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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늙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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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lja 댓글 0건 조회 2,872회 작성일 10-08-1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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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들
기러기 울음에 잠을 깨는 시린 새벽
그리고 다시 그려도 끝내지 못한 그림 한 폭“
 
 시인 유자효의 ‘육십세’ 전문이다. 어찌 기러기 울음만으로 잠이 깨었을까. 나이가 들면 꿈자리에서도 대하소설을 쓴다. 오랜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고, 세상을 떠난 이와도 만나고, 밤새 방황을 한다. 그리운 세월에 귀 기울이다 보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알 같은 날들이 무정히 부서져 내리는 소리에 마음이 시렸으리라.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일흔이 넘으면, 나는 내가 신선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온갖 욕심도 없어지고, 이런저런 가슴앓이도 사라지고, 남모르게 품곤 했던 미움도 다 가실 줄 알았습니다. 그쯤 나이가 들면 사람들 말에 이리저리 흔들리던 것도 까만 옛일이 되고, 내 생각이나 결정만이 옳다고 여겨 고집 부리던 일도 우스워지는 줄 알았습니다.” 정진홍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노년, 노년을 말하다』란 책의 서문에서 쓴 글이다. 그의 진솔한 자전적 고백은 읽는 이에게 충격으로 와 닿는다.

 “욕심이 조금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가슴앓이도 삭지 않았습니다. 미움도 여전합니다. 고집은 신념이란 이름으로 더 질겨졌습니다. 후회도 점점 커지고, 그와 정비례해서 그래도 일궜다고 여겨지는 보람이 고함처럼 커졌습니다. 저리게 외롭습니다. 서글퍼집니다.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비단 내 마음에서 인 잔물결이거나 소용돌이가 아닙니다. 그런 거라면 그야말로 세월이 약일 수 있습니다. 한데 이 고독과 슬픔과 소외는 철저하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입니다.”

 노인들은 걸핏하면 화를 내고, 자주 싸운다. 공자는 50세에 천명을 알고, 60세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70세에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자한 노인의 이미지는 환상에 가깝다. 동네 약수터에서도 사소한 일로 싸우고 지하철, 버스에서도 큰 소리로 삿대질하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온순하기는커녕  아집이 강해지고, 쉽게 분노한다.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이 저지른 숭례문 방화사건, ‘노인과 바다’ 사건으로 불리는 전남 보성 70대 어부의 연쇄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살인 방화 강도 강간 등 ‘4대 강력범죄’로 검거된 60세 이상 노인 수는 2005년 484명에서 2008년 707명으로 4년 사이 46.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4대 강력범죄 검거자 수가 23.5%(1만 4545명에서 1만 7965명) 늘었던 것에 비춰 보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노인범죄가 늘어난 이유는 건강한 신체적 능력을 사회에서 풀지 못하고 경제적·정신적으로 소외된 탓이다. 특히 노인 폭행·강간범이 급증한 것은 노년층의 신체적 능력이 왕성해졌음을 보여준다. 노인의 수명은 연장된 반면 사회활동 기회는 계속 줄어들면서 이들이 생계를 유지하거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노인들이 범죄로 내몰리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작가 후지와라 토모미는 저서 『폭주노인』에서 노인들이 거칠어진 것은 시간·공간·마음 3가지가 급격한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인들의 변덕과 폭력은 격변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부작용과 고독한 삶을 알리는 절규다. 늘 마음 속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싸운다.

 분명 현역 시절에는 은퇴하면 자유시간이 많아져 더 여유롭고 풍요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은퇴자들은 곧 상실감에 시달린다. ‘제2의 인생’의 어려움은 시간표를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데 있다. 시간표를 잃어버린 일상생활에 갑자기 ‘기다림’이나 ‘기다림을 강요받는’ 시간이 생기면 순식간에 분노가 폭발한다. 병원이나 길거리에서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있는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인들의 ‘이웃에 대한 범죄’는 서로의 공간의식이 부딪쳐 생긴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겉도는 인간관계가 절망과 고독, 자괴감에 빠진 노인들을 양산해내고 이것이 결국엔 분노로 표출돼 범죄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은 단편소설 ‘황혼의 반란’에 그려진 노인들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국민 여러분! 오늘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노인문제에 대해 신경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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