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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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664회 작성일 15-06-0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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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수(長壽)시대가 열리고 있다. 말기에 접어든 악성 암이나 사고가 아니면 치료가 가능해졌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이제 80세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1970년 61.9세에서 2007년에는 79.6세로 38년 만에 17.6세나 늘었다. 하루 자고나면 11.5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길어진 수명은 신(神)의 축복이지만 그만큼 인생을 설계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반론도 가능해진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인생의 전성기를 남녀 공히 2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이라고 믿었다. 50세 이후는 지나온 인생을 정리하고 수습하는 기점으로 인식되었다. 나이가 50이나 되었다는 것은 노화라는 긴 겨울에 대비할 때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제 40대 50대의 나이는 새출발을 모색해야 하는 전환점에 불과하다.
윌리엄 새들러는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란 책에서 미래를 생각하며 마흔 이후 자기 인생의 한복판에 위치한, 거의 미지에 가까운 광활한 지역을 내다보라고 강조한다. 그곳이 바로 엄청난 성장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개척지, 즉 ‘서드 에이지(third age)’라는 곳이다. 인생 전반기에 청춘의 성장이 있다면, 인생 후반기에는 중년의 성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생의 성공여부는 마흔 이후 30년, 즉 ‘서드 에이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생의 주기를 다음의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인 ‘퍼스트 에이지(first age)'는 제1연령기로 배움을 위한 시기이다. 이 때는 학습을 통한 기본적인 1차 성장이 이루어진다. 주로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 단계인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는 제2연령기로 일과 가정을 위한 시기이다. 제2연령기는 제1연령기 때 획득한 1차 성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직업을 갖게 되고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또 사회적으로는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고, 조직생활을 하는 시기로 규정된다. 20대 중반에서 30대까지가 이 연령대에 해당한다.
세 번째 단계인 ‘서드 에이지’는 제3연령기로 생활을 위한 단계이다. 청년기인 제1연령기 때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는 1차 성장과는 다른 2차 성장을 통한 일종의 자기실현을 추구해나가는 시기이다. 장수혁명으로 새롭게 생겨난 이 시기는 40대에서 70대 중후반까지로 4단계 중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한다. 신(神)으로부터 새로 선물 받은 30여 년은 인생의 축복이자 도전의 시기이다.
마지막 단계인 ‘포스 에이지(forth age)는 제4연령기로 노쇠의 징후가 늘기 시작하는 노화의 시기이다. 이 시기의 목표는 나이가 들수록 젊게 사는 것, 최대한 오래 건강하게 살다가 젊게 죽는 것이다.
이전 세대에는 ‘서드 에이지’라는 것이 없었다. 시대는 변했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서드 에이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시기에 인생의 제2차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2차 성장은 1차 성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역설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예측불허인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2차 성장은 역설과 모순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것을 요구한다.
윌리엄 새들러는 이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중년의 정체성 확립,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긴밀한 관계의 조화’가 그것이다. 언뜻 보면 서로 반대되는 의미로 들릴 수 있는 2가지 요소간의 조화와 균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나이를 너무 부정해도 곤란하지만 지나치게 나이 역할놀이에 빠져 있어도 곤란하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세월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한국인은 너무 일찍 늙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얼굴을 젊게 고쳐주는 성형수술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작 마음의 나이는 너무 일찍 손을 놓아버린다. 신은 우리의 앞 세대 보다 무려 30년이 넘는 수명 보너스를 인간에게 선물했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면서 달란트(재능)을 발휘하라는 하늘의 뜻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이 아니라, 지금 던져야 하는 것이다.
섣불리 자신의 수명을 예측하고 은퇴를 결정할 일이 아니다. 죽는 날 ‘최후의 행진’을 하겠다는 각오로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은 비극이 아니다. 오히려 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 더 슬픈 일이다. 우리에게는 ‘창창한 미래’와 ‘과거의 경험’이라는 2개의 카드가 있다. “내 인생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평생 화두로 삼아야 할 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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