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기분 거울에 비추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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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이지 댓글 0건 조회 1,242회 작성일 11-08-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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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감정이 있으면 서로 말로 해라!” 이
런 말씀을 하시는 어른들을 자주 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야, 야! 말로 해라. 말로 해라.” 이런 말을 자주 하던 친구가 있었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내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준 어
른도, 선생님도, 그리고 친구도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우리 아이
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써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부모기술에 대해서 알아보
도록 하겠다. 자녀의 기분을 거울에 비추어주어서 우리 아이들의 그 정서기
능을 일깨워주는 부모기술이라고 하겠다. 계산적이고 논리적 판단의 좌반구
뇌는 학교공부를 통해서 잘 발달을 하지만, 이 정서능력의 우반구 뇌는 내
기분의 모습을 누군가가 거울로 비추어 줄 때 발달하게 된다.
세상에 거울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알 길이 없다. 마찬가지로 불안
하고, 두렵고, 창피하고, 슬프고, 화가 나서 감정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내 기
분을 비춰주는 거울이 없으면 내 감정의 모습이 파악이 되어지지 않는다. 아
이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통하여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할 때 자신의 감정을 일상적인 대화로 표현하여서 처
리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고 만다. 내 감정의 모습을 알 길이 없으니까 말
이다. 그래서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을 만나면 흔히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자
신의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남자아이들은 분노를 폭발하거나 은밀하게 공격
성을 띄기도 하고, 여자아이는 회유, 짜증, 눈물, 아니면 속으로 혼자 삭이는
그런 방법을 택한다.
6학년 제이슨하고 엄마가 학교가는 날 아침에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엄마: 제이슨, 북 리포트 잘 챙겼어?
제이슨: Mom, 어제 학교에서 다 끝내고 백팩에 넣어서 왔는데 아무리 찾아
도 없어요.
엄마: 북 리포트가 없다니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제이슨: 네,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아니, 북 리포트가 무슨 발이 달렸니 손이 달렸니? 어디 뒀는지 잘 좀
생각해봐.
제이슨: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너는 애가 도대체 왜 맨날 그 모양이니, 응?
자, 지금 이 대화에서 엄마는 제이슨을 야단치고 벌을 주기위해서, 아니면
화를 돋구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아이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는 능력이
생겨나고 또 이것을 배움의 기회로 만드는지에 대한 그 부모기술의 문제라
고 하겠다.
필자가 언젠가 혈액검사를 받기위해서 아침 일찍 병원을 간적이 있었다. 대
기실에서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7,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빠
손을 꼭 쥐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있는 그 차림새로 보아서는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같았다. 간호사 앞에
아이가 앉으니까 간호사가 이 여자아이 팔에 고무줄을 감고는 주사바늘을
하나 꺼내 든다. 그러니까 이 여자아이가 “I am scared.” 하고 아빠를 바라
보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아빠는 “I know.” 하면서 고개를 꺼덕여준다. 필자
와는 바로 옆에 앉아서 혈액을 4 대롱을 함께 뽑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의
눈망울에서 금방 구슬같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주
사바늘로 팔을 꾹 찌르니까 “It hurts.” 아이가 많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니
까 아빠가 “Don’t worry. It will be over soon.” 하면서 아이의 다른 손을 꼭
쥐어주면서 위로하고자 한다. 간호사가 대롱을 새 걸로 갈아 끼우는데 아이
가 또 “Daddy, it's really hurting me.”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빠가 “Just
two more.” 두 데롱만 더 뽑으면 된다고 하면서 아이를 안심시켜 주려고 했
다.
이렇게해서 혈액 4 대롱을 다 뽑고 걸어 나오는데 나오면서 이 아이가 아빠
얼굴을 빤히 올려서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아빠는 그 빤히 바라보는 아이 얼
굴은 보지도 않은채로 “Let's go eat some breakfast.” 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총총히 사라졌다. 필자는 그때 그 아빠를 멈추어 세우고는 “의사선생님! 그
아이 기분 좀 물어보아 주시오!” 이렇게 말해 주고, 필자가 그 아이의 기분
을 직접 물어보아 주고 싶은 것을 꾹 참고는 혈액 4 대롱을 뽑고 가는 필자
의 기분을 돌아보면서 걸어 나왔다. “힘들었지?” 누가 이런 말 한마디 해주
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병원을 혼자 나오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의사 아빠가 아이가 무섭고 힘들다는 것을 왜 몰랐겠는가? 너무 잘 알고 있
었기에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도 함께 와서 이 아이 손을 꼭 붙들고 곁에 서
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또 배고플 것을 생각해서 아침 먹으러 갈 예
비도 해 두고 온 그런 사려 깊은 아빠였었다. 그러나 이 모든 준비가 이 아
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잘못 계산된 준비물들이었다. 이 아이
는 순간순간의 불안함과 그리고 다 끝났을 때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그
기분을 아빠에게 전달하고 인정받고 싶었을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부모가 자녀의 기분을 반영해주는 대화법은 아마 의과
대학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려운 기술이 분명하다. 그러나 자녀가 기
분을 말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 기분에 귀를 기울여주는 일은 밖에서 친구
들이나 학교선생님이 대신하는 일이 아니다.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이다.
필자의 클리닉에 오는 아이들하고 부모님들에게 벽에 거는 작은 거울을 보
여주면서 거울 속에 뭐가 보이느냐고 물어보면 아이나 부모나 모두 "Me" 라
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Me”가 아니라 “reflection of me” 라고 말해 준
다음에, 부모가 거울이 되어서 자녀의 기분과 생각을 반영해주는 대화법을
연습하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무섭고 많이 아프다고 할 때 “ 금방 끝나게
돼,” “2 대롱만 더 뽑으면 돼” 하는 말은 아빠의 조바심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것은 아이에게는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게 된다. 아이의 기분에 거울이
되어주려면 “나도 네 기분 안다”가 아니다. “그래. 많이 무섭지, 그렇지? ”
또는 “You are hurting a lot, aren’t you?” 해서 아이의 생각, 기분, 심리상태,
그리고 그 신체적 고통 이런 것을 거울에 비추듯이 비추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혈액채취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빠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그 아이에
게 아침 먹으러 가자는 말은 당연히 먹는 아침을 피 뽑은 대가로 사주겠다
는 뜻은 아닐것이다. 아이가 아빠 얼굴을 빤히 바라볼 때 아이는 아빠가 “많
이 힘들었지? 어땠는지 말해 줄래?” “You were hurting a lot, huh? Can you
tell me about it?” 이렇게 아이가 한 그 경험에 대해 물어와 주기를 기다리
고 있었을것이다. 아빠의 이런 말 한마디로 아이는 그토록 불안했던 심정이
말끔하게 사라지면서 큰 일을 해 낸 자신이 대견하고 우쭐했을 것이다.
위에서 제이슨하고 엄마의 대화를 제이슨의 기분을 거울에 비추어주는 부모
기술로 한 번 연습해보자.
엄마: 제이슨, 북리포트 잘 챙겼어?
제이슨: Mom, 어제 학교에서 다하고 백팩에 넣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그래? 어디 보자. 응, 정말 그렇구나.” 또는 “Oh? I see. You don’t
have your book report.”
제이슨: 네,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북리포트를 잃어버려서 걱정이 많이 되겠구나, 그지? 엄마도 걱정 많
이 되는구나.” “You are worried a lot because of that, aren’t you?”
엄마가 이런 말을 하게되면 제이슨은 지금의 이 불안한 심정에서 다소 벗어
나면서 자신의 실수를 들여다 볼 수있는 마음의 여유하고 혜안이 생겨나게
된다. 그랬을 때 정말 어디다 잘못 두고 왔는지도 모르는 그 북리포트에 대
해서 생각이 날 수도 있고, 다음 부터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
신의 잘못도 되돌아보게 된다. 북리포트를 제 때에 제출하지 못해서 애가 타
는 그 아이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엄마라면, “그러기에 잘 챙기라
고 했지,” “너는 애가 왜 맨날 그 모양이니?” 이런 충고나 질책은 나오지 않
을것이다.
자녀의 기분을 거울에 비추어주는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가장 첫번째 원
칙은 자녀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일이다. 아이가 어떤 실수를 저
질렀거나 아니면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무슨 문제가 생겨서 우울해 있다면,
이때 아이의 기분을 그대로 수용해주도록 한다. 실수한 아이에게 “야, 좀 조
심하지 않고서는?” “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어?” “정신을 도대체 어디다 두
고 다니니? ” “너 숙제 정말 하기는 한거야, 응? ” 미국 부모님들은 “What
were you thinking? ” 이런 식의 심문하고, 야단치고, 책임 추궁하는 말,
Blaming, interrogation, shaming 주는 그런 언어를 자제한다. 아이의 실수,
그리고 그 기분을 아무 조건없이 수용해준다. “그래?” 아니면 “그런 일이 있
었구나.” 이렇게 말해주면 되겠다.
어떤 부모님들은 이런 때 설교를 시작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 너처
럼 그렇게 어리숙하게 행동하고 다니다가는 죽도 밥도 안돼. 이것아.” “You
were not being careful. How could you lose your book report? Hello!” 또
이런 때 미국부모들이 자주 쓰는 말로, “너 그러다 평생 맥도널드에서 햄버
거나 뒤집어서 먹고 산다,” “You are going to flip burgers the rest of your
life.” 실제로 맥도널에서 햄버거를 뒤집다가 지금 맥도널드의 CEO가 된 케
이스가 있지만은 이런 저주의 말을 부모는 조심하여야 한다. 이런 때 아이가
말을 하도록 기다려준다. “So, how did it happen? Tell me more.” 좀 더 자
세히 말해 달라고 주문 하고는 가만히 아이가 그 일을 말하도록 기다려준다.
두번째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는 아이의 기분에다 귀를 기울여준다. 아
이의 기분에 귀를 기울인다는 말은, 북리포트를 잃어버린 그 자체 보다는 그
것을 잃어버린 아이의 기분에 부모는 포커스를 맞추어 준다는 뜻이다. 불안
감, 슬픔, 두려움, 분노, 절망감, 염려, 걱정, 막막함, 놀라움, anger,
disappointment, discouragement, fear, worry, surprise, 또는 joy,
happiness. 이런 기분에 포커스를 맞추도록한다. 그래서, “You are worried
a lot.” “You are so disappointed because you spent so much time doing
it.” 지금 내 아이가 경험하고 있는 그 기분에 포커스를 맞추어준다.
이때 또 부모는 자신들이 옛날에 경험했던 일, 힘들고 고생했던 일, 그런 것
을 자랑하지 않는다. “나도 옛날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 .” “야, 아
빠 학교다닐 때는 어땠는지 알아? ” 이런 엄마, 아빠의 옛날 경험을 이야기
하기 전에 아이가 먼저 기분을 말하도록 침착하게 기다려준다. 그리고 또,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부모가 문제를 해결하
는 방법을 전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아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집
으로 왔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준다. 아이가 해결책을 물어오면 그
때 엄마, 아빠의 의견을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것을 미리 예측해서 불안한 심
정을 한 번 여과시켜주도록 한다. 장차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마음의 준
비를 시켜준다. 내일 만약 숙제를 제출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있을까
물어보고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도록 한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을거라고
학교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려. ” 아니면 “설마 선생님이 널 어떻게 하겠어?”
“괜찮을거야.” 이런 조언의 말들은 아이의 그 불안한 심정에서 이 문제를 바
라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일로 인하여 어떤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So, what
is it like for you to lose your book report? What have you learned from this
experience?” 이렇게 물어보아서 아이가 북리포트를 잃어버린 일이, 아이에
게는 어떤 경험인지,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를 물
어보아준다.
에세이 시험에서 D를 받아가지고 온 자녀에게 지금 이 방법으로 자녀의 기
분을 거울에 비춰주는 연습을 한 번 해보도록하자.
첫째, 아이의 기분을 수용해준다. 아이를 심문하고 야단치고 책임추궁하는
“점수가 이게 뭐야?” “꼴 좋다.” 이런 말 대신에 “그래? 어디 좀 보자” 이렇
게 말하고 “기분이 어떠니 지금?” 아니면, “So, what’s it like to get D on
your essay test?” Tell me how you feel about it.” 이렇게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본다. “I knew it. Did I not tell you to study more?” 이렇게 야단치고 설
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아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그 기분에 포커스를
맞추어준다. “You are very disappointed,” “많이 실망스럽겠구나.” 이런 상
황에서 아이가 경험하는 그 기분을 묘사해서 거울에 비추듯이 그대로 반영
해준다. “I am disappointed.” “Your mom is very disappointed.” 이런 말은
부모기분을 말하는 것으로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발생한 불쾌한 일을 이용
해서 자신들의 심리적 불편함을 씻어내는 꼴이 되고만다.
세미나에 참석하시는 부모님들께서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왜 아이들에
게 이렇게까지 해 주어야 하죠?” 지난 번 월드컵 축구 예선때 LA에서는 새
벽에 경기가 있어서 2주 연속 새벽잠을 설치면서 필자는 아내와 열심히 경
기를 보고 응원도 했었지만 우루과이 전에서는 한국이 그만 지고 말았다. 그
때 그 속상함, 안타까움, 허전함, 이런 기분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매우 견디
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마침 이곳 LA의 라디오방송에서 중계와 해설을 하
시던 분들이 경기가 끝난 후에 경기내용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차분한
목소리로 잘 정리를 해주시고, 그리고 그때의 그 안타까운 기분을 서로 공감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해서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뒷처리가 없었다면 “에이, 축구 이야기 다시는 꺼내지도 마.
듣기도 싫어!” 이런 격앙된 감정이 좀처럼 사라져 주지를 않게 된다.
자, 이 대화법은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머리에서
얼른 떠오르지 않으면 질문의 포커스를 항상 내 아이의 기분에 맞춘다는 것
을 기억하면 되겠다.
런 말씀을 하시는 어른들을 자주 뵌 기억이 난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야, 야! 말로 해라. 말로 해라.” 이런 말을 자주 하던 친구가 있었던 생각이
난다. 그러나 내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준 어
른도, 선생님도, 그리고 친구도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우리 아이
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써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부모기술에 대해서 알아보
도록 하겠다. 자녀의 기분을 거울에 비추어주어서 우리 아이들의 그 정서기
능을 일깨워주는 부모기술이라고 하겠다. 계산적이고 논리적 판단의 좌반구
뇌는 학교공부를 통해서 잘 발달을 하지만, 이 정서능력의 우반구 뇌는 내
기분의 모습을 누군가가 거울로 비추어 줄 때 발달하게 된다.
세상에 거울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알 길이 없다. 마찬가지로 불안
하고, 두렵고, 창피하고, 슬프고, 화가 나서 감정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내 기
분을 비춰주는 거울이 없으면 내 감정의 모습이 파악이 되어지지 않는다. 아
이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통하여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표현할 기회를 갖지 못할 때 자신의 감정을 일상적인 대화로 표현하여서 처
리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고 만다. 내 감정의 모습을 알 길이 없으니까 말
이다. 그래서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을 만나면 흔히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자
신의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남자아이들은 분노를 폭발하거나 은밀하게 공격
성을 띄기도 하고, 여자아이는 회유, 짜증, 눈물, 아니면 속으로 혼자 삭이는
그런 방법을 택한다.
6학년 제이슨하고 엄마가 학교가는 날 아침에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엄마: 제이슨, 북 리포트 잘 챙겼어?
제이슨: Mom, 어제 학교에서 다 끝내고 백팩에 넣어서 왔는데 아무리 찾아
도 없어요.
엄마: 북 리포트가 없다니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제이슨: 네,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아니, 북 리포트가 무슨 발이 달렸니 손이 달렸니? 어디 뒀는지 잘 좀
생각해봐.
제이슨: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너는 애가 도대체 왜 맨날 그 모양이니, 응?
자, 지금 이 대화에서 엄마는 제이슨을 야단치고 벌을 주기위해서, 아니면
화를 돋구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닐것이다.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아이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는 능력이
생겨나고 또 이것을 배움의 기회로 만드는지에 대한 그 부모기술의 문제라
고 하겠다.
필자가 언젠가 혈액검사를 받기위해서 아침 일찍 병원을 간적이 있었다. 대
기실에서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7, 8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빠
손을 꼭 쥐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는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있는 그 차림새로 보아서는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같았다. 간호사 앞에
아이가 앉으니까 간호사가 이 여자아이 팔에 고무줄을 감고는 주사바늘을
하나 꺼내 든다. 그러니까 이 여자아이가 “I am scared.” 하고 아빠를 바라
보면서 말한다. 그러니까 아빠는 “I know.” 하면서 고개를 꺼덕여준다. 필자
와는 바로 옆에 앉아서 혈액을 4 대롱을 함께 뽑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의
눈망울에서 금방 구슬같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주
사바늘로 팔을 꾹 찌르니까 “It hurts.” 아이가 많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니
까 아빠가 “Don’t worry. It will be over soon.” 하면서 아이의 다른 손을 꼭
쥐어주면서 위로하고자 한다. 간호사가 대롱을 새 걸로 갈아 끼우는데 아이
가 또 “Daddy, it's really hurting me.”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빠가 “Just
two more.” 두 데롱만 더 뽑으면 된다고 하면서 아이를 안심시켜 주려고 했
다.
이렇게해서 혈액 4 대롱을 다 뽑고 걸어 나오는데 나오면서 이 아이가 아빠
얼굴을 빤히 올려서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아빠는 그 빤히 바라보는 아이 얼
굴은 보지도 않은채로 “Let's go eat some breakfast.” 하면서 아이를 데리고
총총히 사라졌다. 필자는 그때 그 아빠를 멈추어 세우고는 “의사선생님! 그
아이 기분 좀 물어보아 주시오!” 이렇게 말해 주고, 필자가 그 아이의 기분
을 직접 물어보아 주고 싶은 것을 꾹 참고는 혈액 4 대롱을 뽑고 가는 필자
의 기분을 돌아보면서 걸어 나왔다. “힘들었지?” 누가 이런 말 한마디 해주
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병원을 혼자 나오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의사 아빠가 아이가 무섭고 힘들다는 것을 왜 몰랐겠는가? 너무 잘 알고 있
었기에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도 함께 와서 이 아이 손을 꼭 붙들고 곁에 서
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또 배고플 것을 생각해서 아침 먹으러 갈 예
비도 해 두고 온 그런 사려 깊은 아빠였었다. 그러나 이 모든 준비가 이 아
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잘못 계산된 준비물들이었다. 이 아이
는 순간순간의 불안함과 그리고 다 끝났을 때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한 그
기분을 아빠에게 전달하고 인정받고 싶었을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렇게 부모가 자녀의 기분을 반영해주는 대화법은 아마 의과
대학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려운 기술이 분명하다. 그러나 자녀가 기
분을 말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 기분에 귀를 기울여주는 일은 밖에서 친구
들이나 학교선생님이 대신하는 일이 아니다.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이다.
필자의 클리닉에 오는 아이들하고 부모님들에게 벽에 거는 작은 거울을 보
여주면서 거울 속에 뭐가 보이느냐고 물어보면 아이나 부모나 모두 "Me" 라
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Me”가 아니라 “reflection of me” 라고 말해 준
다음에, 부모가 거울이 되어서 자녀의 기분과 생각을 반영해주는 대화법을
연습하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무섭고 많이 아프다고 할 때 “ 금방 끝나게
돼,” “2 대롱만 더 뽑으면 돼” 하는 말은 아빠의 조바심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것은 아이에게는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시키게 된다. 아이의 기분에 거울이
되어주려면 “나도 네 기분 안다”가 아니다. “그래. 많이 무섭지, 그렇지? ”
또는 “You are hurting a lot, aren’t you?” 해서 아이의 생각, 기분, 심리상태,
그리고 그 신체적 고통 이런 것을 거울에 비추듯이 비추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혈액채취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빠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그 아이에
게 아침 먹으러 가자는 말은 당연히 먹는 아침을 피 뽑은 대가로 사주겠다
는 뜻은 아닐것이다. 아이가 아빠 얼굴을 빤히 바라볼 때 아이는 아빠가 “많
이 힘들었지? 어땠는지 말해 줄래?” “You were hurting a lot, huh? Can you
tell me about it?” 이렇게 아이가 한 그 경험에 대해 물어와 주기를 기다리
고 있었을것이다. 아빠의 이런 말 한마디로 아이는 그토록 불안했던 심정이
말끔하게 사라지면서 큰 일을 해 낸 자신이 대견하고 우쭐했을 것이다.
위에서 제이슨하고 엄마의 대화를 제이슨의 기분을 거울에 비추어주는 부모
기술로 한 번 연습해보자.
엄마: 제이슨, 북리포트 잘 챙겼어?
제이슨: Mom, 어제 학교에서 다하고 백팩에 넣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그래? 어디 보자. 응, 정말 그렇구나.” 또는 “Oh? I see. You don’t
have your book report.”
제이슨: 네,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엄마: “북리포트를 잃어버려서 걱정이 많이 되겠구나, 그지? 엄마도 걱정 많
이 되는구나.” “You are worried a lot because of that, aren’t you?”
엄마가 이런 말을 하게되면 제이슨은 지금의 이 불안한 심정에서 다소 벗어
나면서 자신의 실수를 들여다 볼 수있는 마음의 여유하고 혜안이 생겨나게
된다. 그랬을 때 정말 어디다 잘못 두고 왔는지도 모르는 그 북리포트에 대
해서 생각이 날 수도 있고, 다음 부터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자
신의 잘못도 되돌아보게 된다. 북리포트를 제 때에 제출하지 못해서 애가 타
는 그 아이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엄마라면, “그러기에 잘 챙기라
고 했지,” “너는 애가 왜 맨날 그 모양이니?” 이런 충고나 질책은 나오지 않
을것이다.
자녀의 기분을 거울에 비추어주는데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가장 첫번째 원
칙은 자녀의 기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일이다. 아이가 어떤 실수를 저
질렀거나 아니면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무슨 문제가 생겨서 우울해 있다면,
이때 아이의 기분을 그대로 수용해주도록 한다. 실수한 아이에게 “야, 좀 조
심하지 않고서는?” “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어?” “정신을 도대체 어디다 두
고 다니니? ” “너 숙제 정말 하기는 한거야, 응? ” 미국 부모님들은 “What
were you thinking? ” 이런 식의 심문하고, 야단치고, 책임 추궁하는 말,
Blaming, interrogation, shaming 주는 그런 언어를 자제한다. 아이의 실수,
그리고 그 기분을 아무 조건없이 수용해준다. “그래?” 아니면 “그런 일이 있
었구나.” 이렇게 말해주면 되겠다.
어떤 부모님들은 이런 때 설교를 시작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 너처
럼 그렇게 어리숙하게 행동하고 다니다가는 죽도 밥도 안돼. 이것아.” “You
were not being careful. How could you lose your book report? Hello!” 또
이런 때 미국부모들이 자주 쓰는 말로, “너 그러다 평생 맥도널드에서 햄버
거나 뒤집어서 먹고 산다,” “You are going to flip burgers the rest of your
life.” 실제로 맥도널에서 햄버거를 뒤집다가 지금 맥도널드의 CEO가 된 케
이스가 있지만은 이런 저주의 말을 부모는 조심하여야 한다. 이런 때 아이가
말을 하도록 기다려준다. “So, how did it happen? Tell me more.” 좀 더 자
세히 말해 달라고 주문 하고는 가만히 아이가 그 일을 말하도록 기다려준다.
두번째는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있는 아이의 기분에다 귀를 기울여준다. 아
이의 기분에 귀를 기울인다는 말은, 북리포트를 잃어버린 그 자체 보다는 그
것을 잃어버린 아이의 기분에 부모는 포커스를 맞추어 준다는 뜻이다. 불안
감, 슬픔, 두려움, 분노, 절망감, 염려, 걱정, 막막함, 놀라움, anger,
disappointment, discouragement, fear, worry, surprise, 또는 joy,
happiness. 이런 기분에 포커스를 맞추도록한다. 그래서, “You are worried
a lot.” “You are so disappointed because you spent so much time doing
it.” 지금 내 아이가 경험하고 있는 그 기분에 포커스를 맞추어준다.
이때 또 부모는 자신들이 옛날에 경험했던 일, 힘들고 고생했던 일, 그런 것
을 자랑하지 않는다. “나도 옛날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 .” “야, 아
빠 학교다닐 때는 어땠는지 알아? ” 이런 엄마, 아빠의 옛날 경험을 이야기
하기 전에 아이가 먼저 기분을 말하도록 침착하게 기다려준다. 그리고 또,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부모가 문제를 해결하
는 방법을 전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아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집
으로 왔는지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준다. 아이가 해결책을 물어오면 그
때 엄마, 아빠의 의견을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것을 미리 예측해서 불안한 심
정을 한 번 여과시켜주도록 한다. 장차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마음의 준
비를 시켜준다. 내일 만약 숙제를 제출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일이 있을까
물어보고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도록 한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을거라고
학교가서 선생님께 말씀드려. ” 아니면 “설마 선생님이 널 어떻게 하겠어?”
“괜찮을거야.” 이런 조언의 말들은 아이의 그 불안한 심정에서 이 문제를 바
라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일로 인하여 어떤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So, what
is it like for you to lose your book report? What have you learned from this
experience?” 이렇게 물어보아서 아이가 북리포트를 잃어버린 일이, 아이에
게는 어떤 경험인지,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를 물
어보아준다.
에세이 시험에서 D를 받아가지고 온 자녀에게 지금 이 방법으로 자녀의 기
분을 거울에 비춰주는 연습을 한 번 해보도록하자.
첫째, 아이의 기분을 수용해준다. 아이를 심문하고 야단치고 책임추궁하는
“점수가 이게 뭐야?” “꼴 좋다.” 이런 말 대신에 “그래? 어디 좀 보자” 이렇
게 말하고 “기분이 어떠니 지금?” 아니면, “So, what’s it like to get D on
your essay test?” Tell me how you feel about it.” 이렇게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본다. “I knew it. Did I not tell you to study more?” 이렇게 야단치고 설
교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아이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그 기분에 포커스를
맞추어준다. “You are very disappointed,” “많이 실망스럽겠구나.” 이런 상
황에서 아이가 경험하는 그 기분을 묘사해서 거울에 비추듯이 그대로 반영
해준다. “I am disappointed.” “Your mom is very disappointed.” 이런 말은
부모기분을 말하는 것으로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발생한 불쾌한 일을 이용
해서 자신들의 심리적 불편함을 씻어내는 꼴이 되고만다.
세미나에 참석하시는 부모님들께서는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왜 아이들에
게 이렇게까지 해 주어야 하죠?” 지난 번 월드컵 축구 예선때 LA에서는 새
벽에 경기가 있어서 2주 연속 새벽잠을 설치면서 필자는 아내와 열심히 경
기를 보고 응원도 했었지만 우루과이 전에서는 한국이 그만 지고 말았다. 그
때 그 속상함, 안타까움, 허전함, 이런 기분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매우 견디
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마침 이곳 LA의 라디오방송에서 중계와 해설을 하
시던 분들이 경기가 끝난 후에 경기내용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차분한
목소리로 잘 정리를 해주시고, 그리고 그때의 그 안타까운 기분을 서로 공감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해서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뒷처리가 없었다면 “에이, 축구 이야기 다시는 꺼내지도 마.
듣기도 싫어!” 이런 격앙된 감정이 좀처럼 사라져 주지를 않게 된다.
자, 이 대화법은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머리에서
얼른 떠오르지 않으면 질문의 포커스를 항상 내 아이의 기분에 맞춘다는 것
을 기억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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