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되려면 인성 갖춰라"…시험과목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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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미 댓글 0건 조회 711회 작성일 15-06-05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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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의사가 되기 전에 인성부터 갖추세요. 대화하는 법부터 배우세요. 낯선 이와 친구들,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하세요."
영화 '패치 애덤스'의 주인공(로빈 윌리엄스 분)이 퇴학 청문회에서 동료 의대생을 향해 호소한 말이다. '3학년까지 환자를 만나선 안 된다'는 학칙을 어기고 병동을 드나들며 '너무나 인간적인' 진료활동을 벌이다 퇴학 위기에 몰린 실화의 주인공이 의료계에 던진 메시지는 "환자를 만나지 말고 인간을 만나라"는 것이었다.

영화 '패치 애덤스'의 한 장면.
환자들이 진료 현장에서 기계적인 의료진과의 문답과 각종 첨단기기에 익숙해야 하는 건 우리만의 현실은 아닌 듯하다. 미국에서 '패치 애덤스'와 같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의사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의과대학원 시험과목을 바꾸기로 했다.
대럴 커시 미국의과대학협회(AAMC) 회장은 "훌륭한 의사는 과학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AAMC는 미국에서 MCAT로 불리는 전국 공통의 의과대학원 입학시험을 주관한다.
AAMC는 2015년부터 시험과목에 '사회 및 행동 과학'과 '비판적 분석 및 독해'시험을 추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과학을 잘하는 학생이 의대에 진학했다면, 앞으로는 사회학과 인문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대거 의사가 되도록 하려는 게 시험과목을 늘린 핵심 이유다.
의과대학 시험과목 변경은 향후 미국 의사의 자질을 바꾸는 중대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과학지식이 풍부하고 의료기술이 뛰어난 의사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잘 이해하는 '인간적인' 의사를 길러내기 위한 변화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AAMC는 1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협회에 따르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한 결과 환자가 꼽은 최고의 의사는 단순히 병을 고쳐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의사였다.
최근 현대사회의 변화상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겼다. 빈부격차, 인종, 종교, 문화, 빈곤 등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현상으로 인해 많은 질병이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21세기의 의사는 사회현상에 대한 남다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 의과대학의 판단이다.
의료기술의 발전도 갈수록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비정하게' 만들고 있다. 의료기기 첨단화와 검사자료 분석시스템의 발달로 의사는 환자보다는 과학적인 검사 결과에 근거해 병을 치료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는 자연스럽게 환자와 직접 대화를 하기보다 검사자료를 들여다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기 마련이다. 찰스 하템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의사와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회·인문학적 소양을 측정하는 시험을 치른다고 '인간적인' 의사를 제대로 골라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AAMC 측은 시험과목 변경을 통해 얼마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최소한 의사가 되려는 학생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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