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 브리슨이란 철학자는, 노인은 경험을 지식의 대용물로 생각하고 청년은 지식을 경험의 대용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어르신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과 끝없이 논쟁을 펼치기를 주저하지 않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런 어르신들의 논쟁을 ‘잔소리’로 치부하며 듣기 싫어한다. 물론 여기에는 어르신과 젊은이들의 습성 차도 존재한다. 젊은이들은 마음에 끌리는 것이 있으면 즉각 행동으로 옮기는데 반해 어르신들은 경험을 되새기며 주저하기도 한다. 이런 속성은 노년층들을 다른 세대들과 비교해 보수성향이 강한 것으로 비춰지게 만든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젊은 세대에 비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르신과 청년의 진정한 차이점은 발 빠른 행동력에 있는 것이 아닐까? 다음은 나이가 들었지만, 필요하다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젊은 어르신들을 취재했다.
성인병 진단받고 건강식 요리연구가 돼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사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백모 어르신은 일 년 전 저녁 회식을 마치고 나오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갑작스럽게 현기증이 밀려와 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졌다.
앰뷸런스에 실려가 받은 진단은 고혈압과 뇌경색. 다행이도 초기증세라 일주일 입원을 하고 백 어르신의 강력한 퇴원 요구로 병원 문을 나서게 됐다. 의사는 ‘체중을 줄이고 기름진 음식을 자제하고 운동을 열심히 할 것’ 세 가지를 주문했다.
퇴원 후 백 어르신은 시중에 나와 있는 식품 영양학에 관한 책과 고혈압과 뇌졸중 관련 책을 모두 구입하고 하나하나 메모를 하며 정독했다. 그러면서 첫 달엔 2kg, 둘째, 셋째 달엔 각 3kg, 넷째 달엔 2kg 총 10kg 감량을 목표로 식이요법을 구성하고 실행에 들어가는 한편 하루 30분~1시간 씩 걷기를 실천했다.
그 과정에서 백 어르신은 같은 음식이라도 볶거나 튀기는 것보다는 삶거나, 찌는 것이 칼로리가 적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음식 만드는 것에 취미를 갖게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팥을 삶고 콩, 보리, 현미 등을 씻어 손수 잡곡밥을 지었고 고기를 먹을 때는 반드시 각종 야채에 발효 식초가 들어간 소스를 곁들여 육류 섭취를 줄였다.
젊었을 때는 부엌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백 어르신이지만 건강식을 만들다보니 요리의 묘미를 터득하게 된 것. 자연 혈압도 내려가고 건강지표도 좋아졌다. 백 어르신은 주말이면 출가한 자식들을 불러 채식으로 만든 건강식을 선보이며 지식과 행복을 나눈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트럼펫 연주 시작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자라온 절친한 친구를 위암으로 떠나보낸 진모(65) 어르신. 친구를 장지에 묻고 온 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때 묻은 사진첩을 꺼내 친구와 보냈던 시간들을 추억하다가 학창시절 죽은 친구와 금관의 왕자라고 하는 트럼펫을 배우고 싶어 학원 근처를 어슬렁거렸다가 부모님의 반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후에도 트럼펫을 배우고 싶었지만, 먹고 살고 자식 키우기에 바빠서 하지를 못했다. ‘그래, 지금 이라도 해 보자.’
진 어르신은 트럼펫 강좌가 열리는 곳을 수소문해 등록을 하고 80만원을 들여 피콜로 트럼펫을 샀다. 평균적으로 많이 쓰는 트럼펫이지만, 번쩍이는 금관악기를 가슴에 안은 날은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만져만 봐도 소년처럼 감동을 했다.
진 어르신은 복식호흡도 열심히 연습을 했다. 트럼펫은 금관악기 중 가장 호흡의 압력이 강해 복식호흡법이 숙달돼야 연주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 오랫동안 숙원하던 악기를 매일 옆에 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되는데다 강한 흡입력과 강한 압력을 내 보내는 호흡법을 연습하며 건강까지도 좋아졌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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