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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자연의 조화는 지혜로 따라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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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1,917회 작성일 11-11-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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魚網之設 鴻則罹其中
어망지설 홍즉리기중
螳螂之貪 雀又乘其後
당랑지탐 작우승기후
機裡藏機 變外生變
기리장기 변외생변
智巧何足恃哉
지교하족시재
 
고기 그물을 처두자 기러기가 그 속에 걸리고, 버마재비가 먹이를 노리자 참새가 그 뒤를 엿본다. 이는 기틀 속에 기틀을 갈무리하고 변화 밖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니, 자그마한 지혜를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어느 날 장주(庄周)가 조릉(雕陵)에 있는 밤나무 숲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괴상하게 생긴 새 한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날개의 길이는 일곱 자나 되었고, 눈의 직경은 한 치나 되었는데, 장주의 이마 위를 스치면서 밤나무 숲 속에 내려앉았다.

장주가 중얼거렸다.
“이것은 무슨 새인가! 저렇게 큰 날개를 갖고도 멀리 날 수 없고, 저렇게  큰 눈을 갖고도 잘 보지 못하니 말이다”

그러고는 아랫도리를 걷어올리고 잰걸음으로 다가가서 화살로 새를 겨누었다. 그러다 문득 다른 한 쪽을 바라보니, 매미 한 마리가 나무 그늘 밑에서 즐겁게 울며 자기 자신을 잊고 있고, 그 곁에는 버마재비 한 마리가 나뭇잎 그늘에 숨어서 기회를 틈타 매미를 잡으려고 자신을 잊고 있으며, 또 장주가 노리는 새는 그 옆에서 버마재비에 골몰하느라 장주를 잊고 있었다.

장주는 크게 놀라면서 말했다.
“아! 사물이란 본래 서로를 해치고 있으며, 이로움과 해로움은 서로를 불러들이고 있구나”

이렇게 말하고는 화살을 황급히 던지고 도망치듯 돌아오는데, 그때 밤나무 숲을 지키던 사람이 장주가 도둑인 줄 알고 뒤쫓아오면서 꾸짖었다.

장주가 집에 돌아온 후에 석 달 동안이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그의 제자인 인저가 장주에게 물었다.
“스승님께선 요즘 어째서 그렇게 불편하십니까?”

장주가 대답했다.
“나는 외부 사물에 정신을 팔다가 나 자신을 잊어버렸네. 흙탕물을 바라보다가 깨끗한 샘물을 잊어버린 것과 같지. 나는 스승에게서 ‘세속에 들어가면 세속을 따라야 한다’고 들었는데, 나는 숲에 놀러갔다가 나를 잊어버렸고, 괴상한 새를 만나서 성명(性命)을 잊어버렸으며, 밤나무 숲의 주인은 내가 밤을 훔쳤다고 의심했네. 이 때문에 나는 유쾌하지가 않다네”

‘사람이 재물 때문에 죽고, 새가 먹이 때문에 죽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다. 장주의 깨달음은 깊이 음미할 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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