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몸은 숲에 있어도 천하의 경륜을 품어야 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파슬리 댓글 0건 조회 2,018회 작성일 11-11-08 14:27
본문
居軒冕之中 不可無山林的氣味
거헌면지중 불가무산림적기미
處林泉之下 須要懷廊廟的經綸
처림천지하 수요회랑묘적경륜
거헌면지중 불가무산림적기미
處林泉之下 須要懷廊廟的經綸
처림천지하 수요회랑묘적경륜
헌면(軒冕) 속에서 살더라도 자연의 맛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요, 임천(林泉) 아래서 살더라도 모름지기 조정의 경륜을 품어야 한다.
중국 고대의 지식인들은 유교와 도교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속세를 벗어나서 산림과 계곡의 진정한 취향을 맛보았던 것이다. 삼국시대 제갈량은 유비를 도와서 촉한(蜀漢)을 건국하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은사(隱士)라고 칭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때(時)를 기다리는 영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시의 일반 농민을 은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들에게는 이른바 벼슬을 한다거나 은둔한다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은둔에는 출세가 전제되어 있고 물러섬에는 나아감이 전제되어 있으니, 말하자면 진취적인 지향(志向)이 없는 사람에게는 산림과 계곡으로 은퇴하는 초탈도 없는 것이다. 천하를 구하려는 포부는 세간에서 은둔하는 것과 함께 가는 것이다.
동한 초기의 엄자릉(嚴子陵)과 동진 말년의 도연명(陶淵明)은 중국 고대의 걸출한 은사다. 엄자릉은 부춘강(富春江)에서 자연스럽게 낚시질을 하였고 도연명은 남무(南畝)에서 묵묵히 농사를 지었는데, 그들은 높은 벼슬아치가 모인 수도에 머물지 않고 홀로 구석진 전원에 살면서 사람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부춘강에서 낚시질한 사람이 엄자릉만이 아니고 여산(廬山) 기슭에서 농사를 지은 사람이 도연명 한 사람만이 아닌데, 사람들은 왜 그들 두 사람만을 찬미하는가? 만일 그들 두 사람이 보통의 어부나 농부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흥미를 갖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여느 농부나 어부처럼 평범하게 일생을 보냈다면 나무나 풀처럼 스러졌지, 어찌 긴긴 세월을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전해지겠는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