모르며, 서로의 감정, 태도,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예측하는 정도가 더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더욱 불행한 것은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들은 서로에 대한 공감이해력이 감소된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으며 인정하려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아내와 남편을 잘 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부부들은 언제부터 서로에 대한 공감정확도가 떨어지기 시작할까? 충격적이게도, 대다수가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돼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 셸리 킬패트릭과 그 동료들은 신혼부부들을 3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결혼한 지 6개월이 된 시점보다 1년 반이나 2년 된 시점에서 부부의 공감정확도가 더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오래된 부부일수록 서로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오래된 부부들은 친밀한 접촉을 통해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진정으로 나누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고정관념에 근거해 잘못 이해한다고 심리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부부는 시간이 가면서 계속 변하는데, 그들 사이의 친밀한 의사소통이 줄어들면서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줄어들고 결혼 초기에 형성된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에 따라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는 점점 더 부정확해지고 고정관념처럼 굳어진다. 

지오프 토머스와 그 동료들은 결혼한 첫해에는 부부들이 결혼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읽으려고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잘 이해한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돼 서로의 말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관찰하려는 동기가 떨어지고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통의 화제가 줄어들면서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지속적으로 따라가며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고, 그 장기적인 결과로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감정확도가 전반적으로 저하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부부들은 서로의 독특한 인지적·정서적·행동적 성향을 인식하고는 그에 반사적으로 적응하는 습관을 갖게 된다. 그러한 습관이 고착되면 부부들은 자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해 반응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욕구를 고정된 방식으로 예상하고 행동할 것이다. 

권태기는 부부간의 대화 단절과 소통 불능으로 시작되며 그 중심에는 ‘공감 저하’가 자리한다.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순간 부부는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낀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한결같이 부부가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잘 읽을수록(또 그러기 위해 노력할수록) 결혼생활에 더 전념하고 적응하려 애쓰며, 결혼생활에 대해 훨씬 더 만족스러워했다고 보고한다. 게다가 자녀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헤아리는 부모의 자녀들은 그렇지 못한 부모의 자녀들보다 자기 존중감이 더 높았다고 하니, 공감 능력은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자녀들과의 관계에서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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