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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고추장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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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이지 댓글 0건 조회 2,192회 작성일 11-08-1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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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LA 통합교육구의 두 곳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치료할 때 교정에서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학교잔디밭에 앉아서 편안한 자세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뭔가가 날아와 산산조각이 나면서 맛나게 먹고 있던 점심 샌드위치를 버리게 만들었는데 바로 뒤 건물의 2층 남학생 화장실에서 누군가가 변기속의 나프탈렌을 꺼내서 휴지에 싸서 필자에게 집어 던졌었다. 정확하게 필자의 점심도시락을 담는 통에 맞으면서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 역겨운 냄새는 그날 하루 종일 필자를 괴롭혔었다. 또 한 번은 교정을 걷는데 누군가가 필자에게 "Hey. Bruce Lee!" 하면서 필자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중국말을 흉내내어서 교실안에서 밖으로 소리쳐 왔다. 교실에 가까이 가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수업이 진행 중인데 선생님은 그런 소리를 지른 학생을 못 보았는지 아니면 보고도 모른척했는지 수업은 그대로 진행 중이었다. 필자는 교실로 찾아 가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학생들에게 필자를 소개한 다음 나는 한국인이며 부루스 리는 중국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아무도 손을 드는 학생은 없었다. 필자는 중국인과 한국인의 차이나 그리고 인종과 문화의 서로 다른 점에 대해 좀 더 의논할 사람이나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은 교실 가까이에 있는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 와서 논의를 하자고 제의하고 그 교실을 나왔다.
그런데 요즘 이곳의 한국방송을 보노라면 한국의 유명남자배우가 하는 고추장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필자는 이 선전을 보면서 우리 민족이 알게 모르게 지니고 있는 문화적 폐쇄성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한국에서 이 선전물을 제작하였다면 물론 다인종문화사회인 미국의 현실이나 인종과 문화의 벽이 차츰 허물어져가는 것을 느끼는 데는 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다르다. 비록 고의성은 없었을 것이나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표현하는 데는 어느 특정민족의 음식을 앞에 놓고 비교하는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잘못된 문화의 이해부족현상에서 오는 것인지 명확해진다. 만약 이탈리아나 독일에 여행을 간 우리가 그곳 TV에서 김치나 된장찌개를 앞에 놓고 구역질을 해대는 이탈리아 사람이나 독일 사람의 광고를 본다고 한 번 상상해보면 우리는 그것을 재미있어 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인종문제 전문가인 콜럼비아 대학의 데럴드 윙 수(Derald Wing Sue) 심리학교수는 부모세대의 문화 및 인종 편견적 사고방식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물려내려 가게 된다고 한다. 필자에게 부루스 리라고 부른 학생도, 변기속의 나프탈렌을 집어 던진 학생의 의식 속에도 인종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어쩌면 부모세대로 부터 물려받았을 편견적 사고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고추장을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저변에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부족과 편견이 담겨져 있다면 자녀들은 그런 부모의 가치관을 답습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스스로 조장하는 꼴이 되고 만다. 우리 자녀세대도 마찬가지의 문화적, 인종적 차별에서 오는 부당함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이러한 폐쇄적이고 편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주류사회와 흑인사회는 지금 다인종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필자에게도 우리 민족, 문화를 흑인과 라틴계에 소개할 기회가 비록 일과 안에서 이지만 가끔씩 주어지고는 한다. 이런 기회에 필자는 우리가 이 사회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맹위를 떨치는 고립된 민족이 아니라 1백년이 넘는 이민의 역사, 2차대전 이후 한미혈맹의 관계, 유학생들, 70, 80년대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한 이민 물결, 그리고 오늘날의 투자이민 등 우리민족의 이 지역 정착역사를 열심히 설명하고는 한다. 윙 수 교수는 다인종문화사회에서 소수민족들은 (1) 주류 문화를 조건 없이 받아드리는 맹목적 종속기, (2) 주류문화 및 타문화의 단점이 드러나면서 경험하는 혼란기, (3) 자신의 문화에 대한 우수성을 현저히 주장하는 타문화 배척 및 저항기, (4) 자신의 문화와 다른 문화를 동시에 이해하고자하는 내적 관찰기, (5) 마지막으로 모든 문화에 존재하는 고유성에 대한 인식의 깊이가 생겨나면서 나오는 타문화 수용의 완성기 등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윙 수 교수는 커뮤니티 지도자들의 다인종문화에 대한 깊은 인식, 지속적인 교육을 통한 다인종, 다문화 인식능력 향상, 인종 편견적 사고에 대한 자각의식, 타 인종에 대한 공평한 기회제공 등을 주장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매우 비대해진 우리 커뮤니티는 지금 다인종문화사회의 어느 단계쯤에 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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